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X파일] “수목장으로 모실래요”… 장례도 ‘세대 교체’
수목장 비중 7.7%→33.5%
1위 봉안당(34.2%), 올해 추월 전망

지난해 어머니 장례를 수목장으로 치른 김모씨(47)는 “어머니가 생전에 ‘아이들에게 묘지 관리 짐을 지우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며 “수목장을 선택하고 나니 명절마다 벌초 걱정 대신 아이들과 함께 경치 좋은 숲을 찾아가 편안하게 어머니를 떠올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장례 문화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상조업체 웅진프리드라이프가 2013년부터 2025년까지 13년간 진행한 장례 행사 24만1330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목장 선택 비율은 7.7%에서 33.5%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오랫동안 1위를 지켜온 봉안당(34.2%)과의 격차는 불과 0.7%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웅진 측은 올해 수목장이 봉안당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순위 변동은 극적이다. 2013년 장지 선택 비율은 봉안당(37.1%) 산골장(산분장·散粉葬·29.1%), 매장(22.3%) 순이었고 수목장(7.7%)은 꼴찌였다. 2025년에는 봉안당(34.2%), 수목장(33.5%), 산골장(18.7%), 매장(5.3%) 순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전통 매장은 같은 기간 22.3%에서 5.3%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2013년엔 장례 5건 중 1건 이상이 매장이었지만, 이제는 20건 중 1건에 그친다. 수목장은 화장한 유골을 친환경 유골함에 담아 나무 뿌리 아래 30~50㎝ 깊이에 묻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이다. 특정 나무가 영구적인 추모 장소로 남아 유족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장례의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4050 세대다. 핵가족화로 자녀 수가 줄고 대다수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현실에서, 먼 곳에 위치한 선산 관리나 벌초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 됐다. 관리 주체가 모호한 봉안당의 계약 만료 문제나 매장의 관리 고충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친환경적 가치와 ‘영구적 추모 공간’이라는 정서적 안정이 맞물린 결과다. 장례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처음부터 수목장을 특정해 문의하는 유족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세대교체에 따른 인식 변화가 현장에서 체감될 정도”라고 전했다.
수요는 폭발하고 있지만 국가 인프라는 여전히 ‘장묘(葬墓) 시대’에 머물러 있다. 현재 국립 수목장 시설은 경기 양평과 충남 보령 두 곳뿐인데, 양평 하늘숲 추모원은 이미 포화 상태다. 결국 유족들은 비용이 비싼 사설 시설을 찾아 헤매야 하는 실정이다.
화장한 유골을 산이나 바다에 뿌리는 산골장(18.7%)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제도적 칸막이가 높다. 정부가 지난해 1월 산골장을 합법화했지만, 장사시설 내 지정 구역과 해안선 5㎞ 밖 해양에서만 허용,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화장률이 94%를 넘어선 상황에서 이제 핵심 과제는 ‘화장 후 어디에 모시느냐’는 것”이라며 “유족이 고인과 추억이 깃든 장소에 유골을 뿌리며 마지막을 기릴 수 있도록 규제를 더 전향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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