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덩치 키우는 시대 갔다 …"이젠 수익성·생산성 경쟁"
데이터·모델 크기 키우는
무한 경쟁 대체 공략 유효
AI 3강 진입 노리는 한국은
바이오·반도체 산업 분야서
전문적인 모델 육성 필요
피지컬·추론 영역도 유망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가 공개되자 세상은 깜짝 놀랐다. 특정 질문에 답을 하거나 이미지를 분류하는 '똑똑한 도구'가 아닌, 직접 코딩을 하고 시를 쓰며 사용자와 대화가 가능한 진짜 '지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인류는 처음으로 인간처럼 생각하고 글을 쓰는 거대언어모델(LLM)의 가능성을 목격하며 열광했다. 이때부터 전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신앙에 빠졌다. 바로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이다. 오픈AI가 했듯이 수많은 데이터를 넣고, 더 큰 모델을 만들고, 더 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쏟아부으면 AI가 무한히 똑똑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구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며 덩치 키우기 경쟁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AI 리더들 사이에서 LLM 중심의 스케일링 법칙이 수명을 다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역시 'GTC 2026'에서 스케일링 법칙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했다. "이제 학습(덩치 키우기)은 충분하다. 지금은 그 지식을 어떻게 실전에서 저렴하고 빠르게 쓸지(추론)가 핵심이다." 이는 기존 LLM 중심의 AI 혁신을 이끌어 온 'AI 스케일링 법칙'의 수명이 다했다는 분석과도 궤를 같이 한다.
19일 국내 AI 전문가들에 따르면 황 CEO의 선언으로 기존 AI 스케일링 전략이 무너진 현 상황에서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AI 3강'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규모보다 특정 산업에서 실제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AI, 즉 버티컬 AI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오순영 AI미래포럼 공동의장 겸 아마존웹서비스(AWS) 수석솔루션스아키텍트는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바이오, 소재,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특화된 파운데이션 모델을 키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도메인 특화 모델은 범용 LLM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 높은 신뢰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태성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이제 스케일 업이냐 다운이냐 하는 규모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며 "실무에서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 AI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는 AI 기술 경쟁의 초점이 '모델 스케일링'에서 '비즈니스 스케일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력 자체보다 시장 확대와 수익 창출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비즈니스 스케일 업은 최근 '피지컬 AI'가 부상하는 배경이 된다. LLM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텍스트를 거의 대부분 학습해 이미 정보 고갈 문제에 직면한 반면, 피지컬 AI는 실제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생성할 수 있어 LLM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여러 AI 에이전트를 결합해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 역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으로 꼽힌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여러 에이전트를 복합적으로 엮어서 사용하는 스케일링 전략이 주목받고 사용될 것"이라며 "고품질 에이전트를 잘 이용하고 서로 복합적으로 연결해 같이 쓸 때 좋은 성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트 시스템은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여러 AI가 협력해 서로 검증하고 비판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단일 모델 중심 구조보다 효율성과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다.
단순히 문장을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추론 모델'과 AI가 현실 세계의 구조와 물리 법칙, 인과 관계를 학습하도록 하는 '월드 모델(world model)'도 차세대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AI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등장할 일반인공지능(AGI) 역시 이 같은 에이전트 시스템, 피지컬 AI, 추론 학습, 월드 모델 등이 결합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오 의장은 "국가 컴퓨팅 인프라스트럭처, 국내 기업들의 도메인 특화 모델, 글로벌 기업의 최첨단 기술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생태계 스케일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스케일링 법칙
학습 데이터, 파라미터 수, GPU가 늘어날수록 AI 모델 성능이 향상된다는 법칙으로, 기존 AI 빅테크들의 모델 크기 경쟁을 이끌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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