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 어머님 때문에 정신과 갔어요” 이수지의 패러디는 ‘다큐’였다

김소라 2026. 4. 1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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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유치원 교사’ 패러디 영상
교사들 “영상 보다 눈물 났다” 공감 봇물
“아이 아빠가 화났어요” 협박은 ‘단골 멘트’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절반이 유·초등
코미디언 이수지가 연기한 ‘유치원 교사’. 한 학부모가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선생님을 봤다. 클럽 다니는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깜짝 놀란다. 자료 :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 어머님 덕분에 저 퇴사하고 폐쇄병동 입원까지 해봤어요. 몇년 전 일인데도 당신 목소리가 아직도 생각나요.”

“◇◇ 어머님, 제가 평생 당신을 저주한다는 것 잊지 마세요.”

코미디언 이수지의 ‘유치원 교사 패러디’ 영상에 쏟아진 2만여개의 댓글 중 일부다. 원아들을 24시간 돌보며 학부모들의 온갖 민원을 받아내는 유치원 교사를 연기한 이수지의 영상에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이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실제 ‘진상 학부모’들로 인한 분쟁의 상당수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몰려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또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초·중·고등학교에 비해 학부모의 갑질에 휘둘리기 쉽고, 이로 인해 교사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7일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공개된 영상 ‘휴먼다큐 진짜 극한직업-유치원 교사 이민지 씨의 끝나지 않는 24시간’은 현재까지 500만 조회수에 육박했다.

영상 속 이수지는 경력 3년의 유치원 교사 ‘이민지’를 연기한다. 새벽부터 출근해 아침 돌봄을 책임지고, 학부모의 갑작스런 야근에 밤 10시까지 야간 돌봄도 마다않는다. “금융 교육을 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원아들을 상대로 주식 투자를 가르치고, 소통 애플리케이션 ‘키즈노트’에 올릴 사진을 고화질로 찍어달라는 민원에 휴대전화도 최신 아이폰으로 교체했다.

사생활 침해도 협박에도 웃으며 “네~”
“사진 속 아이 얼굴 어두워” 학대 의심까지

영상의 ‘킬링 포인트’는 교사가 감당하는 갖가지 민원들이다. “아이의 MBTI가 INFJ다. I인 아이들로만 반을 구성해달라”, “아이 피부가 예민하니 대변 처리할 때 유칼립투스 성분이 포함된 식물성 원단 물티슈로 닦아달라”는 황당한 요구도 다 받아낸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선생님을 봤다. 클럽 다니시는 거 아니냐”며 불쑥 들어오는 ‘사생활 침해’와 “팔자주름에 아이가 빨려들어갈 것 같다”는 외모 비하, “아이 아빠가 화가 많이 났다”는 협박에도 머리를 조아린다.

코미디언 이수지가 연기한 ‘유치원 교사’. “아이 아빠가 화가 많이 났다”는 학부모의 협박에 머리를 조아린다. 자료 :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교사들은 “웃자고 만든 영상인데 보다가 울었다”면서 “현실은 이보다 더 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의 한 사립 유치원에서 근무했던 A씨는 한 학부모와 30분이 넘는 통화를 하다 “아이 아빠가 화가 많이 났다. 아빠와 통화하시라”는 말을 들었다. A씨는 “그 학부모는 내가 겁을 먹을 줄 알고 한 말인 것 같았는데, 나는 직접 그 학부모 남편에게 전화했다”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은 당황스러워하더라”라고 웃었다.

‘키즈노트’에 올라오는 원아들의 사진도 학부모 및 원장 등 관리자가 교사들을 ‘달달 볶아’ 쥐어짜낸 결과물이다.

서울에 사는 학부모 B씨는 아이가 다니는 공립 유치원의 담임 교사로부터 “유치원이 공유하는 사진에 모든 원아들이 동일한 횟수로 등장하지 않으니 이에 대한 민원은 자제해달라. 민원이 이어지면 사진 촬영과 공유를 중단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우리 아이 사진은 왜 이 정도밖에 없나”, “아이 독사진은 없나”, “왜 우리 아이만 흔들리게 찍혔나” 등의 민원이 쏟아짐은 물론, “아이 표정이 좋지 않아보인다”며 아동학대를 의심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B씨는 “교사들이 아이들 사진을 찍느라 보육은 뒷전이 된다면 학부모 책임 아닌가”라며 한숨을 쉬었다.

