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삼성전자, 초격차의 조건은 ‘시장 지배력’이다 [권상집의 논전(論戰)]
업황 아닌 역량으로 증명해야…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관건
(시사저널=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
단일 분기 매출 100조원과 영업이익 50조원은 전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기업이 갈망하는 '꿈의 숫자'다. 삼성전자가 마침내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올해 1분기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영업이익만 따져보면 대한민국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도 5조원이 남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명실상부한 '초격차' 성과다.

'10배 뛴 D램 가격' 슈퍼 호황에 올라탄 삼성
불과 1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의 미래를 낙관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 시장 전문가들과 경제 유튜버들은 삼성전자 투자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가는 5만~6만원 박스권에 갇혔고 실적 또한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급기야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체질 개선과 조직문화 혁신을 언급하며 삼성전자를 원점에서 고쳐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당시 여론은 의심의 물음표를 던졌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1년 만에 느낌표로 화답했다.
기업의 기초체력과 역량을 파악할 때 살펴봐야 할 핵심 지표는 영업이익이다. 회사가 사업을 통해 창출하는 이익이기에 본업(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번 영업이익의 90% 이상인 54조원이 반도체 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D램에서만 약 41조원을 남기며 강력한 메모리 역량을 증명했다.
IT 기기 수요가 줄어드는 1분기에 메모리 D램의 수익이 높다는 건 외부 환경이 변화했다는 시그널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브랜드 가치 최상위를 다투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올인하고 있고, 이들이 투자한 금액은 한화 기준 수백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는 D램에서 41조원의 이익을, 낸드플래시에서 10조원의 이익을 남겼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열기가 성과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데이터센터 증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은 오르는 법이다. 지난해 1월 D램 고정거래 가격은 1.3달러에서 올해 3월 13달러까지 치솟았다. 정확히 10배로 뛰었다. 같은 기간 낸드는 2.2달러에서 17.7달러로 8배로 상승했다. 1년 전 5만원이던 삼성전자 주가가 20만원으로 4배로 뛴 현재도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이유다. 수요 구조의 변화는 삼성전자의 이익을 대변한다.
전 세계적으로 올 1분기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거둔 회사는 애플(509억 달러), 엔비디아(443억 달러), MS(383억 달러)뿐이다. 달러 기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380억 달러임을 고려할 때, 애플과 엔비디아를 제외하면 대다수 글로벌 기업의 재무 성과를 압도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Interbrand)는 지난해 글로벌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삼성전자를 2024년과 동일한 5위에 올렸다. 삼성전자의 현재 기상도는 '쾌청'하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실적을 반도체 초호황과 AI 수요 폭발이 겹친 역대급 외부 환경 탓이라고 깎아내리는 이도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연말부터 승승장구하며 떨어질 줄 모르던 삼성전자 주가는 구글 리서치가 터보퀀트(TurboQuant)를 공개한 3월26일 4.7% 하락했다. 터보퀀트가 메모리 사용량을 최소 6배 이상 줄이고 같은 AI 모델을 돌리는 데 필요한 메모리가 훨씬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과 분석 때문이었다.
이 상징적 사건은 삼성전자의 미래가 극복해야 할 구조적 약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외부 환경 변화는 영업이익을 단기간에 폭발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지만 지속 가능성은 내부 역량에서 비롯된다. 삼성전자가 강점을 보이는 메모리 사업은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호황 →공급 과잉→가격 하락→이익 급감'이 늘 반복된다. AI 특수와 슈퍼사이클이라는 로또를 한 번 맞힐 순 있어도 연속으로 맞히기는 어렵다.
엔비디아 넘으려면 생태계 장악해야
국내 언론은 삼성전자의 이익 규모가 조만간 엔비디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지만 AI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가격을 통제하고 설정할 수 있다. 즉 시장을 자신들의 패권 체제로 운영할 수 있는 초격차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늘 시장 변화에 따라 결정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에 의존한다. 공급자의 힘만 유지해온 기업은 언제든지 패러다임을 장악한 기업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에 노출된다.
AI 호황 속에서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은 GPU,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등 하드웨어 중심의 수익만 올린다. 올해 1분기에도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은 여전히 1조원 중반대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AI 분야의 진짜 수익은 플랫폼, 서비스, 생태계 등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 삼성전자가 현재(수익성)를 넘어 미래(초격차)로 가려면 시장 지배력을 키워야 한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중국에 다수의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을 수요와 공급의 핵심 거점으로 고려하고 있기에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갈등과 지정학적 위기에 휘말릴 수 있다. 미국, 대만, 중국 모두 반도체를 경제와 산업을 넘어 국가안보로 규정하고 반도체 자립에 뛰어든 상황이다. 스마트폰은 산업의 성숙기에 도달해 있고 비메모리는 삼성전자의 미래가 되기 위한 두 번째 축이 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이번에 거둔 국내 기업 역사상 최고의 성과 역시 AI 데이터센터에 관한 글로벌 기업의 대규모 투자라는 외부 파도에 올라탔기에 가능했다. 메모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느냐, HBM(고대역폭메모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느냐가 성과와 주가를 결정하는 지금 상태로는 미래를 확신하기 어렵다. 시장의 눈높이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40만원으로 상향했다. 현재 거둔 A+ 성적표를 미래에도 유지하려면 업황이 아닌 고유의 초격차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입증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