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정원에 17명 빽빽...한계 이른 안양교도소 가보니

교정(矯正)은 틀어진 것을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 사람당 허용된 면적이 1.5㎡밖에 되지 않는 이 방 안에서 인간은 그저 더 삐딱하게 구부러질 뿐이었다. 인간이 몸을 놓는 일조차 혼자 결정할 수 없었다.
19일 경기 안양교도소. 이곳은 1963년 문을 열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정시설이다. 전직 대통령인 전두환 씨와 이명박 전 대통령,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등도 거쳐갔다. 취재진들도 안양교도소 철창 안에 들어가 체험해봤다. 기자 등 17명이 배정받은 공간은 26.18㎡의 방이었다. 이 방의 정원은 9명인데 평상시 15~17명이 수용된다.
이곳에서는 생존의 기본 단위인 ‘거리’가 소멸했다. 점심시간에 배식받은 식판을 내 바로 앞에 둘 공간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가장 평범한 행위 가운데 하나여야 하는데 겨우 해내야 하는 일이 됐다.
누군가 자세를 바꿀 때 타인의 몸이 나를 스쳐 왔다. 사회였다면 가벼운 사과로 넘어갔을 사소한 접촉들이 이곳에서는 날 선 칼날이 되어 신경을 긁어댔다. 15명이 누웠는데 방 안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일부는 다리를 제대로 뻗지 못했다. 잠을 잘 수 없는 환경이었다. 조사·징벌방은 더 참혹했다. 수용자들이 남긴 글자로 가득했다. 곰팡이는 벽을 타고 번져가고 있었다. 수세식 화장실 문을 열자 악취가 풍겨왔다.

몸이 제 자리를 얻지 못하니 마음도 제 자리를 잃었다. 삶을 돌아보겠다는 마음은 연기처럼 흩어졌다. 이 날 체험을 함께한 박준석 안양교도소 교위는 “아침에 다툼이 많이 일어난다”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화장실이 붐비는 문제 때문에 재소자들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노의 화살은 창살 너머 교정직 공무원들에게 향했다. 교도관들이 전달하는 몇 마디 지시 사항은 방의 밀도 높은 불쾌감과 만나 피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로 다가왔다. 속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반발심이 이유 없이 치밀었다. 김효일 안양교도소 교도는 “공무원들이 재소자에게 공격을 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자들이 체험한 안양교도소 뿐만 아니라 전국 교도소가 과포화상태다.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률은 17일 기준 126.1%다. 정원 5만 614명 가운데 6만 3842명을 수용한 상황이다.
교도소의 과밀수용은 교정 공무원을 번아웃으로 밀어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의 ‘2024년 교정공무원 정신건강 실태분석’에 따르면 교도관 가운데 50.1%가 직무 스트레스 요인으로 ‘과밀 수용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량과 인력 부족’을 꼽았다. 1인당 담당해야 하는 재소자들이 늘며 스트레스가 축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빡빡한 공간에서 재소자들끼리 갈등이나 교도관에게 분풀이 하는 경우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윤창식 안양교도소장은 “수용실 밀도가 높아지면 교정에 투입될 교도관의 피로도가 높아져 교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과밀수용 환경이 재범률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결국 사회 전반적으로 범죄가 늘며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수용 체험을 함께 하며 “재범률을 떨어뜨리면 줄일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이 수조 원 수준이 될 텐데 교정·교화가 안되는 상황”이라며 “교정은 국가 안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마약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크다며 과감한 예산투자도 필요하다”며 “교정직 공무원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과밀 수용 등 전반적인 교정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도소 리모델링과 증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교도소를 혐오시설로 인식해 신설 등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예산 편성에서도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를 위해 법무부 교정본부의 교정청 격상 등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교정본부를 교정청으로 승격하거나 교정본부에게 더 많은 주도권을 주면서 다른 기관들과 협상력을 높여 다른 기관들의 협조 수준을 더 높이는 형태로 범국가적 공동대책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교정시설에 대한 국민적 혐오의 수준을 감소시키고 상쇄할 만한 법조타운의 설립 등 대안들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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