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손끝, 나무에 새긴 시간…박찬성 첫 개인전

곽성일 기자 2026. 4. 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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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터닝으로 풀어낸 상처와 기억의 미학
대구 공예계, 개인 서사 결합한 새로운 흐름 주목
▲ breath of wood, 피나무, 30x30x45cm

대구에서 활동해 온 치과의사가 나무를 통해 또 다른 '치유의 언어'를 꺼내 들었다.

경북대학교 치과대학 출신으로 오랜 기간 치과의사로 활동해 온 박찬성 작가가 첫 개인전 '박찬성 우드터닝 작품전; TURNING TIME INTO FORM'을 오는 4월 21일부터 26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환자의 미소를 되찾아주던 정교한 손길이 목선반 위에서 나무를 다루는 또 다른 작업으로 확장된 과정을 보여준다. 차가운 의료기기를 대신해 회전하는 나무의 결을 마주하며 기록해 온 시간들이 하나의 공예적 형상으로 제시된다.

▲ Time at the end, 오크, 35x32x40cm

우드터닝(Woodturning)은 빠르게 회전하는 목재를 깎아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다. 단순한 제작 기법을 넘어, 재료가 지닌 시간성과 흔적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선택이 핵심이다.

박 작가의 작업은 이 지점에서 특징을 드러낸다. 치아를 다루던 정밀한 감각이 나무의 결을 읽어내는 방식으로 이어지며, 상처와 균열마저 제거 대상이 아닌 '기억의 표면'으로 받아들인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각기 다른 서사를 품고 있다. 단단한 결을 지닌 참나무는 절제된 형태로 완성됐고, 산불을 겪은 소나무는 속이 깊은 항아리 형상으로 다시 태어났다. 도시 환경 속에서 자란 플라타너스는 거친 절단 흔적을 그대로 드러낸 채 하나의 조형 언어로 전환됐다.

특히 바람에 쓰러져 속이 비어버린 대왕참나무를 재구성한 작품은 사라짐 이후에도 이어지는 생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박찬성 작가

박찬성 작가는 "나무는 봄의 생장과 겨울의 상처, 벌레 먹은 흔적까지 모두 끌어안아 하나의 나이테로 완성된다"며 "그 모습은 결국 우리의 기억과 닮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베어진 나무가 다른 형태로 다시 사람 곁에 머문다면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 시간의 경계, 플라타너스, 35x25x51cm

이번 전시는 단순한 공예 전시를 넘어, 지역에서 활동해 온 한 전문 직업인의 삶이 예술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의료와 공예, 기술과 감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창작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 시간의 잔해, 오리나무, 35x35x30cm

대구·경북 지역 공예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목칠공예를 중심으로 이어져 온 지역 공예 전통이 개인 작가의 서사와 결합하며 보다 확장된 표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나무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회전 속에서 깎여 나가며, 또 다른 형태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국, 사람의 삶과 닮아 있다.

▲ 불이 지난 시간, 소나무, 43x43x43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