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m 걷는데 5초이상 걸린다고?” 어버이날 용돈보다 먼저 챙겨야 할것[생활속 건강TALK]
남성은 근력, 여성은 보행속도 저하에 취약
의자서 일어날땐 손 짚지말고 하체 힘으로
단백질, 체중 1kg당 하루 1.2g 섭취 권장
서울에 거주하는 김씨(77)는 최근 부쩍 길어진 낮 시간과 따뜻해진 날씨가 오히려 야속하기만 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동네 노인정 지인들과 꽃구경을 다녔지만 올해는 다리에 힘이 없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버거워지면서 외출 횟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창밖으로 활기차게 나들이를 떠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내 몸 하나 마음대로 못 하는데 살아서 뭐 하나’라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김씨를 괴롭히는 것은 단순한 노화가 아닌, 근감소증이 불러온 마음의 병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근감소증이다. 이는 단순히 근육량이 적은 상태를 넘어 근육의 양과 힘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해 혼자 움직이기 힘들거나 자주 넘어지는 등 신체 기능이 저하된 질환을 말한다. 과거에는 마른 체형 정도로 치부됐으나 그 위험성이 드러나면서 2016년 미국,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질병으로 분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 1월부터 공식적인 질병코드를 부여받아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 됐다.
최근 박용순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원장원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는 근육과 마음의 상관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박 교수팀에 따르면 70~84세 노인 1913명을 분석한 결과, 근육량·근력·신체 기능이 모두 저하된 ‘심한 근감소증’ 단계의 노인은 정상 노인보다 우울 위험이 남성 3.62배, 여성 3.33배까지 치솟았다. 근육이 단순한 신체 능력을 넘어 정신 건강을 지탱하는 핵심 지표임을 입증한 셈이다.
주목할 점은 성별에 따라 우울감을 유발하는 요인이 다르다는 것이다. 남성 노인은 근육량과 근력이 동시에 떨어질 때 심리적 위축이 심화됐다. 반면 여성 노인은 근육의 양 자체보다 ‘실제 몸을 얼마나 잘 움직이는가’를 나타내는 신체 수행 능력이 우울감과 더 밀접했다. 의자에서 5회 일어서는 시간이 12초 이상 걸리거나 보행 속도가 느려질수록 우울 위험이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이는 근감소와 더불어 여성에게 흔한 무릎 골관절염 등 퇴행성 질환이 활동 범위를 좁히고 사회적 단절을 더욱 부추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교수는 “노년기 우울 예방을 위해서는 성별에 특화된 근감소증 관리가 중요하다”며 “남성은 근력 강화에, 여성은 보행 속도와 균형 감각 등 신체 기능 유지에 집중하는 맞춤형 전략이 봄철 활동과 맞물려 노년기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사 기능의 붕괴다. 근육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에너지를 소비하는 ‘에너지 공장’이자 호르몬 조절의 핵심 거점이다. 근감소증으로 인해 근육량이 급감하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고 혈액 순환과 인슐린 대사 조절 능력이 저하된다. 이는 결국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어렵게 만들고 기저질환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근감소증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일반적으로 운동 부족과 영양 결핍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 노화에 따른 호르몬 변화와 단백질 합성 능력 저하, 신체 활동 부족, 불균형한 영양 섭취 등이 맞물려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근감소증은 생활 속 간단한 진단부터 의학적 진단까지 여러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자가 진단법으로는 걷기 속도와 악력 측정,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 테스트가 있다. 걷기의 경우 평지 4m를 걷는 데 5초 이상이 걸린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악력은 남성 26kg, 여성 18kg 미만일 때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악력 측정은 똑바로 선 자세에서 팔을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리고 악력계를 손가락 마디에 맞춰 쥔 뒤 최대 힘으로 압착해 수치를 확인한다. 또 의자에서 일어나 앉기를 30초 동안 수행했을 때 10회 이상 하지 못하면 근감소증 위험군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병원에서 시행하는 전문적인 진단은 보다 과학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대표적으로 골밀도 측정에 활용되는 ‘이중에너지 X선 흡수법(DEXA)’이 있다. 이는 우리 몸의 근육량을 부위별로 가장 오차 없이 정밀하게 산출해내는 표준 검사법으로 꼽힌다. 또 헬스장 등에서 체성분 분석기로 친숙한 ‘생체 전기 임피던스 분석법(BIA)’을 활용하면 체내 단백질과 수분량을 체크해 근육의 밀도를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400m 거리를 걷게 하거나 6분간 최대한 걷게 하는 보행검사를 병행하면 근육의 절대량뿐 아니라 실제 움직이는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인 수치로 환산이 가능해진다. 이를 근거로 의료진은 환자 개개인의 신체 상태에 최적화된 정밀 맞춤형 치료와 운동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꾸준한 운동이 필수적이다. 운동은 근육량과 근력을 유지하고 낙상 위험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저항 운동과 유산소 운동, 균형 운동을 조화롭게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저항 운동의 대표적인 예로는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의자 스쿼트가 꼽힌다. 의자에 앉았다가 손을 쓰지 않고 오직 하체 힘으로만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하면 대퇴사두근 강화에 효과적이다. 상체 근력을 위해서는 벽을 마주 보고 서서 하는 벽 푸쉬업이나 탄력 밴드를 활용한 당기기 운동이 권장된다.
유산소 운동으로는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평지 걷기나 관절 부담이 적은 실내 자전거 타기가 적합하다. 일주일에 150분 이상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좋다. 균형 운동은 의자 등받이를 잡고 한 발로 서서 20초간 버티는 한발 서기나 바닥의 선을 따라 앞발 뒤꿈치와 뒷발 앞부분을 맞대며 걷는 일자선 따라 걷기가 효과적이다.

최근 노년층 사이에서 주목받는 산양 단백질은 소화가 용이하고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적어 적합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영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미노산이 풍부한 콩이나 퀴노아, 견과류와 같은 식물성 단백질도 근육 생성에 큰 도움을 준다”며 “비타민 D와 칼슘, 마그네슘이 풍부한 음식을 챙기거나 보충제를 복용해 뼈와 근육의 건강을 동시에 지키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탈수를 막는 습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신적·정서적 건강을 아우르는 생활습관도 병행돼야 한다. 잠은 신체의 회복과 근육 생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하루 7~8시간 정도의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또 취미 생활이나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활발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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