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10승인데 ERA 피안타율 최하위…변명 못 할 성적, 그러나 임찬규의 노력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신원철 기자 2026. 4. 1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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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임찬규 ⓒ곽혜미 기자
▲ 임찬규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야구 기인' LG 임찬규가 개막 후 4경기째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도 패전만큼은 피해왔는데, 네 번째 등판이었던 1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처음으로 5이닝을 버티지 못한 채 4⅓이닝 6실점하며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개막 2차전 선발투수, 즉 '국내 에이스' 대우를 받으며 시즌을 맞이한 선수가 지금은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성적은 맞다. 규정이닝을 충족했을 뿐 나머지 숫자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나빴다. 평균자책점 6.52와 WHIP 2.07, 피안타율 0.395 모두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3명 가운데 최하위다.

그러나 이 부진의 원인을 '비시즌 외유' 탓으로 몰아갈 수만은 없다. 임찬규가 지난 겨울 현역 선수로는 유례 없이 자신의 이름을 딴 예능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후관계가 있다고 해서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은 아니다.

임찬규는 지난해 팬그래프방식으로 계산한 구종가치에서 체인지업 누적 1위(11.87, 100구당 구종가치는 1.81)를 기록했다. 체인지업을 많이, 효과적으로 썼다.

그런데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그 잘 써먹던 체인지업을 더 가다듬겠다고 했다. 1차 캠프를 마친 뒤에는 "개인적인 느낌도 수치상으로도 (체인지업의)헛스윙 비율이 조금 떨어지고 있었다. 전에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캠프에서 투구를 해보니 좋지 않더라. 비록 라이브 피칭이기는 하지만 그때 체인지업이 원하는 궤적으로 들어가지 않아서 수정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의 체인지업과 다르게 움직이는 또다른 체인지업을 연마한다는 구상으로 오키나와 캠프에 나섰다. 그런데 이 계획이 뜻대로 풀리지만은 않았다. 구종의 효과는 그 투수가 던지는 다른 구종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핵심 구종인 체인지업이 흔들리면서 덩달아 다른 구종에도 악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 때문이 아니라, 문제점을 알고 수정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올해 임찬규의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은 0.429로 데뷔 후 가장 높고, 평균(0.320)보다도 훨씬 높다. 일부 '불운'의 영향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 김용일 코치 임찬규 ⓒ곽혜미 기자

비시즌 훈련을 게을리 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없다.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코칭스태프가 안다. LG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 코치는 자신을 가장 보람있게 만드는 선수로 임찬규를 꼽았다.

김용일 코치는 "임찬규는 사실 어깨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그런데 임찬규가 워낙 말을 잘하고 활발하니까 '날라리' 같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데 보강 훈련, 트레이닝 같은 것들을 월요일에도 빠지지 않고 한다. 그런 선수들이 나와주면 보람이 있다. 선수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선수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며 임찬규를 칭찬했다.

김용일 코치 말처럼 임찬규는 그동안 늘 활달한 태도 때문에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던 선수였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 논란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부하는 선수라는 이미지가 생기기 전에도 임찬규는 누구 못지 않게 자신의 투구를 개선하려 노력하는 선수였다. KBO리그에 트래킹데이터가 보급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했다. 결과를 내기까지 시간은 걸렸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자신이 왜 잘 던지게 됐는지 또 어떤 점이 문제인지 알고 싸울 수 있는 선수가 됐다.

지금의 계속된 부진은 임찬규에게 시간을 줄 수 없는 LG의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손주영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참가 후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팔꿈치 부상이 생기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여유가 없어졌다. 불펜투수로 생각하고 영입한 라클란 웰스가 계속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상황에서 임찬규까지 뺄 수가 없는 형편이다.

그런 가운데 개막 후 5이닝을 버티지 못한 경기는 18일 삼성전 한 번뿐이다. 좋은 성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책임감마저 내려놓지는 않았다.

사실 임찬규도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부진과 맞물렸을 때 어떤 해석으로 이어질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달성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기록을 바라보며 땀을 흘렸다. 임찬규는 비시즌 인터뷰에서 "야구를 못 하면 '이상한 짓 하느라 못 한다'고 욕 먹을 게 틀림 없다"면서 "내년(2026년)에 달성 가능한 기록이 많아 꼭 잘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인터뷰에서는 한가지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임찬규는 "야구선수라면 누구도 슬럼프를 피해갈 수 없다. 야구를 오래 하려면 슬럼프를 더 자주 만날 수밖에 없다. 슬럼프가 오면 '다시 왔구나, 내가 하나 배울 때가 됐네'하고 기쁘게 맞아 주고 싶다"고 의연하게 얘기했다.

▲ 임찬규 박해민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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