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크레딧 밖에서 인생영화를 틀다” 하정훈·이혜진 ‘롯데시네마’ 프로그램팀의 쿠키영상 [인터뷰]

김형호 기자 2026. 4. 19.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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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 프로그램팀 하정훈, 이혜진. 사진=ER 이코노믹리뷰 김연제 기자.

경제주간지 이코노믹리뷰 1310호(2026년 4월 16일)의 라이프 스토리는 "OO, 좋아하세요?"

우리는 취향을 개인적인 무언가로 여긴다. 하지만 그 뒤에는 늘 누군가가 있다. 그들은 선택지를 만들고, 우리는 그 안에서 고른다. ER은 취향을 만드는 5개 회사 실무자 6명을 만났다.

그 가운데 이번 인터뷰는 롯데시네마 프로그램팀 하정훈 책임과 이혜진 사원의 이야기다.

S#0. 암전. 음성만 흐른다.

여자: 과장님, 이 여자 캐릭터가 귀여운 것 같습니다. 상영하시죠?

남자: 영화인 나오는 영화는 관객들이 잘 안 봐. 게다가 주인공들이 배우도 아니고 극장 사람들이잖아.

여자: (잠시 정적 후) <시네마천국>이 있잖아요. <극장전>도 있고, <영화는 영화다>도 있고.

남자: (한숨) 너, 그 영화들 안 봤지?

나레이션: '인생 영화' 뒤엔 엔딩크레딧에도 없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관객이 좌석에 앉기 훨씬 전에 어떤 빛을 쏠지 결정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나누는 대화에도 귀를 기울인다. 그렇게 쌓인 감과 매일 체크하는 숫자로 상영작을 결정한다. 롯데시네마 프로그램팀 하정훈 책임과 이혜진 사원을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9층 사무실에서 만났다.

S#1.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9와 4분의 3 사무실'
관객의 '인생 영화' 뒤엔 엔딩크레딧에도 없는 이들이 있다. 롯데시네마 프로그램팀 이혜진 사원(왼쪽)과 하정훈 책임이 영화 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ER 이코노믹리뷰 김연제 기자.

Q. 롯데컬처웍스 프로그램팀에서 각자 업무를 소개해 주세요.

롯데 이혜진: (노트북을 읽는다. 1.5배속 편집) 영화를 얼마나 상영해야 할지 결정해서 편성하는 팀입니다. 프로그램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매일 데이터와 관객 반응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영화가 우리 현재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매순간 심도 있게 파악하는 문화 흐름 관련 업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이러한 편성 업무를 중심으로 영화 계약, 관람객 증정 굿즈 및 다양한 이벤트 제반 업무, 그리고 롯데시네마 단독 상영작 및 얼터콘텐츠를 소싱, 상영하는 업무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관의 가장 메인 업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롯데 하정훈: (이혜진이 답변을 미리 준비했다는 사실에 살짝 놀라며) 저는 업무 전반을 통괄 관리하면서 편성에 주력하고 있어요. 어떤 영화를 롯데시네마에서 어느 정도 비중으로, 어느 시간대에 틀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Q. 롯데시네마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하정훈: (당연하다는 듯) 영화 자체를 좋아했어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랑 매주 비디오 빌려서 보는 게 익숙했고, 영화 보는 게 익숙하다 보니 좋아하게 됐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결국 '해야겠다'가 됐습니다. 저는 엣나인필름배급팀에서 시작해서 티캐스트 영화사업팀, 씨네큐브 수입배급팀 거쳐서 롯데컬처웍스 엑스콘팀으로 왔습니다. 작년 9월부터 프로그램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혜진: (또박또박) 롯데시네마 아르바이트인 '드리미'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었고요. 그때 인사 담당자가 작성한 타임테이블에 맞춰 직원들이 유기적으로 출근하는 스케줄제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 팀을 이루어 현장 전체를 운영하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성향이 정반대인 두 관리자 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분은 카리스마 있게 일을 처리하는 분이었고, 다른 한 분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드리미들에게 스며들면서도 날카로움이 느껴지는 분이었습니다. (이때 하정훈이 이혜진을 신기하게 본다.) 당시 20대였던 제 눈에는 두 분 모두 존경스러웠고, 조직에서 사람을 관리하는 역할에 매력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영화관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S#2. 엔딩크레딧 밖의 영화인

