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고 자극적인 맛 자꾸 생각나”···신라면 이어 너구리, 일본서 입지 다지는 ‘K라면’

이성희 기자 2026. 4. 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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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종주국 일본서 ‘매운 맛’ 시장 개척
신라면 이어 신라면툼바도 3대 편의점 입점
농심이 지난해 6월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문 연 ‘신라면분식’. 다케시타 거리는 일본 패션과 대중문화의 중심지로 알려진 곳으로, 현지 젊은층과 외국인 관광객 등이 주말에만 7만∼10만명 방문한다. 농심 제공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문 연 ‘신라면분식’에서 방문객들이 이른바 ‘한강라면’으로 불리는 즉석조리기로 라면을 직접 끓이고 있다. 농심 제공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있는 ‘신라면분식’에서 방문객들이 키오스크로 한국 라면을 주문하고 있다. 농심 제공

“한국 라면은 일본 라면보다 식감이 탱글탱글해서 좋아요.”

지난 15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친구에게 K라면 맛을 알려주기 위해 토야마 마미(40)가 찾은 곳은 ‘신라면분식’이었다. 신라면분식은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라면을 체험할 수 있도록 농심이 마련한 팝업스토어다.

매장 진열대에서 ‘신라면 툼바’를 고른 마미는 키오스크로 계산한 뒤 즉석조리기로 직접 라면을 끓였다. 면과 스프가루를 그릇에 넣고 조리 버튼을 눌렀으며 국물이 끓어오르자 젓가락으로 라면을 젓는 모습이 능수능란했다. 이 곳에서는 한 달에 약 5000개 농심 라면이 판매된다. 점원 손모씨(23)는 “맛있게 맵다고들 한다. 직접 만들어 먹는 ‘한강라면’을 경험할 수 있어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며 “한 손님은 조리 버튼을 대신 눌러줬더니 라면 한 그릇을 다 먹고선 버튼을 누르고 싶다고 또 주문하더라”라고 말했다.

한국 라면 애호가인 시마무라 아야까(21)는 지난 16일 코리아 엑스포 도쿄에서 ‘너구리’ 맛에 빠져 있었다. 코리아 엑스포 도쿄는 K푸드·뷰티·콘텐츠 등 한국 브랜드가 참여한 종합 박람회로, 농심은 올해 ‘너구리’를 주제로 부스를 꾸며 소비자에게 시식 기회를 제공했다. 중학생 때 친구네 집에서 ‘신라면’을 처음 먹어봤다는 아야까는 “일본 라면과는 맛이 달랐다. 매웠는데도 자극적인 맛이 자꾸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한국 라면도 먹어봐야지 했던 게 지금은 ‘너구리’ ‘감자라면’ 등을 집에 쟁여놓고 먹는다”며 “덕분에 한국 여행도 다녀왔고 한국어도 독학으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덜 맵게? 일본에 없던 ‘매운맛’으로 공략”
농심이 일본 후지큐 하이랜드와 협업해 신라면과 신라면툼바, 너구리 순한맛을 활용해 선보인 메뉴 3종. 농심 제공

라면 종주국인 일본에서 한국 라면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신라면이 2015년 한국 라면 최초로 일본 3대 편의점(세븐일레븐·패밀리마트·로손) 전 점포에 입점한 데 이어 신라면 툼바도 지난달부터 3대 편의점 전국 약 5만3000개 매장에서 정식 판매되고 있다. 매년 1000여종 신제품이 쏟아지는 일본 시장에서 주요 편의점 모든 점포에 해외 라면 브랜드가 연중 상시 판매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신라면은 올해 출시 40주년을 맞는 스테디셀러이며, 신라면 툼바는 출시 1년 만에 이룬 쾌거다. 신라면 특유의 매운맛에 크림소스를 더한 신라면 툼바는 일본 유력 매체인 닛케이 트렌디가 선정하는 ‘2025 히트상품 베스트 30’에도 한국 라면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일본에서 판매된 신라면 툼바 누적 판매량은 1000만개에 이른다.

일본 라면 시장은 연간 약 7조원 규모로, 대부분 미소(된장)·소유(간장)·시오(소금)·카레·돈코츠(돼지뼈) 등으로 맛을 내 달고 짠 맛이 강한 게 특징이다. 현지 시장에서 매운라면 비중은 6% 수준으로, 사실상 신라면이 이끌고 있다. 19일 농심에 따르면, 일본 신라면 매출은 지난해 165억엔으로 전체 매운라면 카테고리의 40%를 차지한다. 농심 일본법인(농심재팬) 매출은 2021년 100억엔을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 209억엔(약 2000억원)을 기록했다.

신라면이 일본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면서 닛신·도요스이산과 같은 현지 대형 라면 제조업체들도 매운맛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농심재팬 법인장 김대하 부사장은 지난 15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라면 시장은 매운맛이 제로였던 곳”이라며 “처음엔 ‘이렇게 매운맛은 못 판다’ ‘덜 맵게 만들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일본에 없는 매운맛’이라는 점을 오랫동안 공략해왔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지금은 신라면을 모두 알 정도”라며 “일본 식문화에 한국 매운 맛을 대표하는 신라면이라는 브랜드를 심는 데 성공한 것으로, 하나의 문화로 정착한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 체험형 행사로 K라면 소비자 접점 확대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개막한 ‘2026 코리아 엑스포 도쿄’에서 농심이 ‘너구리’를 주제로 연 부스에서 방문객들이 라면을 시식하고 있다. 농심 제공

농심은 최근 ‘제2의 신라면’으로 너구리를 키우고 있다. 일본 10~20대를 겨냥해 너구리 캐릭터 이미지도 기존보다 동글동글하게 바꿨다. ‘신라면과 너구리 모두 매운맛이라 제품군이 겹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부사장은 “너구리는 면발에서 신라면과 차별성이 있다. 라면이지만 우동에 가깝다”며 “일본에서 판매되는 너구리는 매운맛과 순한맛 비중이 7대3으로 한국(9대1)보다 순한맛이 더 많이 판매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농심은 신라면을 ‘생활 속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 전 세계 주요 관광지와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신라면 분식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페루 마추픽추(1호점)에 이어 도쿄, 베트남 호치민, 미국 뉴욕 JFK공항 등 4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세계 3대 겨울 축제 중 하나인 ‘삿포로 눈축제’ 등에서도 시식 부스를 운영하고, 주요 도시를 누비며 거리에서 소비자를 만나는 ‘신라면 키친카’도 2013년부터 운행하고 있다. 놀이공원인 후지큐 하이랜드 내 푸드코너에서도 다음 달까지 신라면과 신라면툼바, 너구리 순한맛을 활용한 협업 메뉴를 판매한다.

농심은 오는 2030년까지 일본 매출을 500억엔으로 늘리고 매운맛 라면 시장 점유율을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일본 즉석 라면 시장에서 6위 수준인 농심 입지는 톱5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도쿄 |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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