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거미줄 같은 송전선로 이제 그만”…고성군민, 지중화 요구
경과지 주민 “이미 송전탑 과밀” 반발
국가 전력망 안정성-지역 수용성 충돌

고성그린파워가 추진하는 345㎸ 하이~의령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 주민 반발에 부딪히며 진통이 예상된다. 사업자는 국가 전력망 안정성을 위한 국책 사업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고성군민은 "이미 거미줄 같은 송전선로가 넘쳐난다"며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입지선정부터 갈등…1년 연장해 논의중
고성그린파워는 한국남동발전·SK에코플랜트·SK가스·KDB인프라자산운용 등 4개 기업이 공동 투자해 2014년 설립한 민간 석탄화력발전 회사다. 하이면 덕호리 일원에서 1040㎿(메가와트)급 발전소 1·2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송전선로 신설은 정부의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다. 단일 계통으로 운영되는 송전망의 취약성을 보완해 전력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사업 기간은 2024년 9월부터 2032년 말까지다. 고성군을 비롯해 사천시·진주시·의령군 등 4개 지방자치단체 일부 지역이 사업 구간에 포함된다.
사업자는 주민 대표와 공무원·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 최적 경과 대역(송전선로 입지선정을 위해 설정하는 사업지역 범위)을 결정할 계획이다. 입지선정위는 지난해 3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7차 회의를 진행했다. 애초 1년간 운영해 올해 초 경과지를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지자체 간 의견 차이가 커 운영 기간을 1년 더 연장했다. 위원도 33명에서 주민 대표를 추가해 39명으로 늘렸다.

고성군민 "송전탑 이미 넘쳐나"
현재 검토되는 송전선로 후보 경과지는 6개 구간이다. 단일 구간(1·3·5)과 복수 구간(2·4·6)으로 나뉜다. 고성과 진주·의령을 잇는 4·6구간은 주민 반발을 고려해 이달 중 현장 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성에서는 하이·하일·상리·영현·개천·영오면 등 6개 면이 후보 경과지로 거론된다.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최종 경과지로 확정되면 관련 법에 따라 철탑 수와 인접 가구 수 등을 기준으로 마을별 보상과 지원이 이뤄진다.
그러나 사업 초기부터 지역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고성군의회는 송전선로 추가 건설에 우려를 나타냈다. 군의원들은 "고성에는 이미 송전선로가 과도하게 설치돼 있다"며 삼천포화력발전소와 하이화력발전소에 따른 송전탑 밀집 문제를 지적했다.
주민 반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하이면에서는 지난해 8월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반대 의견이 잇따랐다. 주민들은 기존 송전선로로 말미암은 피해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건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농지는 거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마을에 송전탑이 여러 개 있지만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발전소 건설 당시 송전선로 추가 설치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약속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 전선 지중화 또는 사업 철회 요구
주민들은 송전선로로 건강과 농업 피해를 우려하며 사업 철회나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업자 측은 현재 송전선로가 지나갈 수 있는 대략적인 구역만 설정된 단계로, 아직 구체적인 노선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고성그린파워 관계자는 "노선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며 "경과지가 결정된 뒤 지중화 여부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망 안정성을 위한 국가 사업이라는 점에서 필요성은 제기되지만, 지역 수용성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입지선정위 논의와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이 앞으로 사업 추진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군의회와 주민 반발이 이어지면 송전선로 건설은 장기간 갈등 속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영오면 주민들은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대책위를 꾸려 이 문제를 공론화할 예정이다.
/정봉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