[정동칼럼]미·이란 종전 이후 두 개의 협상판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2026. 4. 1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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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국면에서 중국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규탄하고, 우방국인 이란의 항행의 자유를 막는 행동도 비판했으며, 걸프 연안 국가에 중동특사를 파견하는 등 적극적 중재 외교를 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이란 전쟁 이후 다극 질서 구축을 위한 전략 구상이 깔려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힘겨루기와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있다.

미국은 수렁에 빠진 이란 전쟁에서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출구를 찾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리한 관세정책이 수입 물가 상승을 유발했고 전쟁 피로감이 확산되면서 미국인의 60% 이상이 자신의 국정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지지층을 달래고 성과를 포장하기 위해 미국산 항공기와 농산물 구매 확대, 무기 생산과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

중국도 미·이란 전쟁의 최대 수혜국이라는 평가가 있으나, 실제로는 중동산 부품과 소재의 공급 위기로 공장가동률이 크게 떨어졌고 고유가는 소비경제 침체로 이어져 특단의 경기부양에 직면하는 등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혀 있다. 여기에 시진핑 주석의 업적 정당화를 위해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양보를 받아야 한다. 이 미묘한 시점에 대만 국민당 정리원 주석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미·중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단기적 ‘이익 균형’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면, 한반도 정세도 변할 것이다. 북한은 미·이란 전쟁을 주시하면서 비례성 대응을 강조할 뿐, 이란에 대한 공개 지지나 트럼프 대통령 실명 비판을 하지 않으면서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왜냐하면 트럼프 이후의 미국보다 현재의 트럼프 정부를 상대하는 것이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 한반도 평화체제를 한반도 비핵화에 앞서 가동하는 방안을 제시할 경우의 득실도 계산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응하지 않았던 한국을 비판하면서도 ‘김정은 위원장과 잘 지내고 있다’고 밝히는 등 북한 카드를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삼기 위해 살려놓았다.

이런 점 때문에 북·중관계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사실 지난해 9월 초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북한식 표현대로 ‘역사적’ 정상회담을 했고, 이어 9월10일 최선희 외무상이 경제관료를 대동하고 경제협력을 모색했으나, 미·중관계를 의식한 중국 때문에 만족할 만한 진전이 없었고 오히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가 빠르게 복원되는 것을 목격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주로 러시아를 향해 열린 기회의 창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북·미 대화 가능성이 열리면서 중국의 행보에 변화가 나타났다. 북한으로 가는 항공과 여객열차 운송을 재개했고 지난 9~10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북·중 우호협력 상호조약’ 65주년을 맞아 6년7개월 만에 평양을 방문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타진하고 북·러 밀착을 경계하며, 미·이란 전쟁 종전과 북·미 회담 중재로 국제적 이미지를 고양하고자 했다. 김 위원장도 왕이 부장을 접견하면서 그간 잘 사용하지 않았던 ‘북·중 친선 관계를 최우선적으로 중시한다’고 화답하는 등 외교적 후방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미·이란 전쟁 이후 미국 리더십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지면서 동맹의 재편이 나타나는 등 세력권 질서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일단 우리 정부는 최대한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파병에 반대했고 문명에 반하는 이스라엘의 행동이 반인권적이고 반국제법적 행태라고 비판했으며,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한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에 관한 국제연대에 참여하고 공급망 다변화와 에너지 믹스를 재설계하기 시작했다.

또 하나 남는 문제는 미·이란 종전 직후 전개될 미·중, 북·미, 중·러, 북·중 정상회담이 한반도에 미칠 복합방정식을 푸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왕이 외교부장을 초청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공존의 공감대를 확인하도록 외교력을 투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남·북·중, 남·북·러 등 북방 소다자 협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수세적 상황에서 ‘두 국가’를 선언한 북한이 선뜻 대화에 나오지 않겠지만, 북한을 머뭇거리게 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낮추는 효과는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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