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금산사에서 만난 나

심억수 시인 2026. 4. 1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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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엿보기
심억수 시인

모악산 자락에 자리한 금산사를 탐방했다. 금산사의 일주문이 '母岳山金山寺'라는 현판을 달고 중생을 맞는다. 어머니의 산이자 보배로운 금산사라는 이름이 성스럽다. 내면의 평화를 찾으려는 중생을 보듬는 관문 앞에서 옷깃을 여미고 번잡한 마음을 다잡는다.
금산사는 수백 년의 역사와 신앙이 함께 어우러진 미륵 성지다. 금산사의 가람 배치를 따라 걸으며 마주하는 수많은 문화재와 건축물이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봉천원에서 옮겨 온 점판암으로 만든 육각 다층 석탑이 눈길을 잡는다. 연꽃 기단 위에 놓인 탑신에 좌불상을 새겨놓았다. 작지만 끝없는 세월 속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서 있는 당당함과 굳건함을 본다. 
용도를 알 수 없다는 석탑 노주의 구조가 특이하다. 상단 연꽃 위로 우뚝 솟은 꽃봉오리의 의미를 헤아려본다. 세상 만물의 이치를 다 헤아릴 수는 없다. 석탑에 담긴 무명 석공의 설명되지 않은 소중한 삶과 예술혼을 곱씹으며 발길을 돌린다. 
하나의 돌이 여러 개의 돌을 사용한 것처럼 구성이 정연한 석련대가 아름답다. 석련대에 새겨진 연꽃잎 조각들이 지난날의 내 삶의 조각이 된다. 자연의 질서와 조화 속에 완전한 삶을 이루어 가는 나를 돌아보며 대적광전에 들었다. 대적광전에서 가족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고 금강계단으로 향했다.
금강계단은 2중 방형 기단으로 중심에 사리탑이 있다. 금강계단 앞에는 오층석탑과 적멸보궁이 있다. 오층석탑은 본래 9층이었지만 현재는 5층만 남아 오층석탑이다. 석탑은 시간과 융화하면서 잠시 스러진 것들을 감싸안고 있다. 
불교에서 적멸이란 번뇌와 고통의 소멸을 뜻한다. 세월의 흔적과 시련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서 있는 석탑은 끝없이 이어지는 반복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내면의 평화를 이룰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금강계단을 내려오니 미륵전이 자리한다. 3층 목탑 양식이라는 독특한 건축 형식과 내부 통층의 웅장함에 압도되었다. 미륵보살은 미래불로서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존재다. 
미륵전 본존상을 만든 조각가 김복진은 청주 태생이다. 감회가 남다르다. 본존상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숭고한 정신과 예술적 열망이 담겨있다. 시대와 세대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김복진 조각가의 미륵전 본존상처럼 평범한 일상에 숭고한 정신을 담는 일은 어렵다. 그렇지만 김복진의 예술혼과 무명의 석공, 목공의 장인 정신과 예술혼을 되새기며 나도 나만의 영역에서 내 역할을 다해야겠다. 
삶은 결코 혼자만의 무대가 아니다. 무심코 지나치던 사람들도 나의 삶에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존재다. 수많은 인연과 교류하면서 나의 존재가 만들어진다. 내가 먼저 상대에게 녹아들어야 비로소 깊은 위안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일상에서 잊고 지냈던 내면의 성찰로 타인과의 소통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겠다. 진정한 내 삶을 오롯이 담아내는 따뜻한 예술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금산사는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성스러운 가람이다. 수많은 세월 속에서 수많은 사람의 손길과 마음이 빚어낸 삶의 철학과 예술혼이 담긴 성지다. 종교적 신앙을 넘어 내 삶의 가치를 일깨우는 사유의 공간이 되었다. 금산사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나 내일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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