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 17명 대변소리에 눈뜬다…교도소가 군대보다 낫다고?

■"12년 도덕 수업보다 웹툰 한 편이 낫다"
10년 전 대한민국 커뮤니티를 그야말로 뜨겁게 달궜던 웹툰이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교도소 일기'.
그림을 그린 이는 실제 술집 시비 끝에 흉기로 위협을 가하다 구속된 인물이었는데,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본인의 '옥살이'를 적나라하게 그려냈습니다.
처절한 감방 생활을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그림체로 묘사했지만, 경험자만 알 수 있는 섬세한 고증은 실감 나다 못해 서늘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독자들의 공통된 반응은 하나였습니다.
"초중고 12년 동안 배운 도덕 수업보다 이 만화 한 편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더 확실히 심어줬다."
법조인들조차 '명작'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던 이 웹툰,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의 교도소는 어떤 모습일까요.

■"수감번호 1990번"…직접 들어가 보니
직접 교도소 담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취재 목적이었지만 절차는 가차 없었습니다.
수감번호를 부여받는 순간, 사회의 온기가 남은 옷가지는 바구니에 던져졌습니다.
속옷부터 양말까지 갈아입고, 말로만 듣던 '○○ 검사'까지 마주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가족에게 구속 사실을 알리겠느냐는 문서에 지장을 찍는 순간, 이름 석 자는 사라지고 '1990번'이라는 수감번호 숫자만 남았습니다.

흰색 고무신을 신고 들어선 복도는 1960년대를 연출한 세트장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60년대 시설을 그대로 간직한 채 낡아버린 날 것 그대로의 현장이었습니다.
"신입 들어간다!"
외침과 함께 연두색 철창이 열리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방 한가운데는 이른바 '조폭'을 상징하는 노란색 명찰을 단 방장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10년 전 웹툰에서 보았던 그대로였습니다.

■8평에 장정 17명…'마운자로'가 필요 없는 밥맛
혼거실 8평 남짓한 좁은 방에는 장정 17명이 엉겨 붙어 있어야 했습니다.
가장 곤혹스러운 건 생리현상이었습니다. 화장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라, 꼼짝없이 남들에게 대소변을 생중계해야 하는 상황.
여기에 17명이 뿜어내는 호르몬과 발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우니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습니다.
군대는 문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라도 있지, 이곳은 운동 시간과 접견을 제외하면 24시간 이 좁은 방에 갇혀 지내야 합니다.
"배식!"
복도에 울려 퍼지는 짧은 구호와 함께 식사가 시작됐습니다.
사람 얼굴 하나 간신히 들어갈 구멍을 통해 흰색 플라스틱 통에 담길 밥과 반찬이 들어왔습니다.

폭행, 자해 등 염려 때문에 은색 식기류는 구경도 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플라스틱뿐. 국을 푸는 국자는 약수터에서나 볼 법한 빨간 바가지였습니다.
수감복 탓인지, 60년 묵은 곰팡이 냄새 탓인지 입맛은 순식간에 달아났습니다. 비싼 다이어트약 '마운자로'가 필요 없을 정도였습니다.
진짜 문제는 설거지였습니다. 두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차는 화장실에서 쪼그려 앉아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참으며 그릇을 닦았습니다.
게다가 모든 방이 동시에 설거지를 시작하니 물이 끊겼습니다.
누군가 '볼일'을 보는 바로 옆에서 설거지를 멈추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 화장실의 용도가 이토록 다양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교도소의 아침은 새벽 5시에 시작된다
교도소에서 가장 많이 싸우는 시간은 '아침'입니다. 공식 기상은 6시 반이지만, 수용자들은 새벽 5시부터 눈을 뜹니다.
이유는 단 하나, 화장실 전쟁 때문입니다. 10여 명이 차례대로 대소변을 해결하려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가뜩이나 예민한 아침, 잠을 청하는 이들 옆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다 보면 소리와 냄새를 둘러싼 갈등이 폭발합니다.

참고 싶어도 참을 수 없는 본능이 8평 좁은 방을 전쟁터로 만드는 셈입니다.
■"이대로라면 교화(Correction)가 아니라 악화"
잘못을 저질렀으면 합당한 벌을 받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교정을 뜻하는 영어 단어 'Correction'은 '수정'과 '바로잡음'의 의미입니다.

형벌만큼 중요한 건 이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우리 이웃이 되었을 때 다시 죄를 짓지 않게 만드는 '교화'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의 환경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1960년대 지어진 시설 그대로를 방치하는 것은 벌을 주는 것을 넘어, 멀쩡한 사람도 나쁜 마음을 먹게 하거나 없던 정신질환까지 생기게 할 만큼 열악합니다.
무조건 시설을 좋게 만들자는 게 아닙니다. 제대로 된 교정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교정본부 직원들의 목적이 구현될 수 있는 '최소한의 접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의 전쟁, 교도관도 "살려주세요"
경찰, 소방과 함께 '4대 제복 공무원'의 한 축인 교도관. 하지만 이들의 삶은 높디높은 담장 안에 철저히 고립되어 있습니다.
근무지인 담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외부와의 유일한 통로인 휴대전화조차 사용할 수 없는 '단절' 그 자체의 삶입니다.
도심 외곽, 일반인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자리 잡은 근무 환경 탓에 사회적 관심은커녕 처우 개선 논의에서도 매번 후순위로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직접 감방 생활을 체험하며 이들의 민낯을 마주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군인은 전쟁이 터져야 싸우지만, 교도관은 수감자들과 24시간 1분 1초 상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단독] ‘인분 투척’에도 “대책 없다”…교도소는 무법지대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6/0012162253?sid=102
최근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정 공무원의 19.6%가 정신건강 위험군입니다.
다섯 명 중 한 명은 마음이 아픈 상태로 수감자들을 대하고 있는 겁니다.
"나는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사람들이 나를 보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작가 랠프 엘리슨이 쓴 『보이지 않는 인간』의 한 구절처럼, 우리는 그동안 담장 안의 삶을 외면해 왔는지 모릅니다.
더 건강한 사회를 위해, 그리고 언젠가 우리의 이웃이 될 이들의 교화를 위해 교정 시설의 환경 개선과 교도관의 처우 개선은 이제 미룰 수 없는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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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준 기자 (universe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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