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가면 무조건 찍는다…요즘 뜨는 ‘왕훙 체험’ 정체

이서현 기자 2026. 4.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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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 인식은 부정적…전문가 “국가 이미지와 별개로 콘텐츠의 재미와 심미성 평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경기일보 AI 뉴스 이미지


새하얀 얼굴에 원색적인 아이섀도, 오똑하게 그린 콧날과 긴 속눈썹, 새빨간 입술까지. 얼굴보다 큰 가발과 화려한 헤어 장식을 더하면 마치 중국 사극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고전 미녀’가 완성된다. 여기에 화려한 중국풍 전통 의상을 갖춰 입고, 상하이 구시가지의 전통 정원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까지 이어진다.

한때 과장되고 촌스럽게 여겨졌던 이 스타일은 최근 ‘왕훙(網紅·인플루언서) 체험’으로 SNS를 통해 이국적인 매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30세대 사이에서 상하이를 찾으면 꼭 해봐야 할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상하이에서 왕훙 체험을 한 20대 김모씨는 “친구들과 여행에서 색다른 추억을 남기고 싶어 참여했다”며 “중국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여행과 체험은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배우 한가인, 개그맨 박명수 등 연예인들까지 체험에 나서며 관심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1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 이미지나 정치적 담론보다 개별 콘텐츠가 주는 ‘감각적 즐거움’과 ‘실용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반중 정서와는 별개로 중국 문화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2030 세대들이 증가하고 있다. 체험형 콘텐츠 뿐만 아니라, SNS를 중심으로 상하이에서 시작된 ‘버터떡’이 유행하며 줄을 서서 구매하는 ‘오픈런’ 현상까지 나타났고, 캐릭터 ‘라부부’ 등 중국발 소비도 함께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 문화 소비 확산과 달리, 중국 국가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발표한 한국리서치 ‘2026년 대중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다수는 중국을 여전히 권위주의적이고 위협적인 국가로 인식하고 있었다.

중국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 이미지가 우세하다. 응답자 다수는 중국을 ‘권위적’(76%, 민주적 3%), ‘억압적’(73%, 자유 4%)으로 인식하며, ‘위협적’(67%, 위협적이지 않음 7%), ‘정직하지 않음’(63%, 정직 5%)이라는 평가도 높다. 이 밖에 ‘불신’(56%, 신뢰 11%), ‘공격적’(53%, 평화적 5%), ‘무책임’(50%, 책임감 8%)이라는 응답도 모두 절반을 넘었다.

부정적 인식의 강도는 과거에 비해 다소 완화되며, 중립적 태도를 보이는 유보층이 증가하는 변화도 감지됐다. ‘불신’은 67%에서 56%로 11%포인트 낮아졌고, ‘정직하지 않음’은 72%에서 63%로, ‘무책임’은 59%에서 50%로 각각 9%포인트 하락했다.

오석진 한국리서치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부정 인식은 여전히 강했지만, 변화의 방향은 적극적 호감 확대라기보다 강한 부정의 완화와 유보 응답 증가에 가깝다”면서 “중국에 대한 평가는 사람·기업·공산당과 자연경관·전통문화·음식 등으로 뚜렷하게 갈리는데, 한국 사회가 중국을 단일한 대상으로 보기보다 정치·경제 영역과 문화·생활 영역을 구분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왕훙 체험을 한 한가인, 박명수. 유튜브 ‘자유뷰인 한가인', ‘할명수’ 영상 갈무리


전문가들도 최근 나타나는 중국 문화 소비 확산을 ‘소비의 탈정치화’ 흐름으로 해석한다.

유수민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중국 문화 소비는 국가나 정치보다 콘텐츠 자체의 ‘감각적 즐거움’을 우선시하는 경향에서 비롯된다”며 “이들은 국가 이미지와 별개로 콘텐츠의 재미와 심미성을 독립적으로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인식 변화에는 인적 교류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무비자 정책 시행 이후 현지 방문이 증가하면서, 직접적인 문화 경험이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무비자 정책 이후 직접적인 방문과 문화 체험은 중국을 ‘추상적 국가’가 아닌 ‘구체적인 삶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며 “이 과정에서 감정적 반감이 완화되고 보다 실용적인 판단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두진 경기대 교수는 중국의 한국인 대상 무비자 입국 허용은 단순 출입국 행정 편의를 넘어, 한중 관계의 심층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다만 하 교수는 “문화적 친밀감은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기보다 완충하는 역할에 가깝다”며 “지속 가능한 관계를 위해서는 정치적 갈등 해소와 상호성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서현 기자 sunshin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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