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광고]세대와 함께 변신한 '바나나맛 우유'

윤서영 2026. 4. 19. 13: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에서 'Z세대 감성'까지 자극
시대 변화에 따른 콘텐츠화…경험 소비 확장
국경 넘은 K라이프스타일…글로벌 공감 연결
/그래픽=비즈워치
[그때 그 광고]는 우리나라 식품유통업계의 광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광고들을 소개하고 그 뒷 이야기들을 펼쳐보는 콘텐츠입니다. 꼴찌 브랜드를 단숨에 1위로 만든 '최고의 광고'부터 잘 나가던 브랜드의 몰락을 불러온 '최악의 광고'까지, '광고의 정석'부터 '광고계의 이단아'까지. 우리의 인상에 남았던 여러 광고 이야기를 나눠 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추억의 광고는 뭔가요? 혹시 이 광고 아닌가요.[편집자]

어머니의 사랑

한 남자가 기지개를 켜며 냉장고 앞으로 걸어간다. '한밤중에 출출해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노래 가사에 맞춰 바나나맛 우유가 냉장고에서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이어 '어머니 나를 위해 채워 넣으셨나보다' 노랫말 위로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사랑입니다'라는 내레이션이 흘러 나온다.

요즘 젊은 세대가 이 노래를 모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지난 1983년에 발표된 노래 '어머니와 고등어'가 원곡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가사는 '한밤 중에 목이 말라'로 시작해 냉장고에 어머니께서 소금에 절여두신 고등어가 있는 걸 발견하는 설정이었죠. '어머니의 사랑'을 고등어로 표현한 곡입니다.

/사진=빙그레 제공

빙그레가 2004년, 수십 년이 지난 이 노래를 개사해 바나나맛 우유 광고에 활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품을 단순한 음료가 아닌 '어머니가 챙겨주신 따뜻한 간식'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제품이 냉장고에서 넘쳐흐르듯 쏟아지는 장면으로 어머니의 사랑을 시각적으로 연출했고 풍성한 만족감까지 하나의 감정적인 장면으로 담아냈습니다.

이런 감성 전략이 적중한 걸까요. 바나나맛 우유는 우리 일상에서 일종의 '감정 트리거'로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이 중 바나나맛 우유에 담긴 가장 많은 추억이 '목욕탕'일 겁니다. 어린 시절 엄마 손에 끌려간 목욕탕에서 바나나맛 우유를 사달라고 조르던 기억은 많은 이들에게 공통된 경험일 겁니다. 목욕탕을 다녀온 대가로 마시는 바나나맛 우유의 달콤한 맛은 자연스럽게 행복한 기억으로 축적됐습니다.보는 경험

그렇게 어머니의 사랑을 강조해오던 바나나맛 우유의 광고 전략은 시대 변화에 맞춰 진화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과의 결합인데요. 이 광고는 기존 메시지를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콘텐츠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소비자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보는 경험'까지 함께 소비하도록 만든 겁니다.

/그래픽=비즈워치

당시 바나나맛 우유의 새로운 CF는 가수 채연의 노래 '둘이서'를 패러디해 '나나나송'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가사를 제품에 맞게 바꿔 '바나나나 바나나나맛 우유'로 바꾼 게 특징입니다. 반복적이고 쉬운 멜로디를 활용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게 만들었고, 이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최근에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요. 바나나맛 우유는 TV 속 화면에만 머물지 않고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 맞춰 더욱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빙그레는 2019년 바나나맛 우유 유튜브 채널 '안녕 단지'를 개설하며 브랜드와 소비자 간 지속적인 소통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이듬해 'Z세대의 아이콘' 가수 비비와 고객의 목소리를 모아서 만든 뮤직비디오 영상은 559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변하지 않은 건

지난달 공개된 광고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반영했습니다. 바나나맛 우유는 "똑같을까? 다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무가당 제품의 출시를 알렸습니다. 기존 오리지널 제품과의 맛 차이에 대한 논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게 핵심인데요. 이를 접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는 반응이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제품 경험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간결한 질문 하나로 호기심을 자극한 셈이죠.

이 모든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건 '감정의 일관성'입니다. 바나나맛 우유는 과장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과 '정서적인 공감'에 집중해 왔습니다. 시대에 따라 표현 방식은 달라졌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순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세대를 관통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진=윤서영 기자 sy@

이런 흐름은 이제 국경을 넘어 확장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대표 우유'로 불리던 바나나맛 우유는 외국인에게도 'K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 소비자 사이에서는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접한 장면을 계기로 제품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축적해 온 감정 자산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처럼 바나나맛 우유가 '장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늘 같은 자리에서 시대의 변화에 맞춰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거듭하면서도 본질적인 감성을 지켜낸 결과 소비자들은 그때 그 시절 광고를 떠올리지 않아도 제품에 담긴 달콤한 기억과 편안하고 익숙한 감정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바나나맛 우유가 세대를 넘어 글로벌로 사랑받게 된 이유일 겁니다.

윤서영 (sy@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