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원유·AI 다 제쳤다… 올해 주식시장 최고 수익률 ETF 테마는? [선데이 머니카페]
반도체·원유·AI 아닌 ‘건설’
중동 재건·원자력 기대감에
국내 2종 건설 ETF 116%↑
전쟁도, 유가도, 증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 달려 있는 듯한 시기입니다. 4월 들어 이란 전쟁 발발 직후 급격한 변동성이 잦아들고, 코스피도 전고점 돌파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하며 매번 주말 간 어떤 일이 일어날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시간들이 지속되는 중입니다. 6200선을 넘어 전고점을 향하던 코스피가 17일 0.55% 소폭 하락한 6191.92에 마감했다는 점에서도 이런 투자자 여러분들의 우려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대응이 불가능한 주말을 피해 현금을 확보해놓는 것이죠.

요즘 증시는 시작도 중동, 끝도 중동 같습니다.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에서도 이런 흐름이 느껴집니다. 올해 한국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수익률을 자랑하는 ETF 테마가 무엇일까요. 아마 열에 아홉은 “당연히 반도체나 전력, AI 인프라 아니냐”고 대답하실 겁니다. 아니면 최근 중동 불안으로 펄펄 끓고 있는 원유 테마를 떠올리시겠죠.
정답은 놀랍게도 ‘건설’입니다. 처음 확인했을 때는 눈을 의심했습니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 17일까지 국내 주식형 ETF 중 건설 테마(2종) 상승률이 115.96%를 기록해 전체 테마 1위에 올랐습니다. 원유 테마(4종)가 75.43%, K-반도체 테마(29종)가 73.89%, 통신네트워크(4종)가 65.51%, 원자력(12종)이 59.68%로 5위 안에 들었습니다. 건설 업종 수익률이 ‘중동 전쟁’하면 떠오르는 원유와 한국 경제의 중심 축 반도체를 40%포인트 이상 격차로 따돌리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건설 테마는 시장에서 완전히 외면 받고 있었습니다. 고금리에 원자재값 상승까지 겹치며 작년 하반기 사실상 ‘개점휴업’이나 다름 없는 수익률을 기록했죠. 올해들어 갑작스럽게 급등을 탄 테마입니다. 배경에는 ‘중동 재건’과 ‘원전’이 있습니다. 이란 전쟁 이후 중동 지역의 대규모 재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다가, 인공지능(AI)발 전력난에 따른 K-원전 테마주로 대형 건설사들이 엮이며 날개를 단 격입니다. 실제 최근 현대건설이나 대우건설 같은 대형사 주가가 무섭게 급등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었죠.
국내 건설 테마 ETF가 단 2종이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현재 건설 테마 ETF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건설’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 건설’ 뿐입니다. KODEX 건설은 2009년에, TIGER 200 건설은 2011년에 만들어졌으니 ETF 생태계의 ‘고인물’이나 다름 없는 장수 상품이죠. 최근 ETF 시가총액이 400조 원을 넘어서며 각광받고 있지만 수년간 건설 업황이 워낙 안 좋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보니 운용사들이 굳이 새로운 건설 ETF를 만들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폭발적인 랠리를 이 두 장수 ETF가 독식하는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두 상품의 포트폴리오는 꽤 비슷합니다. 현대건설, 삼성E&A, 대우건설, 한전기술, DL이앤씨, GS건설 등 굵직한 주력 종목들을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습니다. 큰 차이점이라면 TIGER 200 건설에는 ‘삼성물산’이 12.06% 비중으로 담겨 있다는 정도입니다.
수익률이 높으니 자금 유입도 활발합니다. 올해 들어 KODEX 건설에는 1251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는데, 792개 주식형 ETF 중 70위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최근 한 달 동안에만 1178억 원이 들어오며 전체 22위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TIGER 200 건설 역시 올해 900억 원(87위)이 들어왔고, 최근 한 달간 751억 원(39위)이 유입되며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지금 들어가면 늦었을까요. 최근 건설 업종 목표주가는 연이어 상향중입니다만, 리스크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올해 1분기 중동 건설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94%나 급감했습니다. 유가 급등으로 원자재 가격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죠. 중동 건설 사업 특유의 미수금도 무섭습니다. 지난 한 해 중동 지역 건설공사에서 발생한 미수금은 4억 9410만 달러(약 7300억 원)에 달합니다. 아무리 수주를 많이 따내도 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하면 재무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건설 테마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과거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다는 점을 기억하며 신중한 투자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요.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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