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과 출신 3040들 "정년 못 채울까 불안"…퇴근 후 '직병' 올인

이미경 2026. 4. 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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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대형 유통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 A씨(41)는 퇴근 후 스터디카페에서 새벽 1시까지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AI가 법률 기준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에서 노무사·세무사 수강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B씨는 "AI로 해고가 증가하면 오히려 노동 분쟁으로 노무사 관련 업무가 늘고, 퇴직자들이 자영업으로 몰리면서 세무사 업무도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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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퇴직·AI 확산에 위기감
반도체社 수억 성과급도 자극
< 직병 : 직장 다니며 자격증시험 병행 >
< 학원에서 ‘열공’ > 공인노무사 시험 준비생들이 지난 17일 서울 신림동 윌비스 한림법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직장인 사이에서 ‘평생 자격증’ 선호가 커지면서 지난해 노무사·세무사·감정평가사 시험 지원자는 총 4만2389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임형택 기자

수도권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대형 유통기업에 재직 중인 직장인 A씨(41)는 퇴근 후 스터디카페에서 새벽 1시까지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지난 2월 제37회 감정평가사 시험에 신청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가기 전에는 수험생 30명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공부 인증 사진을 올린다. A씨는 “주변에서 희망퇴직으로 40대에 회사를 떠나는 사례를 보며 위기감을 느끼고 전문자격증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 노무사·감평사 준비하는 3040

문과 출신 재직자들이 전문직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정년과 상관없이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고령층(55~79세) 취업 경험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52.9세로, 법정 정년(60세)보다 크게 낮았다.

특히 사무 종사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45.7세로 관리자·전문가(53.4세), 서비스·판매 종사자(53.9세), 농림어업숙련종사자(60.1세) 등 조사 대상 6개 직무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 같은 불안감에 공인노무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등 전문자격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에듀윌 관계자는 “세무사 등은 자격증 평균 취득 기간이 2년6개월로 변호사와 회계사보다 짧은 편이어서 직장인이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도전할 수 있는 분야”라며 “40대 이후 취업이나 개업이 가능한 것도 직장인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이공계 대비 낮은 연봉에 박탈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정보기술(IT) 대기업의 고액 성과급도 인문계열 출신의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수준과 맞물려 전문자격증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전공별 고용 및 임금 격차’에 따르면 인문계열과 사회계열 대학 졸업생의 월 초임은 각각 250만4000원, 260만6000원으로 공학계열(297만9000원)보다 16.0%, 12.5% 낮았다. 문화콘텐츠 기업에서 근무하는 7년차 직장인 김종명 씨는 “10년차가 돼도 연봉이 7000만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연차에 연봉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전문자격증 취득뿐”이라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8대 전문직(변호사 회계사 감정평가사 변리사 세무사 노무사 관세사 법무사) 중위 연봉은 5076만~7770만원 수준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귀속 근로소득자 중 백분위 중위 50% 구간 소득자의 1인당 평균 소득은 3165만원에 그쳤다. 8대 전문직 연봉과 비교하면 1911만~4605만원 적었다. 한 감정평가사는 “입사 3~4년차 감정평가사는 통상 5000만원 안팎의 연봉에 인센티브까지 더해 최대 1억원 수준의 연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 “자격증 있어야 AI 태풍 피한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단순 사무직 업무가 빠르게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도 자격증 수요를 끌어올렸다. 노무사, 감평사, 세무사 역시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판단 결과에 대한 높은 책임이 요구되는 만큼 일반 사무직보다 대체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AI가 법률 기준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에서 노무사·세무사 수강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B씨는 “AI로 해고가 증가하면 오히려 노동 분쟁으로 노무사 관련 업무가 늘고, 퇴직자들이 자영업으로 몰리면서 세무사 업무도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직 시장도 결국에는 AI의 파고를 버티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가 전문자격증 소지자에게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지만 AI와 플랫폼 고도화로 이런 지위는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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