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주차장에서 식사하는 ‘테일게이팅’ 월드컵에는 안된다?…“미국 스포츠 문화 보여줄 기회 잃는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장 주변 ‘테일게이팅(tailgating)’ 금지 조치가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현장 운영 문제를 넘어, 미국 특유의 스포츠 문화를 세계에 보여줄 기회를 스스로 축소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 주요 경기장인 질레트 스타디움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시애틀의 루멘 필드 등에서는 월드컵 기간 차량 주변에서 음식과 음료를 즐기는 테일게이팅이 허용되지 않을 예정이다. 이는 미국 스포츠 이벤트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대표적인 관람 문화와는 상반된 조치다.
테일게이팅은 미식축구와 대학 스포츠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전통적인 문화로, 경기 시작 전 팬들이 주차장에서 함께 모여 식사와 교류를 즐기는 형태다. 단순한 응원 활동을 넘어 공동체적 경험으로 기능하며, 가족 단위 관람객과 다양한 계층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금지 조치의 배경에는 안전 문제와 인프라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질레트 스타디움의 경우 약 7경기 개최 동안 약 5,000개의 주차 공간만 제공될 예정으로, 대규모 인파를 감당하기 위한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이 누구에 의해 내려졌는지를 두고는 혼선이 이어졌다.
초기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정책으로 알려졌으나, FIFA는 공식적으로 “테일게이팅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FIFA는 “각 개최 도시의 공공 안전 기준과 지역 규정에 따라 개별적으로 제한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당 조치는 각 지역 조직위원회와 지방 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정리됐다.
비판의 핵심은 단순한 ‘금지’ 자체가 아니다. 테일게이팅은 미국 스포츠 문화의 핵심 요소이자, 경기장 안과는 다른 방식의 팬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영국 등 유럽에서는 경기 전 펍 문화가 이를 대체하지만, 미국에서는 주차장이 곧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해 왔다.
특히 테일게이팅은 정치적 성향이나 사회적 배경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상징적 공간으로 여겨진다. 기업 접대 중심의 VIP 관람 문화와 달리, 가족과 친구 중심의 참여형 문화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이번 조치로 해외 팬들이 이러한 문화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지적된다. 미국 사회가 갈등과 분열의 이미지로 소비되는 상황에서, 테일게이팅은 이를 완화하는 ‘일상의 공동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으로 평가돼 왔다.
월드컵 조직 운영의 효율성과 안전 확보는 필수 조건이지만,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각국의 고유한 팬 문화를 얼마나 존중하고 반영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테일게이팅 금지 논란은 단순한 현장 규제를 넘어, 월드컵이 어떤 방식으로 개최국의 문화를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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