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희 대사의 시사칼럼]이란 핵, 전쟁의 열쇠이자 자물쇠이다

최미화 기자 2026. 4. 19. 05:1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동희, 전 주핀란드대사/전 경북대 초빙교수
장동희, 전 주핀란드대사/전 경북대 초빙교수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한 달을 훌쩍 넘기며 종전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2주간 휴전 종료일인 21일을 하루 앞둔 20일 미·이란 간 담판이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쟁 초기 레짐 체인지, 문명 말살 등 거친 말을 쏟아내며 강공을 펼쳤으나, 현재는 '핵무기 획득 방지'로 목표를 수정하며 실질적인 출구 전략을 모색 중이다.

이번 전쟁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란의 핵 무장화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감언이설이 전쟁 발발의 결정적 동기라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제네바에서 핵 협상에 임하고 있던 위트코프(Witkoff) 미 대통령 특사의 핵 문제에 대한 몰이해와 이에 따른 왜곡된 보고가 공격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한다. 이는 결국, 이번 전쟁이 '이란의 핵'이라는 열쇠로 열렸으며, 이를 어떻게 잠그느냐 하는 것이 종전 협상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란에 있어 핵 개발은 단순히 무기 체계를 갖추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생존을 위한 '전략적 억제력'이다. 이라크와 리비아의 사례를 지켜본 이란 지도부는 강력한 비대칭 전력 없이는 국가 안보와 정권의 존립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중동 내 패권 경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수니파 국가들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시아파의 종주국으로서 목소리를 높이는데 핵은 강력한 도구다. 마지막으로 체제 결속과 민족적 자긍심이다. 서방의 오랜 제재 속에서도 핵 기술을 보유한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이슬람 혁명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반면 이스라엘에 이란의 핵은 타협 가능한 의제가 아닌 '실존적 위협'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을 보유하는 순간, 자국 영토가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를 실재적으로 느낀다. 이스라엘의 안보 원칙인 '베긴 독트린(Begin Doctrine)'은 적대 국가의 핵 보유를 선제공격을 통해서라도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해 전쟁을 감행한 이유도, 시간이 흐를수록 이란의 핵 시설이 지하 깊숙이 요새화되어 파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는 2015년 'P5+1'(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이 체결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기억한다. 당시 이 합의는 이란의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외교적 해법'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2017년 취임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동 합의를 폐기하자, 이란 역시 합의를 이탈, 핵 능력을 키워 왔다. 이번 전쟁은 2015년 협정이 이란의 '잠재적 핵 능력'을 근본적으로 제거하지 못한 채 시간만 벌어주었다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불신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현재 진행 중인 종전 협상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동지역에서 핵무기가 갖는 함의를 이해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하여 긍정도 부정도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동국가들이 줄기차게 '중동지역 비핵지대화'를 주장하고 있는 이유다. 이란이 핵 능력을 추구하는 것도 이에 대한 대응책임을 감안할 때, '중동지역 비핵지대화' 없이는 어떤 해결책도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우선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최대 압박과 함께 상호 주고받는 딜이 불가피하다. 핵심 쟁점은 400Kg 에 달하는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리문제다. 미국은 고농축 우라늄 '전량 국외 반출'을 요구하지만, 이란'은 '국내 보유'를 고수하고 있다. 이란은 민수용 저농축은 NPT 체재가 허용한 합법적, 주권적 권리로 인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20년, 이란은 5년의 농축 중단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양측이 입장을 완화하여 '원칙적 합의'에 가까워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란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경제 제재 및 동결 자산 해제와 적절한 수준에서 교환하는 딜이 불가피하다. 2015년 JCPOA 합의에 이르기까지 2년여가 소요되었음을 감안할 때, 일단 원칙적 합의에 도달한다면 휴전 기간을 연장하여 최종합의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핵은 중동 전쟁의 시작이자 끝이다. 전쟁의 열쇠를 돌린 손이 이제는 그 문에 자물쇠를 채워야 할 때다. 만약 이번 협상마저 결렬된다면 중동은 국지전을 넘어 5차 중동 전쟁으로 확대되고,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경제를 파탄에 빠뜨릴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그리고 이스라엘은 이러한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소명 의식을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장동희, 전 주핀란드대사/전 경북대 초빙교수

.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