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냄새, 벌레, 더위’ 콩나물시루 교도소 하루하루가 전쟁터…한계에 달한 교정시설 [세상&]
60년 전에 멈춰 있는 한국 교정
교도관은 범죄자로부터 피고소·고발 압박
교정 공무원 정신건강 적신호
![안양교도소 징벌방 모습. [법무부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9/ned/20260419120234413kfsr.jpg)
[헤럴드경제(안양)=최의종 기자]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삼십일명 이상 무”
지난 15일 오전 경기 안양 안양교도소. 일일 수용자 체험을 위해 청사 내부로 들어가자, 교정공무원이 인원을 세며 크게 외쳤다. 1912년 만들어진, 경성 감옥이 기원인 안양교도소는 1946년 마포 형무소로 바뀌었다가 1963년 현재 위치로 이전하면서 지금 이름을 갖게 됐다. 사람으로 따지면 이순(耳順)이 지난 셈이다.
60년이 넘은 교정시설인 만큼 건물 외관은 낡은 인상을 물씬 풍겼다. 안양교도소 부지는 36만9124㎡(11만1660평)이지만, 건물은 4만26㎡(1만2107평)으로 굉장히 밀도가 높다. 수용정원은 1700명이지만 전체 수용인원은 2300명으로 주간 보안과 근무자 1명당 최소 50명에서 최대 100명을 관리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교정시설 정원은 5만614명이다. 하지만 일평균 수용인원은 6만3680명으로 수용률은 125.8%에 달했다. 수용률은 2016년 이후를 보면 100% 이상을 매년 기록했다. 2016년 121.2%였다가 2021년 106.9%, 2022년 104.3%로 줄었으나 2023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초록색 의자에 앉아 본격적인 입소 절차에 들어갔다. 교정공무원은 생년월일과 직업 등을 물으며 신원을 확인했다. 이후 기결수를 뜻하는 파란색 수용복으로 환복했다. 왼쪽 가슴에서 머무는 방을 뜻하는 ‘6 상 2’라는 표식이, 오른쪽 가슴에는 수용번호를 뜻하는 ‘6263’ 표식이 붙었다. 옷을 갈아입자, 교정공무원은 교도소에 들어가는 사실을 가족에게 알릴지 묻기도 했다.
가슴에 붙은 표식은 파란색이다.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됐다는 의미다. 하얀색은 일반 수용자, 노란색은 중범죄자를 뜻한다. 통상 입소 절차는 1인당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는 것이 교정공무원 의 설명이다. 교정공무원 2명을 포함한 17명이 24.61㎡(약 7.4평) 규모의 방에 들어갔는데, 답답한 마음부터 들었다.
방 내부에는 옷걸이를 변형시켜 만든 악력기와 전동면도기를 불법 개조해서 만든 휴대용 선풍기 등이 있었다. 교정공무원은 수용자들이 간혹 생수 1ℓ 묶음으로 운동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화감을 줄 수 있어 자제시킨다고 말했다. 벽에는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드러내듯 낙서와 외설적인 사진이 부착돼 있다가 떼어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
![15일 경기 안양 안양교도소에서 진행된 일일 수용자 체험 모습. [법무부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9/ned/20260419120234721okcr.jpg)
바닥은 이제는 도시에서 잘 보기 힘든 노란 장판이 깔려있었다. 벽은 도배한 지 수십년은 됐을 것 같이 갈라진 모습과 테이프로 임시 조치한 흔적이 눈에 띄었다. 그래도 TV는 있었는데 기결수가 수용된 곳은 TV가 없다는 것이 교정공무원 설명이다. 방 내부에서는 낮에는 누울 수도 없다고 한다.
