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돌아온 늑구… 소고기 특식 먹으며 점차 기력 회복 중
‘성적 부진’ 대전 연고 프로팀 연이어 ‘승전보’
주요 외신도 일제히 보도... 늑구빵도 나와

지난 8일 대전 오월드 사파리에서 탈출했다가 17일 새벽 생포된 2살 수컷 늑대 ‘늑구’가 동물원에서 특식을 먹으며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탈출 기간 중 낚싯바늘까지 삼킨 늑구는 현재 별 이상 없이 건강을 회복하는 중이다.
늑구가 부모와 수컷 동생 등 가족이 있는 동물원으로 무사히 돌아온 직후 대전을 연고지로 둔 프로야구 및 프로축구 팀이 경기에서 승리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늑구 효과 때문”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 주요 외신들도 ‘국민 늑대’로 떠오른 늑구의 생환 소식을 일제히 소개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19일 오월드 등에 따르면, 늑구는 생포된 직후부터 현재 오월드 내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늑구의 건강 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태다. 현재 늑구의 체중은 탈출 전(30㎏)보다 3㎏가량 빠진 상태로 알려졌다. 동물원을 탈출해 야생에서 생활하는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늑구가 생포될 당시 몸무게가 35.8㎏으로 탈출전보다 4㎏가량 빠져 있었던 것에 비해선 상태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
생포된 늑구는 진료 과정에서 위장 안에 박힌 길이 2.6㎝ 낚싯바늘이 발견돼 내시경으로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다. 오월드 관계자는 “늑구가 야생 생활 도중 물가에서 물고기를 먹는 과정에서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 것으로 추정된다”며 “문제없이 제거한 상태”라고 했다.
현재 늑구는 정상적으로 먹이를 섭취하며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고 한다. 오월드 측은 소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늑구에게 평소 먹던 것(생닭 2마리 1㎏ 정도)보다 적은 양의 고기를 잘게 갈아서 먹이고 있다. 기존에 주던 닭고기에 더해 소고기도 함께 먹이는 특식이다. 오월드 측은 “늑구에게 소고기와 닭고기를 갈아 만든 650g을 먹이로 줬는데 남기지 않고 모두 먹었다”며 “늑구 상태를 지켜보면서 먹이는 양을 늘려갈 것”이라고 했다. 또 혹시 모를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먹이에 약물을 섞어 먹이고 있다고 한다. 늑구의 회복 상태에 따라 소간 등 고영양 먹이를 추가해 줄 예정이다.
늑구는 당분간 동물원 내 별도 공간에서 격리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늑구에게 외상은 없지만 야생에서 생활하는 동안 바이러스나 기생충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초기 혈액검사 결과에선 바이러스 감염 등 특이 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월드 측은 “바이러스 등의 잠복기를 고려해 최소 일주일 이상 늑구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지켜본 뒤 이상이 없을 경우에 다른 늑대들과 합사할지 여부를 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늑구와 가족 간의 재회는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오월드는 늑구가 탈출한 직후부터 운영이 중단됐다. 아직 운영 재개 시점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시설 재점검 등을 거쳐야 해서 동물원 운영이 재개되려면 최소 열흘 이상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유성구에 사는 주부 김모(43)씨는 “당장 달려가 늑구를 보고 싶지만 지금은 기력을 되찾는 게 우선”이라며 “동물원이 다시 문을 열면 자녀들과 함께 찾아가 늑구의 생환을 축하해줄 계획”이라고 했다.
늑구는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늑구를 향한 관심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전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연일 늑구의 소식과 함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유명 예능 프로그램 속 늑대를 합성한 사진이 등장하는가 하면, 오월드 방사형 사파리 운영 방식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늑구 효과’라는 말이 돌고 있다. 늑구가 돌아온 뒤, 최근 성적이 부진했던 대전을 연고지로 둔 야구 및 축구 프로팀이 연이어 승리하자 나온 말이다. 앞서 ‘늑구도 돌아왔으니 이제 한화의 불펜 제구만 돌아오면 되겠다’는 웃지 못할 농담이 나왔다. 이어 늑구가 살아 돌아오면서 열광하는 분위기 속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18일 부산 원정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이겼다. 또 같은 날 프로축구팀 대전 하나시티즌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서울팀을 1-0으로 꺾었다. 하나시티즌은 최근 3연패에 빠져 있었다.
