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교도소 '일일 수용자' 돼보니 17명 눕자 얼굴 옆에 '발' 붐비는 아침엔 '용변'만 3시간 '과밀 수용'에 이성 잃는 수용자 결국 피해는 '교도관'에게
창살 안으로 '수용자 체험' 기자단이 식사를 하고 있다. 식사는 '거실' 안에서 이뤄진다. 식판과 수저 모두 플라스틱이고 식사 뒤 설거지는 안쪽 화장실에서 이뤄진다.〈사진=법무부 제공〉
시간을 박탈 당할 시간입니다. '시간은 내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감옥입니다. '옥'에서 '형무소'로, 바로 잡아 인도한다는 뜻의 '교도소'에 이르기까지 이름과 역할은 바뀌었지만, 이곳은 인류가 문명을 이룩한 뒤 늘 함께했습니다.
그 공간을 지난 15일 JTBC를 비롯한 법무부 출입 기자단이 찾았습니다. '일일 수용자'로 10시간 가까이 체험하며, 교도소 내부와 교도관들의 노동 환경을 지켜봤습니다.
가장 오래되고 열악…고무신 신고 입소
법무부에서 체험지로 고른 곳은 안양교도소입니다. 경성감옥을 기원으로 마포형무소를 거쳐 1963년 안양교도소가 된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자 열악한 곳이라고 합니다. 기자단의 체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열정적인 취재 지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도소에 들어서자 진곤색 제복 공무원이 기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파란색 수용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가슴에 '수용번호 1701'이 붙여졌습니다. 앞으론 번호로 부르겠다고 합니다. '백마표' 고무신을 신고, 머그샷을 찍고 나니 조금 와 닿았습니다.
각자 식판과 수저를 받은 뒤 거실로 들어가는 '일일 수용자' 법무부 출입 기자단. 하얀색 고무신을 신었다.〈사진=법무부 제공〉
신원을 확인한 수용자들은 가족에게 소위 '갇힌다'는 연락을 보낼지 선택합니다. 기자는 동의했는데, 실제 상황으로 받아들일 가족을 걱정해 교도소 측에서 발송하진 않았습니다. 신체검사도 합니다. 숨기고 온 게 있는지 찾는 게 목적입니다. 이따금 마약을 반입하려는 수용자도 적발됩니다.
카메라로 은닉이 의심되는 곳을 확인하는 '그 검사'도 있습니다. 렌즈 앞에선 모두가 평등합니다. 인권 침해라는 지적도 있지만, 반대로 '하루에도 수십 번을 확인하는 교도관 인권은?'이란 생각도 듭니다. 기자단이 '그 검사'를 실제 진행하진 않았습니다.
7.8평에 남자 17명…화장실 10분씩 써도 3시간
신체검사를 마치면 정말 입소입니다. 수용자를 가두는 방을 '거실'이라고 합니다. 생활을 잘하는 수용자는 '독거실(독방)'을 쓰지만, 일반 수용자 대부분이 '혼거실(여러 명이 쓰는 방)'로 갑니다. 처우 등급은 S1~S4로 분류됩니다. S1은 외부 통근 작업까지 허용되고, S4는 가장 엄격하게 통제가 이뤄집니다.
배정받은 '6상2' 거실에 모두 17명이 수감됐습니다. 24.6㎡로 7.4평 남짓입니다. 일과 시간엔 누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들 본능적으로 벽으로 향했습니다. 벽에 다닥다닥 등을 대고 앉으니 방 중앙만 비었습니다. '정말 주변인이 된 건가'란 생각이 듭니다.
징벌방 체험 중인 기자단. 오른쪽이 연지환 기자. 남성 두 명이 누웠더니 벽에 머리가 닿는다. 벽엔 '시간이 느리게 가는 징벌방에 온 걸 환영해'란 낙서가 적혀있었다. 징벌방은 '사고'를 친 수용자들이 가는 곳이다. 적게는 열흘부터 시작되는데, 2㎡ 남짓이다.〈사진=법무부 제공〉
화장실은 한 개입니다. 용변 뒤 바가지로 물을 부어 내립니다. 17명이 각자 10분씩만 써도 170분입니다. 누구는 3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한 교도관은 "수용자 간 폭행과 다툼이 아침에 가장 많다"고 말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생리 현상이 주먹다짐으로 번지는 겁니다.
이미 17명은 한 거실의 정원을 초과합니다. 안양교도소엔 406개 거실이 있습니다. 수용자는 2천284명입니다. 교도소 전체 정원이 1천700명이니 수용률이 135%에 달합니다. 전국 교정시설 평균이 125.8%라고 하는데, 사실 있어 보지 않으면 수용률은 숫자에 불과합니다.
