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기려면 200만원 내라”...울산 조선소 ‘이직 벌금’ 파문
근로자 이동 제한 담함 의혹 제기

울산 조선업 하청업체들 사이에서 근로자 업계 이직을 둘러싼 '벌금' 규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근로자가 퇴사 후 3개월 내 다른 사내 협력사로 옮길 경우 금전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인력난 해소를 위한 관행인지 노동권 침해인지에 대한 파문이 이는 양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사내협력업체들로 구성된 사내협력사지회 소속 업체 간 근로자 이동을 제한하는 내부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핵심은 근로자가 퇴사한 뒤 3개월 안에 다른 협력사로 이직할 경우 업체 간 200만원을 부담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관련해 노조는 이 금액이 업체 간 이직을 막고자 '벌금'을 내도록 암암리에 규정한 것으로, 일부 업체가 이를 근로자에게 전가하며 납부를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2월 중공업 건조부에서 일하던 A씨는 다른 건조부 협력사로 옮기려다 회사로부터 '나는 업체에 200만원 못주겠으니 당신(근로자)이 내고 가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결국 A씨는 3개월 간 조선업종 취업을 포기했고, 일정 시간이 지난 시점부터 새 사내협력 업체에서 근무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건조부 내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지난해에도 3건가량 있었다고 파악하고 있다. 현재 합병된 현대미포 업체를 포함해 건조부 업체만 30여곳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근로자들은 문제를 제기할 경우 향후 재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공개적인 대응을 꺼리는 분위기다.
논란이 커지자 사내협력사지회 측은 "해당 규정이나 금전 요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요즘 같은 상황에서 그런 행위를 하면 법에 저촉될 수밖에 없다"라고 반박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체계상 퇴사 이후 이직을 이유로 금전을 제한하거나 부담시키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 노동계와 법조계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특히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행위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업체 간 인력 이동을 제한하기 위한 담합이나 불공정 행위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논란은 조선업계의 만성적인 인력난과 노동자의 권리 보장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불거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숙련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지만, 노동계는 "명백한 권리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정주노동자인 업체노동자에 벌금을 부과해서 이직을 방해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업체의 대우는 그대로인데 조선소를 떠난 숙련공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노조는 사유가 반복된다면 '취업방해'의 책임을 물어 고용노동부에 고발 조치할 것을 명백히 밝힌다. 즉각 재발 방지 이행을 약속하라"라고 전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