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애통합놀이터 도내 8곳뿐… 놀기 어려운 장애아동들
공간 넓고 기구 커 비장애인 아동들도 선호
일반놀이터의 4배… 비용 문제로 확산 어려움
차선 노후 시설 ‘유니버셜 디자인’ 리모델링
예산 제한에 장애 특성 충분히 반영 안되기도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이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놀이가 인지·언어·정서 발달을 촉진하고,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과 사회성을 키우며 공동체 경험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 아동들에게 놀이는 여전히 먼 이야기다. 치료와 학습이 일상이 된 아이들에게 놀이의 즐거움을 온전히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물리적인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세계장애인의날(20일)을 맞아 경기도 장애 아동들의 ‘놀 권리’를 짚어본다.
■ “놀이인지 학습인지 헷갈렸다”
지난 17일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김선경(40)씨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 시현(10)군과 ‘놀아준다’는 개념이 늘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시현이는 한창 뛰어 놀 나이지만, ‘놀이치료’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놀이마저 발달 수준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무엇이 놀이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김씨는 “아이가 또래보다 발달이 느리다 보니 놀아주는 과정에서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가르치려 하거나, 답답함에 화를 낸 적도 있었다”며 “장애 아동 부모 교육 역시 아이와의 소통 방법이나 문제 행동 대응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아이와 노는 것조차 학습 경험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현군이 또래와 어울리고 싶어 한다는 점은 분명했다. 김씨는 “놀이터에서 또래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느끼면 시무룩해져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할 때가 종종 있었다”며 “특히 ‘심심하다’고 표현하며 다가올 때 놀이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이후 발달장애 아동 놀이 교육을 통해 ‘놀이의 주도권은 아이에게 있다’는 점을 배우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아이에게 하고 싶은 것을 맡기고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곧 놀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특히 의사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순간들이 생기면서 놀이를 통해 표현력과 사회성이 향상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 턱없이 부족한 무장애 통합놀이터
그러나 장애 아동들이 외부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한정적이다.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무장애 통합놀이터는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도록 턱을 없애고 보행로를 넓히는 등 편의성을 높인 공간이다. 하지만 경기도에는 올해 준공 예정인 곳을 포함해도 8곳에 불과하다.
17일 오후 광명시 소하동 꽃향기 어린이공원을 찾았을 때, 통합놀이터에는 하교 후 모인 비장애 아동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손자와 자주 이곳을 찾는다는 이병삼(61) 씨는 “공간이 넓고 놀이기구도 크다 보니 다른 놀이터보다 이곳을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통합놀이터가 장애 아동뿐 아니라 비장애 아동에게도 유용한 공감임을 보여준다.
무장애 통합놀이터가 확대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비용이 꼽힌다. 현재 8곳 중 시·군이 자체적으로 조성한 곳이 5곳(수원 2, 화성 1, 광명 1, 부천 1)이며, 도비 지원을 받아 공모 방식(도비3 시비7)으로 조성된 곳은 3곳(구리1·용인2)에 그쳤다.
도 관계자는 “일반 놀이터 조성에는 2억 5천만원이 들지만, 무장애 통합놀이터는 10억원 가량이 투입돼 시·군의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조성한 곳들은 수년 전 선제적으로 추진된 사례가 대부분으로, 최근에는 지원 사업을 통해 확대하려 해도 수요 부족으로 사업 지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 리모델링 통한 대안
경기도는 대안으로 아이누리놀이터 사업을 통해 노후 놀이터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완전한 무장애 놀이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문가 자문을 반영해 장애 여부나 국적과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230곳이 조성됐으며 올해도 16곳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는 장애 아동 부모들이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씨는 “놀이터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추락 위험이 적은지 여부”라며 “공간이 넓은 곳을 찾아서 군포나 의왕 등 인근 지역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집 근처에서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리모델링 과정에서도 과제가 남아 있다. 제한된 예산으로 놀이시설이 축소되거나 설계 업체의 이해 부족으로 장애 아동의 이용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남진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국장(경기아이누리놀이터 자문위원)은 “예산이 제한적이다 보니 보행로와 접근로 등 기본 인프라 구축만으로도 비용이 소진되는 경우가 많다”며 “설계 단계에서 자문이 이뤄지더라도 장애 아동 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관련 교육과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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