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운영하는 하코다테의 정겨운 맛집 3

이성균 기자 2026. 4. 1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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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여행의 묘미를 알게 해 준 하코다테.
그곳에서 어르신들의 손맛도 느꼈다.
소박하고, 정겨운 음식에 관한 이야기.

하코다테의 밤을 달래줄
분부쿠차가마 라멘관

하코다테의 밤, 출출해진 여행자의 배를 달래줄 심야 식당이 있다. 귀여운 너구리 간판이 반겨주는 분부쿠차가마 라멘관 (ラーメン館 ぶんぶく茶釜)이다. 현지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로컬 중식당으로 무려 45년간 번화가인 마츠카제초를 지키다가 2023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 다져진 깊은 맛과 노포 특유의 정겨움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곳 메뉴는 라멘과 중식 기반의 단품 요리가 중심이다. 시그니처 메뉴는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베트남 라멘으로, 실제 동남아 요리와는 무관한 이 집만의 독창적인 메뉴다.

감칠맛 넘치는 간장 베이스 국물 위에 다진 고기, 배추, 표고버섯, 죽순을 매콤하게 볶아 낸 걸쭉한 녹말 소스(앙카케)를 듬뿍 얹은 라멘이다. 칼칼하면서도 입에 착 감기는 뜨끈한 국물이 특징이다.

하코다테 라멘과 대마왕 시리즈(탄멘·미소라멘 등), 볶음밥, 만두 등도 활용도가 높은 메뉴다. 특히, 하코다테 라멘은 통오징어, 새우, 관자 등이 들어간 해산물 면 요리로 개운한 국물이 인상적이다. 아울러 돼지고기 튀김, 칠리 새우, 돼지 간 부추볶음 등의 요리는 간이 꽤 센 편이라 쌀밥이나 맥주와 먹는 걸 추천한다.

가게는 휴무일(일~화요일)이 많은 대신 영업할 땐 늦은 시간(금~토요일은 새벽 4시 마감)까지 문을 연다. 야식이 당기거나 2차로 마실 공간이 필요할 땐 괜찮은 선택지가 되어 줄 것이다.

고양이와 재즈, 그리고 할머니
플래닛

화려한 관광지를 벗어나 하코다테 시민들의 진짜 일상 속으로 스며들 차례다. 마츠카제초 골목에 숨어있는 플래닛(Planet)은 인상 좋은 할머니가 자택을 개조해 홀로 꾸려오고 있는 작은 카페다. 마치 외할머니댁에 놀러 온 듯 따스하고 온화한 공기로 가득하다. 문을 열면 아늑한 공간이 여행자를 마주하고, 난로 곁이나 창가를 여유롭게 거니는 고양이들과도 인사한다.

음식도 수수하고 소박한 공간에 어울리게 편안하고, 담백하다. 나폴리탄, 아침 세트(토스트·햄 & 에그·샐러드·커피), 팬케이크, 필라프 등이 커피를 포함한 세트 구성으로 준비돼 있는데, 가격도 1,000엔 이하다. 아침에 가볍게 먹을 땐 팬케이크나 아침 세트를, 식사 느낌을 원한다면 나폴리탄이나 필라프를 주문해 보자.

커피는 하코다테 명물 미스즈 커피의 원두를 사용해 정성스레 내려준다. 할머니가 주전자로 내려주는 드립 커피인데, 부드러운 질감과 깊은 향미가 무척 인상적이다. 할머니 혼자 모든 걸 준비하니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리면 되는데, 느릿하게 흘러가는 아날로그 감성마저 여행이 된다.

오리엔트 특급열차 느낌 그대로
킷사 타임

하코다테역에서 트램으로 약 5분, 한적한 동네 치토세초가 나온다. 관광지가 없는데도 이곳을 찾은 건 순전히 킷사 타임(喫茶 タイム) 때문이다. 이곳의 문을 여는 순간, 1970년대 유럽을 횡단하던 낭만적인 특급열차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1975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할 당시 1대 사장님은 오리엔트 특급열차의 식당칸을 모티브로 실내를 직접 설계하고 꾸몄다. 붉은빛이 감도는 푹신한 벨벳 소파와 타탄체크 무늬 식탁보, 우아한 아치형 창문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다. 매력적인 인테리어 덕분에 한적한 동네가 달라 보일 정도다. 마치 야간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랄까.

이 낭만적인 공간에서 나폴리탄 스파게티와 커피를 먹는 것 자체가 하코다테의 일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케첩 베이스의 정겨운 옛날 스파게티 옆에는 사장님이 직접 만든 두툼한 수제 햄이 곁들여 나오는데, 유럽의 유명 샤퀴테리 부럽지 않은 향과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게다가 현재 2대째 가게를 잇고 있는 사장님은 커피 회사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있다. 그 경력을 살려 수준 높은 자가 로스팅 커피를 선보인다. 이 밖에도 오므라이스, 야키메시, 샌드위치도 추천 메뉴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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