생포 직후 SNS를 통해 늑구 상태를 상세히 공유한 이장우 대전시장은 ‘늑구가 돌아오니 축구, 야구 모두 승리했네∼’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그러자 대전 시민들은 “한화울브스로 이름을 바꿔야” “늑구는 대전의 승리 요정” “꿈돌이에 이어 늑구 마스코트도 만들어달라”는 등의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전의 한 전자제품 대리점은 전광판을 통해 내보내던 ‘늑구야 돌아와’ 메시지를 생포 이후에는 ‘늑구야 돌아와서 고마워’로 바꿔 올리고 있다.
대전 빵집 ‘하레하레’는 18일부터 늑구 무사 귀환을 기념하는 ‘늑구빵’을 출시해 도안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출시 이틀째인 이날 생산된 약 50개의 늑구빵은 오전에 모두 팔렸다. 늑구빵을 사러 왔다가 매진돼 헛걸음하거나 늑구빵 관련 전화 문의를 하는 등 고객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외신인 BBC와 CNN, 로이터통신 등은 ‘늑구의 생환’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BBC는 ‘한국에서 9일간 도망치던 늑대가 마침내 잡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두 살배기 늑대 늑구(Neukgu)가 전국적 관심을 받으며 9일간 수색 끝에 생포됐다”며 “수백 명의 인력이 투입됐지만 늑구는 포위망이 좁혀질 때마다 번번이 빠져나갔다”는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그러면서 “늑구는 ‘결코 갇혀있으려 하지 않는 늑대’이자 ‘자유의 상징’으로 불렸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늑구 사건이 한국 사회 전반의 관심을 끌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온라인 게시판과 소셜미디어에서 늑구 포획 소식이 화제가 됐다”면서 일부 네티즌이 늑구를 ‘동물원의 명예 홍보대사’라고 부르며 재개장 시 방문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늑구 이름을 딴 암호화폐 밈코인(meme coin)까지 등장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CNN은 늑대 생포 이후 반응에 초점을 맞춰 “소셜미디어에는 ‘돌아온 걸 환영해’, ‘늑구야, 밖은 위험해’ 등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며 “동물원이 재개장하면 늑구가 큰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오월드를 관리하는 대전도시공사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 중이다. 외부 전문 기관과 합동으로 시설 및 운영 시스템 전반에 대해 점검을 벌여 문제점이 확인되면 즉시 개선할 방침이다. 이번 늑구 탈출 사태로 시민들의 불안을 유발한 만큼 동물 사육장 내부 탈출 방지 대책뿐 아니라 동물원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안전 장치를 보강할 계획이다. 동물원 측은 늑대 사파리 등에 있는 철조망 울타리를 보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동물원 외곽 경계에 있던 기존 2~3.5m 높이 외부 철조망 울타리에 더해 높이 4m 울타리를 추가로 세워 안전장치를 강화할 예정이다.
정국영 대전도시공사 사장은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겠다”고 했다.
지난 8일 오전 오월드 사파리 철조망 아래 땅을 파고 탈출한 늑구는 탈출 9일 만인 지난 17일 생포됐다. 수색 당국은 대전 중구 안영동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IC 부근에서 늑구를 발견하고 포획에 나섰다. 이어 30분 만인 17일 오전 0시 44분 안영IC 인근 수로에서 늑구를 생포했다. 당시 수의사가 약 20m 거리에서 마취총을 쏴 늑구의 뒷다리 부위를 맞혔다. 늑구는 비틀거리며 400~500m를 달아나다 수로에 빠졌고, 수색 대원들이 구조했다. 이어 오월드 내 동물병원으로 응급 이송된 늑구는 동물원과 국립생태원에서 파견된 수의사들의 보호 속에 같은날 오전 4시쯤 뒤 마취에서 깨어나 회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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