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표에 좌완, 또 좌완···두번 바뀐 강산 지킨,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다음 세대’가 보입니다

안승호 기자 2026. 4. 1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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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진욱. 롯데 자이언츠 제공

다승으로도 평균자책점으로도, 지난해 KBO리그 선발투수 순위에 국내파 좌완은 적었다. LG 새 좌완 듀오 손주영과 송승기, KT 좌완 오원석이 나란히 11승을 따내며 톱10에 진입했지만 구도를 형성할 만큼은 아니었다. 이들에 이어 김광현(10승·SSG) 류현진(9승·한화) 양현종(7승·KIA)까지 ‘강산이 두번 바뀌도록’ 좌완 트로이카 체제를 유지한 슈퍼 베테랑들이 포진했지만, 새로운 좌완의 이름은 희미했다.

한국야구가 국제대회가 열릴 때면 승부수로 내세웠던 좌완 선발 카드 역시 지난 3월 WBC에선 마땅치 않았다. 오히려 최근 몇 년 사이 KBO 국내파 선발 간판 그룹은 우완으로 급히 치우치는 경향을 보였다. 두산 곽빈, 한화 문동주, 삼성 원태인이 최고의 대표팀을 꾸리는 전제로 선발 빅3로 지목되는 흐름이었다.

2026시즌은 우완과 좌완 선발들간의 ‘밸런스 게임’이 다시 시작되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가능성만 보이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좌완 선발들이 알에서 깨어난 듯 새로운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롯데 김진욱, NC 구창모, SSG 김건우, KT 오원석 등이 류현진과 함께 이미 2승을 따내며 선발 지표를 리드하고 있는 가운데 송승기도 1승뿐이지만 여전히 좋다. 여기에 KIA 이의리, 두산 최승용이 기복을 보이면서도 영점을 잡아가며 변화를 예고했다. 또 이달 말에는 손주영이 복귀한다.

LG 좌완 선발 투수 손주영(왼쪽)과 송승기. 정지윤 선임기자

이 중 김진욱은 올해 좌완 선발 구도를 움직일 리더로 올라와 있다. 김진욱은 올해 3경기만을 보자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돼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18일 현재 투수 WAR 1.13으로 보쉴리(1.50·KT), 올러(1.36·KIA)에 이어 전체 3위, 국내 투수 1위에 올라 있다.

김진욱은 2승 평균자책 1.86, WHIP 0.78로 초특급 스탯을 쓰고 있는데, 그간 약점이었던 우타자 억제력을 극적으로 개선하면서 얻은 것이어서 지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 김진욱은 지난해 우타자 상대 피OPS가 0.926으로 처참한 수준이었지만, 올시즌 우타자 피OPS를 0.212로 추락시켰다. 체인지업을 다듬고 다듬어 우타자 상대 필살기로 만들었다. 김진욱은 개막 3경기 동안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허용한 안타가 1개도 없다.

KIA 이의리. KIA 타이거즈 제공

김진욱과 2021년 프로 입단 동기인 이의리도 전과는 다른 신호를 켰다. 까다로운 구질을 갖고 있으면서도 종종 제구 난조로 고전하던 이의리는 지난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5이닝 5안타 무실점 피칭을 하며 볼넷을 2개만 내줬다. 이의리는 이날 최고 구속 156㎞를 찍으면서 ‘볼넷만 줄이면’이라는 조건을 갖추면 얼마나 무서운 투수가 될 수 있는지 입증했다. 개막 첫 등판에서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 148.1㎞를 찍은 이의리는 최근 등판에서는 평균 150.2㎞로 끌어올렸다. 이의리는 다시 설레는 이름이 됐다.

리그 정상으로 가는 유일한 조건이 ‘건강’인 구창모도 4경기 2승 평균자책 2.82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 SSG가 내세우는 좌완 김건우는 9이닝당 5개에 이르는 볼넷 허용률은 아쉽지만 피안타율 0.234를 기록할 만큼 좌완 특유의 까다로운 공을 던지고 있다

NC 구창모. NC 다이노스 제공
SSG 김건우. SSG 랜더스 제공

올시즌 초반은 좌완 선발들이 여러 각도에서 조명을 받고 있다. 김광현이 어깨 수술로 그라운드 밖에 있지만 20년차 트로이카의 존재감이 여전한 가운데 올시즌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새로운 좌완 트로이카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빅3에 들어가기 위한, 떠오르는 좌완들간의 새로운 경쟁 구도도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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