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의 색깔을 보라!

방민준 2026. 4. 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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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은 멀리서 보면 늘 비슷해 보인다.

골프장에서 그린이 한 가지 초록이 아니듯 삶의 하루하루도 단일한 색으로 규정할 수 없다.

라운드를 마치고 해 질 무렵의 골프장을 바라보면 그린은 더 이상 낮의 초록이 아니다.

골프는 오늘도 조용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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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칼럼과 관련 없는 참고 이미지입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골프장은 멀리서 보면 늘 비슷해 보인다. 초록 페어웨이, 흰 벙커, 파란 하늘.



그러나 막상 라운드를 해보면 같은 코스라도 날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빛의 각도에 따라 페어웨이의 초록은 짙어지고, 그린의 색은 미묘하게 달라진다. 골프는 단순한 거리와 숫자의 게임이 아니라 색깔을 읽는 게임이다.



 



초보 골퍼는 공만 본다. 그리고 클럽을 고른다. 그러나 경험이 쌓일수록 눈은 점점 다른 곳을 향한다. 그린의 색이 진한지 옅은지, 러프의 초록이 살아 있는지 말라 있는지. 같은 잔디라도 색이 다르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진한 초록은 물기를 머금고 있어 공의 구름을 잡고, 바랜 그린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인생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흔히 상황을 흑백으로 나눈다. 성공이냐 실패냐, 잘했느냐 못했느냐. 그러나 현실은 단순한 흑과 백 사이에 수없이 많은 스펙트럼의 색이 존재한다. 골프장에서 그린이 한 가지 초록이 아니듯 삶의 하루하루도 단일한 색으로 규정할 수 없다.



 



성적이 좋지 않은 라운드에도 색깔은 있다. 보기로 끝난 홀에도 과정의 색이 남아 있다. 무리하지 않고 레이업한 선택, 벙커를 피한 판단, 퍼팅 라인이 조금 어긋났을 뿐인 아쉬움. 스코어 카드에는 숫자만 남지만 그 안에는 분명 다양한 색이 스며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색을 보지 않으려 한다는 데 있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과만 놓고 하루를 평가하면 많은 날들이 회색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옅은 파랑의 인내도 있고, 연한 노랑의 희망도 있으며, 짙은 초록의 성실함도 숨어 있다.



 



골프를 오래 친 사람일수록 색에 민감해진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그 이면의 미묘한 차이를 읽어낸다. 그래서 무리한 풀샷 대신 절제된 스윙을 택하고, 공격 대신 안전을 고른다. 직진을 피하고 둘러 갈 줄도 안다. 색을 읽을 줄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골프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점수로만 채점되지 않고 색으로 기억된다는 것. 오늘 하루가 눈부시게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탁하지 않은 색이면 충분하다. 내일 또 다른 색을 입힐 수 있으니까.



 



라운드를 마치고 해 질 무렵의 골프장을 바라보면 그린은 더 이상 낮의 초록이 아니다. 그 시간만의 색이 있다. 인생도 다르지 않다. 지금의 색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 색이 다음 장면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골프는 오늘도 조용히 말한다. 숫자에만 집착하지 말고 색깔을 읽어보라고.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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