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요소 수입 제한이 소환한 거름과 비료의 중요성

광주일보 2026. 4. 1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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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화학비료 위주 농업 불확실성 높고 부작용 많아
거름이 잘 먹은 토양.
농사의 성패는 거름(퇴비)과 비료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땅심이 좋아야 작물이 잘 자란다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우리 농부들은 가능한 모든 재료를 사용해 거름을 만들고 작물에 도움이 되는 비료를 넉넉히 주어 성장을 도왔다.

똥이나 오줌도 중요한 거름으로 여겨 사람의 배설물조차 거름이라고 불러왔다. 똥거름이 그것이다. 똥은 어느 정도 썩인 다음에 사용했는데 흔히 밭 가에 웅덩이를 파고 모아 두었다. 예전에는 큰 독을 땅에 묻고 모으거나 ‘횟독’(고흥지방)이라고 해 시멘트로 넓고 깊게 확을 만들고 한 달에 한 번꼴로 쳐내어 거름으로 썼다.

오줌도 똥에 못지않은 거름이었다. 농가에서는 사랑방 가까이나 뒷간 근처에 오줌독을 묻고 따로 받았으며, 농사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남의 집에 있다가도 오줌을 누려고 자기 집으로 달려가기도 했다니 얼마나 거름에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다.

볏짚을 태운 재도 뺄 순 없다. 재는 알칼리성분이 강해서 습기가 많은 밭이나 산성토질을 개량하는 데 적당했다. 농가에서는 뒷간을 크게 짓고 한쪽에 재를 모았는데, 그것을 잿간이라고 불렀다. 재는 바람에 흩날리기 때문에 흔히 오줌이나 똥에 버무려서 사용했다.

흙도 거름으로 이용했다. 오래된 집의 벽에서 털어 낸 흙이나 온돌을 고칠 때 긁어낸 구들미, 그리고 도랑 및 개울이나 저수지 바닥 흙은 기름져서 거름으로 쓰기에 매우 좋았다. 물속에 가라앉았던 앙금 역시 밭둑에서 한 번 말렸다가 거름으로 썼다.

어촌 지역에서는 6, 7월에 큰물이 지거나 겨울철 파도가 높을 때 밀려 나오는 마름(말초라고도 함)을 거두어 똥과 섞어 재어 두었다가 모심기 전에 뿌렸다. 또 멸치가 흔한 고장에서는 말린 멸치를 빻아서 못자리할 때 거름으로 썼으며, 정어리 기름을 짤 때 나오는 늠치물(강릉지방에서는 정어리를 늠치라고 함)을 감자 밑거름으로 주기도 했다.

요즘은 거름을 걱정할 필요 없는 세상이 됐다. 1960년대에 들어서 자연에서만 얻을 수 있던 거름을 대신한 퇴비 등 화학비료가 대량생산 됐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구별하기는 어렵지만 거름은 자연 상태나 발효돼 작물 성장의 에너지원이 되지만, 비료는 식물에 즉각적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화학·유기성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1년 이래 1977년까지 7개의 대형 비료공장을 건설, 요소를 비롯한 각종 복합비료를 생산하기에 이르렀으며 이제는 생산 과잉으로 외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비료의 3대 영양소인 질소·인산·칼리 중 2종 이상의 성분이 함유된 복합비료의 생산은 혁명이라고 할 정도로 농사 환경의 대변화를 가져왔다. 복합비료 사용은 과거처럼 토양에만 거름과 퇴비로 땅심을 기르는 방식에서, 생육 단계별로 비료를 주는 시기와 방법을 달리해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질소·수용성 인산·수용성 칼리 중 2종 이상의 주성분 합계량이 10% 이상 함유되고 고토·망간·붕소·철·몰리브덴·아연 중 5종 이상을 보증하는 제4종 복합비료는 엽면시비(잎에 뿌리기)나 양액재배처럼 ‘즉시 흡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비료가 자연의 것이 아닌 유기화합물인 만큼 완전하지 않고 토양의 유기물이 감소하고 환경을 오염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이제 다시 친환경적인 유기농업이 권장되고 토양의 물리적·화학적 성질을 개선해 작물의 생육을 돕는 경토배양(耕土培養)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토양 개량에 힘쓰는 방식으로 농업이 변하는 이유다.

최근 중동 사태 장기화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요소 수입이 제한돼 비료 품귀와 가격 급등이 발생해 농가의 생산비 부담과 농산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를 지켜보며, 감히 자연 그대로 거름의 중요성과 화학비료의 저주까지 생각을 해본다. 사람의 배설물조차 귀한 거름으로 사용하고 산과 들, 바다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것을 거름의 재료로 이용해 작물을 키웠던 선인들의 지혜를 되새겨 볼 때다.

/글·사진=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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