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공동체의 이야기가 더 절실한 시대”… ‘빌리 엘리어트’ 연출가 스티븐 달드리
무자비한 구조조정이 단행되던 80년대 영국 탄광촌. 우연히 발레를 접한 소년이 가족과 사회의 편견에 맞서 자신의 재능과 꿈을 펼쳐나가는 영화·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만든 연출가 스티븐 달드리가 한국에 왔다. 5년만에 네번째 시즌을 시작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첫 장편영화 ‘빌리 엘리어트’(2000)로 이름을 알린 후 연극·영화에서 여러 명작을 만들며 오스카 감독상 후보에만 세번 오르고 토니상 연출상을 여러 차례 받은 거장의 첫 방한이다.

“그런 여러 산업적 이동과 단계들을 거쳐 오는 과정은 대단히 성공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어떤 노동 영역들은 곧바로 불필요해지기도 했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래서 공동체의 감각이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어떤 산업이 사라지고 다음 산업이 도착하기 전까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지역 공동체의 해체를 다루는) ‘빌리 엘리어트’는 한국에서도 어떤 울림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파업 탄광촌에서 피어난 무용 천재를 응원하는 동네 사람들 모습과 함께 인상적인 장면이 여럿인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도 가슴 뭉클한 대목은 피날레다. 런던 한 극장에서 성인이 된 빌리(아담 쿠퍼)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무대에서 도약한다. 전통을 뒤집어 남성 무용수로 채운 야성의 백조 군단에서 편견을 극복한 빌리의 아름다운 비상을 본 아버지는 말없이 눈물을 흘린다. 이 장면에 대해 “당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첫 공연이 시작된 때였는데 ‘소년이 백조가 된다’는 이미지는 완벽한 엔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마침 매튜가 제 친구였기에 기꺼이 장면 도입을 승낙받았다”고 회고했다. 영국 팝의 전설 엘튼 존도 달드리의 또 다른 친구다. 기자회견 당일에도 엘튼 존과 통화했다는 달드리는 “한국에서 이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그 역시 큰 관심을 보였다”며 “한국 공연이 얼마나 훌륭했는지 엘튼 존에게도 말해줬다”고 소개했다.

“영국 역사로 보자면 1984년은 영국이 후기 산업 국가로 이동하던 시기였습니다. 우리는 제조업을 없애버렸고, 광부들도 그 과정의 일부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영국은 아무것도 만들지 않고 금융업만 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다루는 광부들의 파업은 마지막 남은 강력한 노동조합들, 전국광부노조, 그리고 석탄 산업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일에 헌신했던 공동체들이 무시당하고, 버려지고, 잊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결말은 탄광촌 공동체와 그 산업에 대한 애가(哀歌)다. “소년은 런던의 로열 발레 학교로 갈 기회를 얻지만, 공동체는 파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광부들이 내려가는 모습은 마치 그들 자신의 은유적인 무덤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점점 더 서로에게서 고립되고 공동체라고 상상해온 것들이 무너지는 시대이지만 사람들은 극장에 가고 싶어 합니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무언가를 보고 함께 경험할 수 있을 때, 그 경험은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더 강력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더 파편화될수록 사람들은 함께 모여 음악과 춤, 연극과 스토리텔링을 경험하고 싶어 합니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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