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꽃은 피고 져도 끊임없이 다시 피어난다

이혜연 충북교육연구정보원 총무팀장 2026. 4. 1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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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이혜연 충북교육연구정보원 총무팀장

무심천에 벚꽃이 피었다. 청주에 사는 사람들에게 "봄이 되면 무엇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지" 물어보면 입을 모아 첫 번째로 대답하는 것이 '무심천 벚꽃'일 것이다. 몽글몽글 무리지어 연분홍색으로 화사하게 피어난 꽃을 보면 마치 갓 만들어낸 솜사탕같이 두둥실 보드라운 느낌이다. 입을 대면 사르르 녹을 것 같은 모습도, 나무마다 화사하게 꽃의 색이 다른 것도 예쁘다. 또, 한껏 피어난 꽃을 보며 나도 함께 꽃이 된 듯 착각을 하다가 막상 사진을 찍으면 나 홀로 화사한 세상에서 동떨어진 사진 속의 모습에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마치 예전에 보았던 <시그널>의 포스터처럼 무전기가 연결해주는 현재와 빛바랜 과거의 모습이 한 장면에 놓인 것 같다. 꽃이 너무 예쁘니 풍경 사진을 찍으며 꽃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완전한 봄에 감탄한다. 사람이 있어야 완성되는 사진이 있고, 풍경만으로 완성되는 사진도 있어 꼭 사람을 주인공으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연분홍색으로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꽃잎을 잡기위해 아이들이 뛰어다닌다.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며 살포시 떨어지는 꽃잎을 잡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이 겅중거리는 강아지 같아 웃음이 나온다. '예전에 나도 떨어지는 꽃잎을 잡기 위해 뛰어 다닐 때 저런 모습이었을까?' 경험자의 웃음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꽃잎이 눈처럼 내리면 의자에 앉아 꽃을 보며 마시는 차 한 잔도 여유롭다. 꽃잎을 맞으며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듯 착각을 하다가, 가끔 들려오는 새소리에 '어떤 새일까?'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며칠 사이 자라난 나뭇잎을 구경하는 재미도, 발밑으로 피어난 제비꽃과 민들레꽃을 보는 일도 눈과 귀가 호강하는 느낌이다. 멀리 가지 않고도 우리 주변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다.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에 이름 모를 풀꽃과 진달래, 철쭉, 라일락까지 봄꽃이 만발했다. 길가의 라일락 향기에 이끌려 꽃구경하다가 갑자기 노래를 흥얼거린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기억에 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안고 버스 창가에 기대네." 사실 가수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은 떠나간 사랑에 대한 쓸쓸함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라일락 꽃향기라는 가사 때문인지 봄이 되어 라일락꽃이 피어나면 계속 생각나 흥얼거리는 노래 중 하나다. 아이가 어릴 때 연보라색, 연분홍색으로 피어난 라일락꽃을 보면 꼭 뛰어가서 향기를 맡곤 했다. 꽃향기를 맡기 위해 까치발을 들고 코를 발름거리던 모습도, 향기가 좋으니 엄마도 얼른 맡아보라고 성화하던 모습도 귀여워서 함께 향기를 맡고 노래를 들었다. 예전에는 지역에 따라 온도가 다르니 피어나는 꽃의 종류도 뚜렷이 달랐는데, 요즘은 갑자기 따뜻해진 기온 때문인지 지역 차이가 없이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피어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우리가 지금 이 시기에 피어나는 꽃을 볼 수 있는 것은 우리 삶의 호사다. 각양각색으로 피어나는 꽃을 보고, 꽃의 향기를 맡고 나서야 비로소 봄이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빨갛게 익은 새콤달콤한 딸기를 입안에 침이 고이도록 먹고 나서야 온전히 겨울을 보냈다는 것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로하신 부모님과 평온한 일상을 살아간다는 사실이 너무나 소중하다. 아직도 가수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힘차게 부르던 옛날의 모습이 여전한데도 이제는 추억 속의 이야기가 되었다, "젊음"을, "삶"을, "사랑"을 소리쳐 부르던 시절이 그립고 아쉽다. 그래도 우리는 슬퍼하지 않고 일상을 살아간다. 우리의 삶이 하루하루 이어지듯이 계절에 따라 꽃은 피고 져도 다시 아름답게 피어나는 우리들의 봄날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호사를 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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