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 라면 너무 맵다던 일본...농심이 잡았다
매운 라면 시장 개척...매년 20% 이상 고성장
신라면 일본 법인 누적 판매액 1100억 엔 돌파
김대하 부사장 “日 라면 시장 TOP5 진입 목표”

“멘가 모치모치 시테이마스! (면이 쫄깃쫄깃해요!)”
16일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 선샤인시티. ‘코리아 엑스포’ 농심(004370) 부스 한쪽에서 ‘너구리’를 맛본 타나우치 미히로(48) 씨의 감탄이 터져 나왔다. 갓 끓인 라면을 한 입 먹은 미히로 씨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면발의 식감을 강조했다. 주변 시식 테이블에는 5분 이상 빈자리 없이 사람들로 가득찼고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매년 1000종이 넘는 신제품이 쏟아지는 인스턴트 라면의 본고장 일본에서 농심이 K라면으로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매운맛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앞세워 시장을 개척해온 ‘신라면’에 이어, 이제는 제2의 주자로 너구리를 본격 키우는 모습이다. 현지 소비자들은 “면발과 매운맛이 일본 라면과 차별화된 매력”이라며 입을 모았다.

포장마차 콘셉트로 꾸며진 시식 공간에서는 매운맛과 순한맛 너구리가 함께 제공됐다. 가족 단위 여성 방문객이 주를 이룬 가운데, 이날 10건 이상의 유통 바이어 상담도 진행됐다. 도쿄 위쪽에 위치한 사이타마에서 어머니와 함께 방문했다는 루나(22) 씨는 “10년 전에 일본 코스트코에서 한국 라면을 처음 접한 뒤 꾸준히 사서 먹고 있다”며 “해물 맛이 진해 평소에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행사를 총괄한 정영일 농심재팬 성장전략본부장은 “박람회 첫날 한시간에 최대 150명이 시식했다”며 “행사 기간 총 누적 방문객은 3000명을 넘어 당초 목표의 두 배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날 방문한 매장에는 평일임에도 20~30대 현지인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20석 남짓한 좌석이 금세 채워져 활기를 띠었다. 점장인 김상국 씨는 “월평균 4500봉지 이상이 팔리고 방문객과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신라면과 신라면 툼바 순으로 많이 팔리고, 최근엔 신제품인 김치볶음면도 잘 나가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에서 100여 ㎞ 떨어진 놀이공원 후지큐 하이랜드 푸드코트에서는 신라면·너구리 컬래버 메뉴를 판매 중이다. 농심은 올 3월부터 두 달간 후지큐 하이랜드와 손잡고 탄탄멘 스타일의 신라면, 해물을 더한 너구리 요리 등 한정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놀이공원 곳곳에 설치된 브랜드 조형물 앞에는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농심은 2002년 일본 법인 ‘농심재팬’을 설립한 이후 현지에 없던 매운 라면 카테고리를 이끌며 시장을 키워왔다. 간장·미소(된장)·돈코츠(돼지육수) 중심의 일본 라면 시장에서 신라면은 매운맛 수요를 만들어낸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고, 현재 매운 라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브랜드로 성장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액은 1100억 엔(약 1조 원)을 돌파하며 연평균 2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법인 매출은 지난해 첫 200억 엔을 넘어섰다.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부사장)은 “일본 진출 초기 ‘이렇게 매운 맛은 못 판다’는 말까지 들었다”며 “그럼에도 고(故) 신춘호 명예회장의 철학에 따라 신라면 고유의 매운맛을 그대로 지켜온 결과 이제는 일본에서도 이 맛을 알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일본 라면 시장에서 매운 라면 카테고리만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지 업체들도 매운 라면을 속속 내놓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앞으로는 매운 라면 시장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리고 매출 500억 엔 달성과 함께 일본 라면 시장 상위 5위권 진입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도쿄=노현영 기자 nonsto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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