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생 김현진을 기억합니다”···한 여성의 부고에 쏟아진 목소리들

2016년 ‘미투(Me Too·나는 고발한다) 운동’ 당시 시인 박진성씨의 성희롱 사실을 폭로했던 김현진씨의 부고가 알려지면서 추모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김씨를 추모하는 이들은 “피해자가 회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인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김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생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애도의 목소리를 냈다.김씨를 변호했던 이은의 변호사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짧았지만 빛나고 뜨거웠던 98년생 김현진님의 작별을 전한다”고 적었다. 이 변호사는 “김현진님은 박진성 시인으로부터 청소년 시절 피해를 입었고 이후 악질적인 2차 피해에 장기간 시달렸다”고 썼다.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한 장례식장에서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여성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부고가 늦게 알려지면서 발인 직전까지 조문이 이어졌다. 빈소를 찾은 사람들은 고인을 추억하며 눈을 붉혔다. 김씨의 친구 A씨는 “현진이는 좋아하는 것도 많고 좋은 것을 알게 되면 주변에 나누곤 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SNS에도 추모 흐름이 이어졌다. “정말 밝게 빛났던 사람을 기억하겠다”는 추모글을 남긴 황수경씨(41)는 19일 서면 인터뷰에서 “긴 싸움 동안 보여준 용기 하나하나가 다른 여성들이 피해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이 희망을 느끼도록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대자 박모씨(38)는 “현진님은 문단 내 권력에 맞서 정의를 위해 싸웠던 여성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성폭력 피해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여성단체에서도 추모 성명을 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너무나 애통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김현진님은 폭로 이후 7년 가까이 가해자와, 그리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사회와 싸워야 했다”고 적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지난 18일 추모글에서 “김현진님은 2016년 ‘#문화예술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으로 박진성 시인으로부터의 성폭력 피해를 공론화한 이후 법정에서, 인터뷰에서, 온라인에서 피해 경험자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전했다”며 “김현진님의 용기 있는 말하기와 성폭력 피해경험자들과의 연대는 한국 사회에 균열과 변화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문단 내 미투 운동이 일어났던 2016년 10월, 박씨에게서 성희롱을 당했다는 글을 익명으로 엑스(X·옛 트위터)에 올렸다. 이후 박씨는 2019년 SNS에 “무고는 중대 범죄”, “허위로 누군가를 성폭력범으로 만드는 일이 없길 바란다” 등 김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11차례 올렸다. 이 과정에서 고인의 주민등록증과 실명을 공개했다.
김씨는 박씨를 비롯해 언론 보도, 악성 댓글에서 이어진 2차 가해에 시달리다 박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은 박씨가 2015년 17세였던 김씨에게 성희롱 메시지를 수차례 전송한 사실을 인정했고, 대법원은 폭로 7년만인 2023년 징역 1년8개월의 실형을 확정했다. 김씨는 긴 재판 기간 매번 법정에 출석해 발언했고 항상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2015년 박진성에게 성희롱을 당했습니다”라는 말로 증언을 시작했다. 그의 모습은 성폭력 고발 후 2차 가해에 시달리는 여성들에게 큰 용기를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씨는 2023년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이 선정한 ‘올해의 여성’으로 뽑혔을 당시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문서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두 손이 벌벌 떨릴 정도로 긴장했지만 최대한 제가 당한 피해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181100001
https://www.khan.co.kr/article/202311201526011
https://www.khan.co.kr/article/202312241413001#ENT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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