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선 못 싸운다”…F-35 약점 파고든 KF-21의 반전 카드 [박수찬의 軍]
복좌형 KF-21, 역할 분담이 답
‘F-35 족쇄’ 틈새 시장 노린다
지난 2015년 미국이 한국형 전투기(現 KF-21) 체계개발에 대해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를 비롯한 4대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했을 때,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조종사 2명이 타는 복좌형을 지닌 KF-21이 F-35A와 차별화된 능력을 발휘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활용하면 세계 시장에서 F-35A가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KF-21이 메울 수 있다는 평가다.
◆현대전이 바꾼 전투기 조건 “2명이 조종해야”

하지만 F-35처럼 2000년대 이후 새로 개발된 기종은 대부분 조종사 1명이 탑승하는 단좌형이었다.
항공전자기술 발전으로 조종석을 1명으로도 관리할 수 있게 됐고, 복좌형을 통한 기종 전환훈련의 필요성도 줄어들면서다.
이같은 트렌드를 깬 기종이 중국 J-20S다.
2024년 주하이 에어쇼에서 모습을 드러낸 J-20S는 세계 최초의 복좌형 5세대 스텔스기다.

전투기 1대가 다수의 무인기를 통제하는 유·무인 복합체계는 미래 항공전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전투기에 탑승한 조종사는 무인기들을 조정·통제하면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방공망 제압, 지상군 지원, 내륙 지역 정밀타격 또는 정찰 등을 무인기가 대신해 조종사 생존율과 임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조종사 1명이 비행과 전투 임무 수행에 더해서 무인기 통제임무까지 도맡으면, 임무 과부하로 인한 실수나 인지력 저하 등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조종사 1명은 기체 통제에 집중하고, 다른 1명은 무인기를 운용하는 ‘역할 분담’을 해야 전투기 통제·교전과 무인기 운용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중국이 복좌형인 J-20S를 개발한 것도 유·무인 복합체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조종사가 인지·처리해야 할 정보가 폭증하는 것도 복좌형의 필요성을 높인다.

장비의 발전으로 여객기에 탑승하는 조종사는 줄었지만, 항공전자장비의 발달로 조종사가 접하는 데이터는 크게 늘었다.
조종사의 업무량과 의사결정의 횟수도 상당히 증가했으나, 시간적 여유는 더욱 짧아졌다.
방대한 정보를 조종사가 모두 인지하지 못해 항공사고를 초래할 잠재적 위험도 지적되는 모양새다.
전투기는 민간 항공기보다 훨씬 빠르게 고기동 비행을 하면서 전투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특히 6세대 전투기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센서 융합과 의사결정 지원, 레이저 무기 사용, 전자기전 등의 요소가 더해진다.

최신 전투기 개발에서 주목받는 또다른 요소는 오픈 아키텍처(Open Architecture)다. 전투기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특정 제작사에 얽매이지 않고 교체·추가·개량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오픈 아키텍처는 레고 블록과 같다. 미리 정해진 규격으로 제작된 레고 블록들을 조합하면 다양한 형상을 만들 수 있다.
레고처럼 사전에 표준화된 규격에 맞는 전투기 장비와 소프트웨어들을 사용해서 개량 작업을 진행하면, 기존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기술적인 통합 작업이 가능하다.
오픈 아키텍처를 적용하지 않으면, 전투기를 처음 납품한 제작사가 모든 유지보수와 성능개량을 독점한다.
이를 벤더 종속(Vendor Lock-in)이라 한다. 특정 벤더의 기술 생태계에 종속되면 대체 솔루션을 선택할 수 없게 된다.

단일 제조사가 주도권을 갖고 있어서 비용과 일정 통제가 쉽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오픈 아키텍처를 설계 단계서부터 적용하면, 표준 규격 등을 공개해서 규격에 맞는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누구든 납품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다.
복수의 납품업체가 경쟁을 하므로 비용과 납품 소요시간을 발주자가 통제할 수 있다. 규격에 부합하는 다양한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함으로써 수요에 맞는 맞춤형 기체 제작도 용이해진다.
◆KF-21, 유·무인복합체계 등 적용 가능
KF-21는 2000년대 이후 서방에서 신규 개발한 전투기 중 복좌형을 지닌 거의 유일한 기종으로 평가받는다. 임무 컴퓨터 등은 오픈 아키텍처에 기반한 기능 모듈로 구성됐다.

공군은 기술 수준을 고려해 2인승인 FA-50에서 다수의 소모성 무인기를 운용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KF-21과 협업이 가능한 무인전투기를 2030년대 중·후반쯤 확보할 예정이다.
KF-21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를 비롯한 국내 방위산업체들도 소형무장헬기(LAH)에 쓰일 유·무인 복합체계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유·무인 복합체계를 다룰 전투기 조종사의 업무 과부하를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F-35의 경우 운용국이 무장을 추가하거나 성능개량을 시도할 때, 미국 정부와 록히드마틴의 승인이라는 ‘족쇄’가 있다.
KF-21이 이같은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잡는다면, 해외 시장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복좌형 KF-21은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에 유리하다.
KF-21은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와 스텔스 성능, 센서 융합 등의 측면에서 F-35보다 부족하다.
하지만 조종사가 1명만 탑승하는 F-35와 달리 KF-21은 복좌형을 개발한 상태다.

KF-21이 개발을 마치고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때, F-35가 제공하지 못하는 요소를 KF-21이 줄 수 있다는 확신을 세계 각국의 잠재적 고객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복좌형 기체와 오픈 아키텍처를 통한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은 미래전 대비와 수출 경쟁력 강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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