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호 “인공지능은 공공인프라...저개발국에 ‘AI 슈바이처’를”

이주현 기자 2026. 4. 1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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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AI허브’ 기획 차지호 의원 인터뷰
WHO 등 유엔 6개기구와 협력의향서
AI 등 핵심 기능 한국 이전
유니세프 등 3곳과 추가 논의
국회 규모 ‘유엔 캠퍼스’ 목표
내년 예산 반영도 준비중
AI시대 국제거버넌스 중요
유엔, ‘공공지능’ 비전에 공감
‘제3의 AI블록’ 꿈꾸는 한국
개발도상국들과 협력할 기회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최근 한 달 새, 대중적 주목을 끌진 못했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부의 리더십을 보여준 사건이 있었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17일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이주기구(IOM),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계획(WFP), 유엔개발계획(UNDP) 등 6개 유엔 기구와 ‘글로벌 AI 허브’ 구축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한 것이다. 여기엔 의사 출신으로 국제기구 활동과 인공지능에 전문성을 갖춘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결정적 기여가 있었다. 유엔 에이아이(UN AI) 허브의 의미와 구상 배경, 목표를 알고자 지난 13일 차 의원을 만났다. 차 의원은 인터뷰 5일 뒤인 지난 18일 허브 설립을 지원한 공로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유엔 산하기구가 실제로 한국에 오는 건가?

“그렇다. 여러 유엔 기구의 에이아이 본부를 한국에 만들어 하나의 ‘캠퍼스’를 조성하는 것이다. 누구는 허경영(19대 대선 당시 유엔 본부 판문점 이전을 약속한 바 있음) 공약이 이뤄지는 거냐고 말한다. (웃음) 이런 비유를 해보자. 하버드·옥스퍼드·엠아이티(MIT)의 각 인공지능 학과들을 한데 모아 한국에 옮겨오는 걸 떠올리면 된다. 실제 물리적으로 공간을 조성하고, 거기에서 사람이 일하는 거다. 현재 각 기구의 파견 인력 규모, 한국인 직원 비율, 향후 인력 채용 계획 등 디테일한 부분을 협의하고 있다. 한국이 어느 정도 예산 부담이 가능한가에 따라 정해질 거다. 내년도 예산안에 필요 예산을 반영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빠른 시일 안에 좀 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 같다. 유엔 캠퍼스 조성이 마지막 단계까지 가면 지금 국회 정도 규모가 아닐까 생각한다. 국제기구 외에도 전 세계 싱크탱크나 국내외 테크 기업의 주요 기능을 결합해 유엔이 중심이 되는 인공지능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

—유엔 기구들은 왜 한국에 오려고 하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 기능이 미국(뉴욕본부)과 스위스(제네바 유럽본부)에 있었던 것은 매우 상징적이었다. 그러나 국제질서가 변했다. 특히 트럼프가 미국의 재정적인 기여를 중단하면서 유엔도 구조개혁을 하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 외교질서를 이끌어가려고 하지만 중국은 서방을 뺀 절반의 리더십만 가질 수 있다. 반면 한국은 민주주의·문화·경제 등의 역량을 지닌 브리지 컨트리(교량국가)로 역할 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유엔 기구들에 ‘인공지능 기본사회’ ‘공공지능’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설득했다. 유엔은 인공지능·기후위기라는 글로벌 전환기에 새로운 표준과 거버넌스를 설계해야 하는데 이에 맞춰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여력이 없다. 한국은 경제력과 인공지능 생태계가 갖춰져 있다.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논의가 진척됐다. 내가 그동안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쌓은 네트워크도 큰 도움이 됐다.”

—한국 정부가 구상하는 인공지능 기본사회와 공공지능을 설명해달라.

”공공지능은 인공지능이 공공인프라로서 사람들에게 평등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챗지피티 무료 사용 같은 게 아니다. 과거 산업혁명은 100여년동안 이뤄졌지만 인공지능 전환은 15년 정도 사이클이 될 거다. 우리는 그 어마어마한 속도를 감당할 사회적으로 회복 가능한 탄력적 시스템이 없다. 사회안전망을 이전과 굉장히 다른 수준으로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재난 등 글로벌 위기 현장을 다니면서 사회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때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목도해왔다. 의료·교육·복지·금융·재난시스템 등을 인공지능과 연계해 보편적 보장제도를 만드는 ‘인공지능 기본사회’를 구상한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 의료대란을 보자. 의대생을 늘린다고 해도 15~20년 지나야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 숫자가 늘어난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본사회 의료가 도입되면 외딴 지역의 1차 진료의들과 인공지능을 연계해 전문의에 가까운 진단·처방이 가능해진다. 현재 전 세계 인구 절반은 필수의료 접근성이 없는데 인공지능이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유엔 기구들은 공공지능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나?

“복지부 인공지능 전환(AX)은 인공지능으로 업무를 한다는 게 아니라 향후 의료시스템의 변화를 예측하고, 지방 필수 의료공백 해결 등을 위해 새 모델을 설계하는 거다. 국제기구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보건기구를 사례로 들겠다. 앞으로 모든 의료시스템이 인공지능으로 전환해나갈 거고 그건 전세계적 의료 민영화를 뜻한다. 내가 가진 바람은 ‘인공지능 슈바이처’다. 공공성을 지닌 의료 인공지능은 몇백만 명의 슈바이처를 공급하는 시스템이 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가들에 보건·의료 가이드라인 및 표준을 만들어왔다. 이를 인공지능시대에 맞춰 다시 작성해야 한다. 국제노동기구 역시 인공지능으로 인한 대량 실업에 대한 정책적 대응,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을 해야 한다.”

—유엔 에이아이 허브가 만들어지면 한국에는 어떤 실익이 있나?

“우선 착한 의제를 선도하는 게 좋은 일 아닌가. (웃음) 경제·산업 측면에서 우리는 인공지능으로 승부해야 하고, 미국·중국을 제외한 제3의 블록을 만들어야 한다. 의료·금융·복지·교육 등에서 글로벌 사우스 및 개발도상국들과 함께 사회서비스 시스템의 인공지능 전환 과정을 공동 진행할 수 있고 이로써 10억 사용자 시장 확보가 가능해진다.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에도 도움된다. 국제기구들이 각자 한 두 달에 한 번씩 국제 콘퍼런스를 열면 우리는 일 년에 몇 차례씩 엑스포를 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은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한다. 그동안 미국·유럽이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이젠 한국이 글로벌 어젠다를 만들어야 한다. 유엔 에이아이 허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주현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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