점심시간이 되자 ‘배식’이라는 큰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문 옆 작은 공간을 통해 플라스틱 통에 밥과 된장국 등이 담겨 들어왔다. 문제는 식사 후였다. 정말 협소한 화장실에 있어 제대로 물도 나오지 않은 수도꼭지를 통해서만 해야 하는 설거지다. 방 내부에서 자연스레 생긴 서열이 낮은 수용자는 어김없이 설거지를 전담할 수도 있다고 한다.
몇 시간 있어 보니 여름은 더 지옥일 것으로 생각했다. 4월 중순 치고 고온인 이날도 열기가 조금씩 느껴지는데 한여름에는 선풍기 한 대에 17명이 더위를 견뎌야 한다. 교정공무원은 매일 아침이 전쟁이라고 설명했다. 세면만 해도 인원이 많아 3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래서 오전 5시에 기상하는 수용자도 있다고 한다.
교정공무원은 2인 1조로 징벌방도 공개했다. 징벌방 상황은 더 열악했다. 1평 규모 방에 2명이 눕게 되면 살을 부대낄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냄새와 벌레다. 바로 재래식 변기가 있는데 물을 내리는 장치가 없어 수도꼭지로 용변을 흘려보내야 했다. 봄철인데도 하루살이 여러 마리가 돌아다녔는데, 여름은 더 심할 듯했다.
‘변하지 않고 똑같이 살거면 죽자. 제발’. 수용시설 벽에 적혀있는 문구다. 교정시설은 형무소에서 교도소로 이름이 바뀌며 교화와 재활, 사회복귀를 목표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범죄를 저질러 유죄가 확정돼 국가가 수용하지만 궁극적으로 교정·교화를 목표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자기를 만들거나, 쇼핑백을 만드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15일 경기 안양 안양교도소에서 일일 수용자 체험 모습. [법무부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9/ned/20260419120235009avrl.jpg)
안양교도소는 인문학과 긍정 심리 등의 교육이 진행되는 ‘집중인성교육’과 건전한 사회복귀를 돕는 ‘석방 전 교육’, 검정고시와 학사고시를 운영하는 ‘학과 교육’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재범 방지를 위한 수용자 교육·교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성폭력·마약류 사범 치유 목적 심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외부 전문가도 초빙한다.
하지만 시설 환경 자체가 열악하다 보니 교정이 되겠냐는 목소리도 있다. 당장 교정·교화를 주도하는 교정공무원 근무 환경도 녹록지 않다. 심지어 수용자로부터 피고소·고발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만해도 직무유기 등으로 고소·고발된 사례가 763건에 달한다. 처분으로 보면 1261건인데 75% 상당이 각하 처분이 내려졌다. 무리한 고소·고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근무 여건도 녹록지 않은데 고소·고발 위험에 하루하루가 전쟁터인 탓에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도 있다. 법무부 2024년 교정공무원 정신건강 실태분석 결과 조사 참여자 약 20%가 정신건강 위험군(알코올 중독·우울·자살 생각·단절감·외상후증후군)에 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성인 대비 자살 계획 경험률은 약 2.7배, 시도 경험률은 약 1.6배다.
법무부는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 등 교정시설을 개선하고 교정공무원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당장의 세금 낭비가 아니라 재복역 등을 막아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는 ‘투자’라는 입장이다. 2025 교정통계연보 등에 따르면 지난해 출소 인원은 2만6363명으로 이중 재복역인원은 5600명으로 나타났다. 5명 중 1명은 다시 복역하는 셈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수용시설에 들어와 “언젠가 국민 일원으로 사회에 복귀시켜야 하는데 지금 시스템은 최악의 상황에 온 것 같다. 서로 다른 시공간을 겪은 사람이 아침에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교정·교화가 어려운 구조”라며 “1년에 전국 교정시설에서 자살자가 60~70명 나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수용자 마약, 성범죄 등은 교정·교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투자다. 예산을 절약하는 것”이라며 “교정공무원도 스트레스가 많다. 국가보훈부와도 이야기했는데, 교정공무원도 순직 시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정시설은 하루하루가 전쟁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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