“건티슈에 정수기물 적셔서 대변 닦아달라”
“아이 마음 안 읽어줬다. 정서 학대다”

교원단체가 수집한 교권 침해 사례를 살펴보면 영상 속 교사가 겪은 ‘학부모 갑질’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유칼립투스 물티슈’도 실제 사례에 가깝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2023년 수집해 발표한 ‘교권침해 사례 모음집’에 따르면 유치원 교사 C씨는 한 학부모로부터 “우리 아이는 피부가 예민하니 대변을 본 뒤 ☆☆브랜드의 건티슈에 정수기 물을 적셔 닦아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에 곤란하다는 취지로 답하자 학부모는 원장에게 항의했고, 원장은 C씨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아이가 잘못되면 책임질 거냐”라며 몰아세웠다.

유튜브 ‘핫이슈지-유치원 교사 이민지씨의 끝나지 않는 24시간’ 캡처

“우리 아이는 섬세하니 아이의 기분을 살펴보고 매 시간마다 보고해달라”, “바깥놀이 시간에 아이가 모기에 물리지 않게 막아달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는 물론 “왜 우리 아이를 다문화가정 아이 옆에 앉혔나. 차별이다”, “교사가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지 못했다. 정서학대다” 등 터무니없는 불만도 다반사다.

교사 D씨는 “원에서 소변을 본 아이의 속옷과 바지를 갈아입혔는데, 학부모가 전화해서는 ‘웃옷과 바지를 세트로 안 입혔다. 센스가 없다’고 신경질냈다”고 토로했다.

교사들은 이수지의 패러디 영상에 대해 “오히려 순화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들까지 가세한 감시와 협박, 폭언과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까지는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총이 수집한 사례에는 어두운 표정으로 등교한 원아가 자신에게 속상한 점을 토로한 뒤 학부모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 교사 E씨의 사례도 있었다.

해당 학부모는 E씨에게 전화를 걸어 “그런 걸 왜 물어봤냐. 정서학대다. 학부모 말이 ×같이 들리냐”며 악담을 퍼부은 것은 물론, 원장을 찾아가 “저딴 × 잘라버려라”고 소리지르고 E씨의 멱살을 잡으며 “×××이 우리 애에게 상처를 줬다. 경찰에 신고할 거다”라며 폭행과 욕설을 일삼았다.

교사 F씨는 문제 행동을 보이는 원아에게 “그러지 않는 게 좋겠어”라고 말했다가 원아의 할머니까지 대동해 항의하러 온 학부모를 마주했다. 할머니는 F씨의 허리를 감싸며 “예쁘고 어리니 말 잘 들어라”고 귀띔했다.

F씨는 “‘아이 아빠가 화가 났다’면서 아빠를 데려와 항의하는 것도 단골 사례”라고 귀띔했다.

독감에 걸린 채 근무하다 건강이 악화돼 숨진 유치원 교사 A씨의 유족이 A씨가 재직했던 경기 부천시의 한 유치원 앞에서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 : 유족 제공

조부모 대동해 욕설·폭행 사례도
원아 모집에 눈치보기만…‘교권 사각지대’

이처럼 학부모들의 부당한 민원과 간섭 등 ‘교권 침해’는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 저연령대에 집중돼 있다.

2024년 교총이 교사들을 상대로 진행한 교권침해 상담 사례 가운데 ‘학부모에 의한 피해’의 절반 이상(55.0%)이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에 집중됐다.

2023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유·초·중·고교 교사 1만 45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유치원 교사의 88.5%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을 받고 있다”고 응답해 전체 평균(81.6%)보다 6.9%포인트 높았다.

의무교육인 초·중학교와 대입에 민감한 고등학교에 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원아 모집을 위해 학부모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학부모들 역시 적지 않은 원비를 내고 어린 자녀를 보내는 상황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학부모들의 민원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당국이 교원 보호 장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초·중·고등학교가 아닌 유치원과 어린이집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거나, 원장들이 학부모의 여론을 의식해 교사들의 피해에 적극 대응하지 않는 등의 문제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의 교권이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은 “유치원은 교육활동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면서 “유치원에서부터 교육활동 보호의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것은 공교육 전반의 신뢰 회복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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