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단에서 노래하는 20대 전도사 "찬양은 하나님과 이웃 연결하는 '매개'"

안디도 2026. 4. 1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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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엔 쉽니다] 개혁연대 평화합창단 이제혁 전도사
"찬양은 소외된 이웃과 공명하는 활동"
"젊은 세대 사라지는 교회…'소통'이 가장 중요"

[뉴스앤조이-안디도 기자] 올해 1월 31일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김종미·남오성·임왕성·박종운) 정기총회에서는 예년에 없던 순서가 하나 추가됐다. 2025년 탄생한 평화합창단의 특별 공연이었다.

'선한 능력으로', '나는 반딧불', '부르신 뜻을 사는 우리' 등을 부른 이들의 공연은 놀라웠고, 감동적이었다. 단원들은 평범한 회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뽐냈다. 때아닌 정기총회에서의 특송 순서, 섬세한 선곡으로 듣는 내내 관객들은 눈을 감은 채 위로와 온기를 느꼈다.

공연을 한참 보던 중, 중년으로 구성된 단원들 사이 유일한 젊은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개혁연대 행사에서 만나지 못한 회원이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제혁 전도사였다.

교회 안에서 합창은 주로 중년이 맡는 역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20대는 성가대나 합창단에서 더욱 보기 어렵다. 20대 남성은 더하다. 아예 교회에서 보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유달리 눈에 띄었던 그는 왜 노래를 부르고, 왜 개혁연대에서 활동을 하며, 왜 목회자가 되려고 하는 걸까. 그의 남다른 마음가짐이 궁금했다.
평화합창단이 2026년 개혁연대 정기총회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두 번째 줄 맨 왼쪽이 이제혁 전도사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대학생 시절 합창단과 봉사 단체 활동
친구 제안으로 평화합창단 가입

이제혁 전도사는 노래에 '진심'이었던 부모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사물놀이를 오랫동안 취미로 해 온 아버지는 국가무형유산 이수자이기도 하다. 노래가 가득했던 환경에서 자란 그는 5살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다닌 교회에서 찬양팀 활동을 했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노래를 향한 열정은 계속됐다. 숭실대에 입학한 그는, 1958년 창립한 유서 깊은 학내 동아리 '웨스트민스터합창단'에 가입해 찬양을 이어 갔다.

학부 시절, 이제혁 전도사와 친구들의 눈에는 주변의 이웃들이 들어왔다. 2018년, 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열악하고 강도 높은 업무 환경에 놓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와 친구들은 '숭실대의선한영향력'(숭선영)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숭선영은 청소 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공론화 활동에 힘썼다. 대자보를 붙이고 서명운동을 진행해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을 끌어 냈다. 이후 노사 간 합의를 조율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었다.
이제혁 전도사는 숭선영 활동이 목회자 길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숭선영 창립 멤버들과 교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제혁

숭선영은 '숭실대학교의 따뜻한 밥 한 끼'(숭따밥)이라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숭따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료로 식권을 나눠 주는 활동으로 교내 사물함 한 칸을 빌려 자유롭게 학생들이 식권을 가져갈 수 있게 비치했다.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불가능할 때는 별도 신청을 받아 식권을 메신저로 전달했다. 당시 활동은 교계 언론에 보도되며 큰 호응을 받았다. 이 외에도 이제혁 전도사는 숭선영에서 독거노인들과 함께하고, 바자회를 열어 불우이웃을 돕는 등 다양한 활동에 동참했다.

이제혁 전도사는 숭선영 창립 멤버 6명과 인연이 각별했다고 고백했다. 봉사를 하며 '졸업 후에도 지금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친구들은 UN과 마을공동체, 유치원 등 각자 자리에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 노력하고 있었다. 친구들의 모습은 이 전도사가 목회자의 길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겠다는 다짐과 찬양을 향한 열정은 그를 개혁연대 평화합창단으로 이끌었다. 신학대학원에 진학한 이제혁 전도사는 개혁연대 청년 모임인 청개구리에서 활동하던 한 친구에게 평화합창단 조직 소식을 들었다. 회원은 아니었지만 평소 개혁연대 활동을 응원해 왔던 이 전도사는, 합창단에 함께 가입하자는 친구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찬양은 하나님과 이웃 잇는 '매개'
"평화합창단은 '자기 노래'할 수 있는 곳"

평화합창단은 얼마 전 급작스럽게 별세한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 김동훈 목사(함께여는교회)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평소 찬양을 향한 열정이 남달랐던 김 목사는 회원 자치 활동으로 합창단을 꾸려보자는 의견을 냈다. 참여자가 적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예상과 달리 약 20명이 모였다. 이들은 개혁의 노래, 고통받는 이웃을 위한 평화의 노래를 부르는 공동체다. 최근에는 이태원 참사 추모 예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기도회 등 연대 현장에서 공연했다.

