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모자와 거대한 왕좌들…스페인 말라가 부활절 퍼레이드
매년 봄, 부활절 주간이 되면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해안도시, 말라가는 퍼레이드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행진은 도심 곳곳의 성당과 형제회의 본거지에서 거대한 '왕좌'가 모습을 드러내며 시작됩니다.
왕좌 위의 성상들은 예루살렘에 입성부터 부활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의 수난 과정을 요일별로 재현합니다.
[에스테반 / 관람객 : 종교적 주제를 떠나 하나의 절경이고, 실물로 볼 수 있는 멋진 모습이에요.]
특히 말라가의 퍼레이드는 스페인 내에서도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합니다.
왕좌의 무게만 최대 5톤, 이 거대한 좌대를 들기 위해 200명이 넘는 운반인이 어깨를 맞대야 합니다.
말라가 구시가지를 통과해 행진하는 데 길게는 14시간이 걸립니다.
5톤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한 휴식도 필수입니다.
종소리에 맞춰 성상을 내리고 다시 들어 올리는 순간, 수백 명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장관을 연출합니다.
이 행렬의 완급을 조절하며 진두지휘하는 사람은 바로 '왕좌의 관리인'입니다.
말라가 출신의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도 매년 푸른 후드를 쓰고 이 대열에 합류합니다.
[팔로마 산체스 도밍게스 / 포이니카 형제회 운영위원 : 말라가는 왕좌가 아주 거대해요. 그래서 많은 남녀 운반인이 필요합니다. 다른 스페인 지역과는 진행방식도 다르죠.]
뾰족한 고깔 '카피로테'를 쓴 채 묵묵히 걷는 나자레노의 행렬도 눈길을 끕니다.
참회자들이 쓰는 고깔의 색상은 형제회마다 다양합니다.
얼굴을 가리는 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겸손하게 속죄하겠다는 의미이고, 뾰족한 고깔은 참회자의 마음이 하늘에 닿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마리아 로하노 살라스 / 38년 차 나자레노 : 저는 4살에 시작해서 38년째 형제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 사람들은 제 가족과 같아요, 제 대부예요. 함께 오래 지냈죠. (형제회가) 피에 흘러요.]
강행군 속에서도 시민들은 레몬을 씹으며 갈증을 달래고, 전통 디저트 '토리하'로 기력을 보충합니다.
[마리 안헬레스 / 아파리시오 제과점 : (토리하에는) 크림과 말라가 산맥에서 재배한 달콤한 와인이 들어가요. 반죽을 달걀 물에 적셔서 부치고 설탕과 꿀로 마무리합니다.]
축제 나흘째엔 270년 전통으로 내려오는 '죄수 사면'을 보려는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18세기 국왕 카를로스 3세 시절, 흑사병 유행 속에서 죄수들이 성상을 메고 행진한 뒤 스스로 감옥으로 돌아갔다는 일화에서 유래했습니다.
지금도 매년 부활절이면 예수 엘 리코 형제회는 단 한 명의 죄수에게 '자유'라는 특별한 선물을 건넵니다.
누군가에게는 종교적인 헌신으로, 누군가에게는 예술적인 경외감으로 다가오는 일주일.
말라가 사람들에게 이 축제는 '대를 이어 온 역사'이자, 매년 봄 세상에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입니다.
YTN 최가영 (weeping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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