옆 사람 괜히 미워져…결국 원망·피해는 교도관에
수용자들이 지은 밥과 반찬을 방 안에서 나눠 먹었습니다. 잘 안 넘어갔습니다. 문제는 설거지입니다.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에서 합니다. 보통 당번을 정한다는데, 제가 됐습니다. 식판 17개와 수저를 쪼그려 앉아 둘이 닦았습니다. 물이 자주 끊겨 꼬박 40분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에 누군가 '화장실 급하다'라고 하면? 마음이 힘들어집니다.
식후 누군가 '좀 누워봐야지 않겠습니까' 얘기하자 각자 자리를 찾아 바닥에 등을 댔습니다. 기자 본인은 조금 늦어 모서리 쪽에 자리 잡았는데, 얼굴 옆에 다른 기자의 발이 놓여있었습니다. 반대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면초가 상황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1인당 0.4평입니다.
'일일 수용자' 기자단이 7평 남짓 혼거실에 누워봤다. 하얀색 동그라미는 연지환 기자 얼굴 옆에 발이 놓인 모습. 17명이 들어가니 꽉 찬 모습이다. 수용률 135%인 안양교도소에선 더 많이 들어가는 일도 있다고 한다.〈사진=법무부 제공〉
저녁 5시가 가까워지자(사실 시간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원망이 찾아왔습니다. 한 게 없는데 심신은 너덜너덜해졌습니다. 자유가 없어지니, 시간이 더는 내 편이 아니었습니다. 괜히 교정 직원분들이 미워졌습니다. 하루 체험일 뿐인데 말입니다.
방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더워서, 화장실을 못 써서, 온갖 이유로 수용자들은 속칭 '사고'를 친다고 합니다. 과밀 수용의 분노와 원망은 방 바깥까지 흘러나옵니다. 결국, 모여있는 이들의 분노가 향하는 곳은 교도관입니다. 그런데 사고 친 것을 해결하는 것도 교도관입니다.
교도관 1명이 50명 담당…스트레스 1위 "과밀해 업무 과중"
체험의 결론입니다. 사실 이 체험기는 과밀 수용으로 인한 '수용자 인권'에 대한 건 아닙니다. 기자가 장기 수감된 '진짜 수용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수용자 권리를 위해', '존엄성을 위해' 과밀 수용이 해결돼야 한다는 얘긴 잠시 두겠습니다. 결론은 이런 상황이 교정 공무원 노동 환경과 직결된다는 겁니다.
기자가 만난 교도관은 "우리는 교도소에 불나면 소방관, 수용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경찰관, 아프면 간호사 역할까지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사회와의 거리입니다. 교도관도 수용자와 함께 사실상 갇힌 채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용자의 스트레스가 그들을 향해도 담장 밖에선 좀처럼 알기 어렵습니다.
교정 공무원이 한 명당 관리하는 수용자 수는 매년 늘어왔습니다. 야간 근무자 1명이 담당하는 수용자 수는 2022년 38.7명에서 지난해 49.5명으로 24% 증가했습니다. '2024년 교정공무원 정신건강 실태분석'에 따르면 스트레스 요인 1위는 '과밀수용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와 인력 부족(50.1%)'이 차지했습니다.
"범죄자들은 영원히 교도소에 살지 않는다"
해결책은 늘리거나(신·증축), 내보내거나(가석방)로 좁혀집니다. 늘리는 건 시간·예산이 듭니다. 내보내는 건 반감이 셉니다. 기자단이 찾은 안양교도소 윤창식 소장은 "범죄자들은 영원히 교도소에 살지 않는다, 짧게는 6개월, 길면 10년"이라며 "결국 우리 곁으로 온다"고 말했습니다. 수감돼 안 보이면 그만일 줄 알았던 범죄자들이 무기수가 아닌 이상 조두순처럼 나오기 마련이란 겁니다.
기자도 사건·사고로 접하는 흉악범의 경우 '평생 이웃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할 때가 솔직히 많습니다. '저 XX 평생 가둬라', '뭐하러 세금 쓰냐', '가석방은 무슨'이란 댓글이 시원하긴 하지만, 현실적이진 않습니다. '잘 내보내기'가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과밀 수용은 잘 내보내기인 교화에도 악영향을 줍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안양교도소를 찾아 교정시설 현장 진단을 진행했다. 직접 수용복을 입고 수용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왼쪽은 이홍연 교정본부장. 〈사진=법무부 제공〉
윤 소장은 "어차피 옆집 둘째 아들로 돌아올 거면, 차라리 교도소에서 교화돼 나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정상적으로, 신속히 교화된 수용자가 '가석방'의 형태로 사회에서 잘 관리되는 게 과밀 수용 해결의 단서일 수 있단 얘깁니다.
직접 수용복을 입고 법조 기자단 체험 현장을 찾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적극적인 교화가 '투자'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게 사회를 위한,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하고 있는 교정직 공무원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