이제혁 전도사는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곳에서 공연하며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어릴 적 병원에서 투병 중이던 친척 앞에서 '두려워하지 말라'는 노래를 불러 준 적이 있었다. 유가족들 앞에서 공연할 때 어렸을 때 기억이 떠올랐다. 노래를 들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노래가 타인과 '공명'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나의 이야기로 머물지 않고 타인의 삶에서도 작용해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는 힘이었다.

이제혁 전도사는 노래가 '매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교회 안에 노래는 항상 존재했다는 점에서 전통적 예배와 현대적 예배를 잇는 매개이자, 하나님과 교인을, 나와 주변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개혁연대 평화합창단에서 노래한다는 건 소외된 이웃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연대 활동이라고 말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찬양과 예배는 거대한 인원, 좋은 음향 장비와 전문성이 아니라 소외된 이웃과 공명하는 예배와 찬양이 아닐까요. 소외된 목소리와 얼마나 함께 어우러지는지가 찬양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개혁연대 평화합창단 활동이 변화의 도화선이 되어서 많은 교회가 동참하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새로운 노래가 울려 퍼지기를 바랍니다."

평화합창단이 10월 27일,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 예배에서 찬양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제혁
이제혁 전도사는 찬양은 하나님과 나, 나와 타인을 잇는 '매개'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이제혁
이제혁 전도사는 평화합창단의 매력으로 '자기 노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다른 사람의 노래가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곡을 자유롭게 추천하고 함께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또한 대학 시절 감동을 느낀 곡, 정호승 시인이 작사하고 조혜영 작곡가가 지은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를 제안한 적이 있다. "하나님나라를 향한 그리스도인의 소명 의식이 강화되고 깊어지는 경험을 한" 이 곡을 평화합창단과 함께 부르고 싶었다. 단원들은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세상 사람들 / 모두 잠들고 / 어둠 속에 잠겨 꿈조차 잠이 들 때 / 홀로 일어나 / 새벽을 두려워하지 말고 /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이 전도사는 평화합창단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하나님 앞에 선다는 건 자기 목소리를 되찾아 기도와 찬양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내면 틀렸다고 지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에 위축되거나 자기 소리를 잃어버린 것 같다면서, 누구나 편하게 의견을 낼 수 있고 환대하는 합창단에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사라지는 교회 청년…소통 능력 중요
20대 극우화 현상…교회가 밖으로 나가야

지난 대선을 비롯해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는 '이대남의 극우화'라는 말이 화두였다. 페미니즘에 반감이 가장 강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제혁 전도사도 학교에서 직간접적으로 적지 않은 경험을 했다. 여성 안수를 비판하는 편협한 성서 해석을 듣기도 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접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조건 20대 남성을 '극우'로 매도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이 전도사의 생각이다. 과거 분단·이념 문제와 달리, 현재 20대 남성들의 사상적 배경에는 사회적·경제적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왜 어려움을 겪는지, 무엇에 불만을 품었는지를 들으려 노력할 때야 비로소 대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혁 전도사는 찬양처럼 교회와 세상을, 이웃과 이웃을 잇는 사역을 꿈꾼다. 그는 한국교회가 청년들과 소외된 이웃에게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이는 한국교회 쇠퇴와도 무관치 않다. 특히 청년이 줄어들고 있지만 교회는 아직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야기를 듣지 않으니 접점이 생기지 않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만 대화를 하니 집단 간 벽이 생긴다. 그는 평화합창단처럼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교회에서 청년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대가 나눠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 문화와 취향이 다른데, 조정이 어려워 청년은 그들이 선호하는 새로운 교회를 만들기도 해요. 평화합창단에서 청년들이 의견을 내고 그들이 좋아하는 곡을 선정하는 것처럼, 각 세대를 아우르려면 각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회가 교회 안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선교는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교회뿐 아니라 각자가 마주하는 삶 속 자리가 모두 선교의 장이라고 선교학적 패러다임이 전환되었잖아요. 이런 관점으로 청년들과 대화가 이뤄져야 하고, 원인과 분석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지금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어요."

안디도 titus12@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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