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재킷의 젠슨 황에 맞선 ‘조용한 승부사’, 리사 수의 실용주의 파트너십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의 심장부에서 치열한 패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죽 재킷과 록스타 같은 카리스마로 대중을 열광시키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이번에는 실용적인 이성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무장한 리사 수 AMD CEO가 한국을 찾았다.
2014년 취임 이후 첫 방한이라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승지원 만찬, 평택 캠퍼스 방문,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의 회동 등 광폭 행보를 보이며 국내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반도체 밸류체인 속에서 AMD는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중대한 비즈니스 모멘텀에서 리사 수 CEO가 보여준 치밀함은 그녀가 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남성 중심의 테크 업계에서 여성 리더로 자리매김했는지를 증명한다.

Appearance
‘조용한 럭셔리’와 ‘신뢰의 블루’, 철저하게 계산된 TPO 스타일링
리사 수 CEO의 옷차림은 단순한 패션을 넘어 상대방에게 보내는 고도의 전략적 메시지다. 먼저 이재용 회장과 승지원에서 축배를 드는 자리나 최수연 대표와 만나는 현장에서 그녀는 깊은 네이비 톤의 재킷과 어두운 이너를 매치한 톤온톤(Tone-on-Tone)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네이비 컬러는 심리학적으로 전문성, 안정감, 그리고 굳건한 신뢰를 상징한다. 특히 체형을 자연스럽게 보완하면서도 활동성을 강조한 간결한 테일러링의 재킷은 화려한 장식 없이도 그녀의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는 파트너에게 ‘우리는 변함없고 든든한 동반자’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반면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하거나 포시즌스 호텔에서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등 파트너들을 만날 때는 따뜻한 베이지 색상의 재킷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반전시켰다.
블랙 이너 위에 걸친 밝은 베이지 재킷은 차갑고 경직된 테크 기업 CEO의 이미지를 상쇄하고, 포용력 있고 열린 마인드를 가진 리더의 인상을 준다.
하지만 글로벌 무대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나 키노트 연설 무대에서는 완전히 다른 시각적 자극을 활용한다. 수만 명의 시선이 집중되는 단상 위에서 그녀는 선명한 로열 블루 색상의 스웨이드 재킷이나 채도가 높은 코랄 핑크 재킷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이러한 강렬한 색상과 고급스러운 소재의 결합은 대중과 투자자들에게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기술 발표에 생동감과 시각적 집중력을 부여한다.

Behavior
포용과 겸손의 파트너십, ‘깐부’를 넘어선 실용주의적 행보
리사 수 CEO의 태도는 파괴적 혁신가라기보다는 조율하고 완성하는 실용주의적 마에스트로에 가깝다. 젠슨 황이 삼성과 SK를 오가며 특유의 친화력으로 ‘깐부’ 리더십을 보여줬다면, 리사 수는 상대방에 대한 깊은 존중과 겸손함을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을 강조한다.
이번 방한에서 그녀가 보여준 동선과 태도에는 과시가 없다. 이재용 회장과의 만찬이나 평택 캠퍼스 생산라인을 직접 둘러보는 모습, 그리고 최수연 대표와 활짝 웃으며 대화하는 제스처 등에서는 권위 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차 속에서 내릴 때나 사진 촬영에 임할 때 그녀의 표정은 늘 온화하고 여유롭다. 이는 파운드리 공정과 HBM 수급이라는 반도체 생태계의 복잡한 퍼즐을 풀기 위해 공급망 핵심 기업들과 진정한 의미의 ‘윈윈(Win-Win)’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실용주의적 태도의 발로다.
그녀는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기보다 파트너의 가치를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려는 겸손한 조력자의 태도를 취함으로써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협력을 끌어내는 관계 지능을 보여주고 있다.

Communication
화려한 수사학보다 묵직한 데이터, 엔지니어 출신의 ‘직구’ 소통법
그녀의 소통 스타일은 엔지니어 출신다운 명확성과 투명성에 기인한다. 과장된 비전이나 화려한 수사학보다는 손에 쥔 AI 칩 하나로 묵직한 데이터를 증명해내는 ‘직구’ 소통법을 구사한다.
CES 무대에서 작은 반도체 칩을 들어 올리며 또렷한 시선으로 관중을 향해 설명하는 모습은 그녀의 소통 방식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언론과의 인터뷰나 파트너와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그녀는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정확한 로드맵과 기술적 팩트를 기반으로 대화한다.
이러한 객관적이고 단단한 소통 방식은 숱한 위기를 넘기고 파산 직전의 AMD를 현재의 위치로 끌어올린 원동력이자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만년 2인자의 꼬리표를 떼기 위한 과제, 생태계 확장 시험대
리사 수 CEO는 위기의 기업을 구출한 구원투수로서 이미지 브랜딩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AI 패권 전쟁이 하드웨어의 성능 경쟁을 넘어 소프트웨어 생태계 장악으로 진화하고 있는 지금, 그녀 역시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현재 AMD는 엔비디아의 쿠다(CUDA) 생태계에 대항하기 위해 빅테크들과의 개방형 전략을 취하며 ‘훌륭한 대안’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대안’이라는 만년 2인자의 꼬리표를 과감히 떼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리사 수는 합리적이고 신뢰감 넘치는 관리자의 이미지를 넘어 미래 AI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혁신적인 비저너리(Visionary)로서의 서사를 보강해야 할 시점이다.
개발자들의 가슴을 뛰게 할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을 발굴하고, 대체 불가능한 독창적인 생태계의 청사진을 대중 앞에 생생하게 제시하는 것. 그것이 치밀한 이성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무장한 조용한 승부사, 리사 수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흥미롭고도 중대한 시험대다.
그녀가 한국의 핵심 반도체 파트너들과 손잡고 완성해 나갈 새로운 기술의 교향곡이 과연 글로벌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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