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의 고상한 인터뷰] 4. 기준 없는 ‘무상 취식’ 점주·알바 갈등 키운다

‘박지윤의 고상한 인터뷰’는 수준이 높고 품격 있다는 뜻의 ‘고상(高尙)하다’와 ‘고민 상담’ 인터뷰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은 기획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을 하나의 ‘고민’으로 바라보고 인터뷰를 통해 그 속 이야기를 차분히 짚어본다.

최근 카페·음식점 업계에서 아르바이트생의 ‘무상 취식’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오랜 기간 명확한 기준 없이 관행처럼 이어져 온 무료 식음료 제공이 점주와 직원 간 인식의 차이를 낳으며 때로는 작은 오해가 갈등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특히 소규모 업장의 경우 별도의 규정이나 관리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 이러한 문제가 더 자주 발생한다. 일부는 이를 자연스러운 복지로 여기기도 하고, 반대로 점주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어 서로의 시각 차이가 드러난다. 이번 인터뷰는 음식업계 현장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무상 취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관행으로 자리 잡았는지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의 양상을 짚어보며 합리적인 기준 마련과 상호 신뢰 회복을 위한 방향도 함께 고민해 본다.

■ 점주 부재 시간대 노린 무상 취식
“아르바이트생들에겐 내가 없을 때가 황금시간”
강원도 내 한 음식점 점주의 이 말은 최근 카페·음식점 업계에서 반복되는 ‘무상 취식’ 논란의 단면을 보여준다. 점주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일부 아르바이트생들이 매장 상품을 대가 없이 소비하거나 지인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일이 관행처럼 이어지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 기준 부재에 복지 부족까지...무상 취식 반복되는 이유
현장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도 이 같은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춘천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김모(23) 씨는 “카페가 다른 음식업보다 가격이 낮고 조금 가져가도 티가 확연하게 나지 않아 더 자유롭게 행동하는 거 같다”며 “하루 한 잔 무료 제공이 관행처럼 자리 잡아 점주들도 아예 먹지 말라고는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퇴근 시간에 음료를 가져가는 아르바이트생의 모습을 보고 처음엔 저래도 되나 싶었는데 사장님이 보는 앞에서도 그냥 가져가는 걸 보고 자연스럽게 허용되는 행동이라고 인식했다”고 말했다. 다만 “사장님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허용 범위가 달라 명확한 기준을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명확한 규정이 없는 환경에서는 기존 직원과 점주의 행동이 일종의 기준이 된다. 신입 아르바이트생들이 이를 학습하며 ‘이 정도는 괜찮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구조다.

■ 통제 어려운 현장, 점주들 부담 커져
강원도 내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D 씨는 “아르바이트생이 퇴근할 때 아르바이트생 부모가 가게를 방문했는데 당연하듯 진열된 과자를 돈을 내지 않고 뜯어 먹는 일이 있었다”며 상황을 확인한 뒤 아르바이트생에게 이유를 묻자 “다들(타 아르바이트생들) 예전부터 많이 이래왔다고 답해 황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도 있다”면서도 “아르바이트생들의 모든 행동들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그저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점주는 “매장이 워낙 바빠 아르바이트생들이 고생한다는 생각에 음료는 개수나 종류에 제한을 두지 않았는데 그러다 보니 베이커리류 등도 가볍게 생각하고 무상으로 먹는 경우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다른 업장에서도 확인된다. 원주시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지모 씨는 “바쁜 날 고생한 직원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메뉴를 제공한 적이 있는데 이후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무상 소비가 반복되는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음료 한 잔 정도는 흔쾌히 허용했지만 짧은 근무시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음식을 무상으로 소비하는 것을 알게 돼 당황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르바이트생을 과도하게 감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유사한 상황이 발생해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명확한 기준 마련 필요
전문가들은 무상 취식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는 배경으로 ‘관행’에 의존한 불명확한 기준을 지목한다. 이 같은 현장 혼선을 줄이기 위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이윤호 명예교수는 “아르바이트생의 무상 취식은 당연한 권리가 아니다”라며 “사전에 협의를 거쳐 형성된 관행이라면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지 않기 위해선 계약 내용을 명확히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장별 사정이 다른 만큼 상황에 맞게 할인이나 제공 범위를 문서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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