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완주도 어려웠던 中 로봇, 1년 만에 인간 기록 깼다... 하프 마라톤 48분 주파
넘어지던 로봇, 1년 만에 안정 보행
자율주행 가점... ‘스스로 달리는 능력’ 경쟁

"와, 너무 빨라서 사진도 못 찍었어."
19일 오전 7시 30분, 중국 베이징 이좡의 퉁밍후 공원. 올해 2회째를 맞은 '베이징 이좡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의 출발점에서 경기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울렸다. 지난해 전 세계 최초로 열린 이 대회는 도로 한쪽에서는 인간 선수들이 달리고, 바로 옆 로봇 전용 코스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30초 간격을 두고 출발해 순차 21.0975km의 표준 코스를 함께 달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먼저 출발한 인간 선수들은 10초도 채 되지 않아 뒤이어 출발한 붉은색 로봇에 따라잡혔다. '줴잉츠투'팀이 훈련시킨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의 휴머노이드 '샨뎬'이었다. 워밍업이 필요한 사람과 달리 출발하자마자 곧바로 넓은 보폭으로 속도를 끌어올린 이 로봇은 순식간에 인간 선수들을 몇 줄씩 추월하며 선두로 치고 나갔고, 현장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달리던 선수들마저 순간 발걸음을 늦추고 뒤돌아서 번개처럼 달려 나가는 로봇들을 찍기 시작했다.
이날 대회에는 톈궁, 유니트리, 아너 등 기업 80여 곳과 연구기관·대학 연구팀 20곳, 프랑스·독일·브라질 등 해외 참가팀을 포함해 총 105개 팀이 속도를 겨뤘다. 첫 대회였던 지난해 예선을 거쳐 21개 팀이 결승에 참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5배로 급증한 것이다.
자율주행에 1.2배 가중치 적용

이 중 42개 팀은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경로를 판단해 달리는 '자율주행' 방식으로, 63개 팀은 원격 제어 방식으로 출전했다. 대회는 자율주행을 장려하기 위해 기록 산정 방식에 차이를 뒀다. 자율주행은 그대로 기록을 인정하는 반면, 원격 제어는 완주 기록에 1.2배의 가중치를 적용하게 했다. 속도 자체보다 '사람의 도움 없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느냐'가 경쟁 기준으로 제시된 셈이다.
우승은 또 다른 샨뎬을 앞세운 '치톈다셩'팀에 돌아갔다. 이 로봇은 자율주행 방식으로 50분 26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인간 하프마라톤 세계기록(57분 20초)을 넘어섰다. 원격 제어 방식으로 출전한 '줴잉츠투'팀의 샨뎬이 48분 19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자율주행' 가중치가 적용되면서 최종 순위가 뒤집혔다. 샨뎬의 키는 169㎝로 사람의 신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1년 만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中 휴머노이드
현장에서는 고작 1년 만에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가파른 발전 속도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지난해엔 대부분 로봇이 리모컨을 사용한 원격 조종 방식이어서 조종수와 기술자가 동행하며 달렸다. 일부 로봇은 출발하자마자 쓰러지거나 중간에 주저앉아 탈락했다. 하지만 올해 로봇들은 거의 인간과 유사하게 안정적인 보행을 유지하며 달렸다. 지난해 완주한 로봇은 6대(29%)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47대가 결승선을 통과했다. 로봇 대부분이 지난해 첫 챔피언인 톈궁 울트라의 2시간 40분 기록을 3분의 1 가까이 줄이며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우승 로봇은 카메라와 라이다(LiDAR) 등 다중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별도의 조작 없이 스스로 경로를 판단해 달렸다. 특히 이번 대회 코스는 로봇의 주행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오르막길, 내리막길, 자갈길, 잔디밭길 등 바닥 상태가 다른 10종의 도로를 배치했고 최대 90도에 달하는 굽은 길도 만들어 난이도를 높였다. 이에 출발 직후 처음 맞닥뜨리는 90도 코너에서는 한 로봇이 방향을 제어하지 못하고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글로벌 선도 기술 시험장'이 될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마라톤이라는 극한 환경을 통해 운동 제어, 자율주행, 에너지 관리, 환경 적응, 시스템 안정성 등 핵심 기술을 동시에 검증하고 이를 산업 현장과 일상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지난해 대회가 기술적 타당성 검증에 중점을 두었다면, 올해 대회는 업계 전반의 성숙도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청와대 오찬' 홍준표, 총리설에 "자리 흥정 안 해…백수 밥 준다 해서 갔다"-정치ㅣ한국일보
- '韓 지원 반대' 미스 이란, 외교부 국장 전화 받고 "오해했다" 입장 바꿨다-정치ㅣ한국일보
- 꿀단지·참기름통이었다…600년 만에 건져 올린 고려 보물선의 비밀-문화ㅣ한국일보
- 서인영 "욕설 논란 후 발작·마비 증세… 수차례 쓰러져"-문화ㅣ한국일보
- 대만과 더 벌어진다…한국 1인당 GDP, 5년 뒤 1만 달러 격차 전망-경제ㅣ한국일보
- "숨 쉬는 것만 공짜"…거지방·거지맵 켜는 '뉴 자린고비'-사회ㅣ한국일보
- 세레나호텔 예약창 닫혔다... 美·이란 회담 일정 가늠자 된 까닭-국제ㅣ한국일보
- "日 남성, 내 몸 만지고 소변"… 부산 찾은 中 관광객 폭로에 경찰 수사-사회ㅣ한국일보
- 헤어지자는 여친 모텔에 가두고 경찰 폭행... 20대 징역 6개월-사회ㅣ한국일보
- BJ 성폭행 시도 '유명 연예인 오빠'…신체 사진 유포 협박에 부모 조롱까지-사회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