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난세를 잘 넘어가는 지혜, 무필(毋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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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공자 공부를 하면서 그 사람의 가장 뛰어난 메시지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서슴지 않고 무필(毋必)이라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자의 무필(毋必)에 담긴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공자를 공부할수록 놀라게 되는 점은 현실을 명쾌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두려움 때문에 단순화된 진리로 도피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걸핏하면 진리(眞理) 운운하지만 공자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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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20년 넘게 공자 공부를 하면서 그 사람의 가장 뛰어난 메시지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서슴지 않고 무필(毋必)이라고 말한다.
이는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말이다. "스승님께서는 네 가지를 끊으셨다. 억측하지 않으셨고(무의·毋意,) 반드시 이래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고(무필·毋必,) 고집을 세우지 않으셨고(무고·毋固), 아집에 사로잡히지 않으셨다(무아·毋我)."
현대어로 오픈 마인드를 이보다 더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중에서도 무필(毋必)이란 '반드시 이래야 한다고(혹은 이래서는 안 된다고) 하지 않으셨다'는 뜻이다. 공자는 춘추시대를 살아낸 사람이다. 춘추시대였고 , 전국시대였고, 전란의 시대였다. 차이가 있다면 춘추시대는 '춘추 오패'라는 말이 있듯이 패권을 가진 제후가 있었고, 전국시대는 그런 패권 제후조차 없이 6국이 끊임없이 땅 따먹기 전쟁을 하던 시대였다.

오늘날 세계 정세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이패'에 가깝다. 나라 간 전쟁이 노멀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각국 지도자들도 판단 하나하나를 내리기 쉽지 않겠지만, 우리 같은 일개 민간인들 역시 세상 읽기가 결코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자의 무필(毋必)에 담긴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사람은 본성상 외부 현실이 어지러울수록 그것을 단순화해 진리로 삼으려는 경향을 갖게 된다. 이유는 하나, 그래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자기중심을 잃고 세상 흐름에 따라 오락가락 부침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공자를 공부할수록 놀라게 되는 점은 현실을 명쾌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두려움 때문에 단순화된 진리로 도피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자는 끊임없이 본질을 탐구하는 인간이었지만, 결코 하나의 확신을 찾아내려 하지 않았다. 이 점은 공자가 쓴 모든 글에 진(眞)이라는 글자가 없다는 데서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걸핏하면 진리(眞理) 운운하지만 공자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논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그가 풀이한 《주역》에도 참 진(眞)자는 부사로도 등장하지 않는다.
필자가 기존의 공자 풀이를 불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자는 난세를 만나면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가르쳤다. 《논어》 술이편이다. 공자가 안연(顏淵)에게 말했다. "(임금이 인재로) 써주면 행하고 (임금이) 버리면 숨어 지내는 것을 오직 너하고 나만이 갖고 있구나!"
자로(子路)가 말했다. "만일 스승님께서 삼군을 통솔하신다면 누구와 함께하시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맨몸으로 강을 건너려 하여(暴虎馮河) 죽어도 후회할 줄 모르는 사람을 나는 함께할 수 없을 것이니, 반드시 일에 임하여서는 두려워하고(臨事而懼) 모의를 잘해서 일을 성공으로 이끄는 사람과 함께할 것이다."
난세에 포호빙하(暴虎馮河)할 것인가? 임사이구(臨事而懼)할 일이다. 이는 대외 정세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에서도 여야 모두에 요구되는 태도라 할 것이다. 상대방을 절멸의 대상으로 여기는 언어들이 난무한다. 무필(毋必)의 지혜를 잊은 정치 지도자들이 여건 야건 너무 설쳐대니 국민은 안팎으로 불안할 뿐이다.
정치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은 확증편향으로 편가르기에 올라탈 것이 아니라 나도 틀릴 수 있다는 무필(毋必)의 지혜를 갖출 때 자신의 정신도 건강하고 우리 정치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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