Q. 이혜진님은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하셨네요? 영화관 아르바이트도 '영화인'인가요?

이혜진: (사전 질문지에 없는 걸 확인하고 살짝 당황하며)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면 영화인이라고 봅니다. 또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고객 입장에선 영화인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하정훈: (고개를 끄덕이며) 저도 동의해요. 영화인을 누가 정의한다기보다는 본인이 정의하는 거죠. 근데 요즘 저 같은 경우는 시장 분석에 치중하고 숫자를 더 많이 보다 보니 예전에 생각했던 영화인과는 조금 멀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S#3. 인생 영화를 고르는 사람들

Q. 혜진님, 영화관에서 일한다고 하면 친구들은 어떤 반응인가요?

이혜진: (긴장이 풀리고 편하게) 예상하시다시피 영화표 달라는 일이 제일 많고요(웃음). 최근에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하니까 제 영화표도 성수기가 됐죠(웃음). 영화가 다시 문화 트렌드가 됐다는 걸 느꼈고, 이 흐름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제가 재개봉작 담당인데, 친구들이 자기의 인생 영화'를 제가 소싱했다는 걸 알고 신기해해요. "이 영화도 재개봉해 줄 수 있어?" 이런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요(웃음).

Q. 재개봉작 담당자로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는지?

이혜진: 가장 뿌듯할 때는 '명작을 극장에서 다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관람객 후기를 볼 때입니다. 관객 분석을 해보면, 의외로 10대 20대가 많이 보거든요. 동시에 중년층, 시니어 분들까지 함께 보시고요. 클래식 명작이 어린 관객들에게는 신작인 거고, 어른 관객들에게는 향수가 되더라고요. 그분들이 다 함께 같은 상영관에서 추억을 공유하는 걸 볼 때 개인적으로 뭉클하고 뿌듯합니다.

Q. 정훈님,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작 결정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하정훈: (조심스럽게 단어를 고르며) 수많은 배급사와 수입사에서 매력적인 작품들을 많이 제안해 주세요. 그런데 상영 기회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Q. 정훈님이 프로그래머를 시작했을 때 가장 영향을 받은 요인은 무엇인지?

하정훈: (잠깐 생각하다가) 저희 프로그램 팀장님인 것 같아요. '저분처럼 해보고 싶다', 그게 컸습니다. 팀장님 일하는 거 보면서 '저분은 진짜 대단한 분이구나' 싶었어요. 자신의 분석과 인사이트를 본인 논거로 주장하고 이끌어 가시는 게 대단하시거든요. 프로그래머는 그런 고집과 용기가 필요한 업무라고 생각해요. (멋쩍어 하며) 원래는 이 인터뷰도 그분이 하셔야 하는 건데, 지금 휴가를 가셔서…. 

Q. '이 영화 뜨겠다'고 판단하는 개인 지표들이 있는지?

이혜진: 자연 바이럴이 우후죽순 쏟아질 때가 있어요. '내가 먼저 올릴래'라는 식으로 퍼지면 입소문이 나고 있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요새 '도파민 시니어'라고 하잖아요? 그 연령대 분들이 '우리 딸이 이 영화 유명하대'라고 말씀하시면 '진짜 잘 되겠다'라고 보는 편입니다.

하정훈: 저는 개인적인 지표가 하나 있어요. 여자친구가 먼저 물어보는 영화는 거의 무조건 잘 되거든요. 전혀 영화를 안 보는 사람한테까지 닿아서 "이거 보고 싶다"고 하면 500만은 무조건 되는 영화예요.

S#4. 영화다운 영화

Q. 혜진님은 직업이 된 이후 영화 볼 때 달라진 게 있는지요?

이혜진: 아무래도 관객분들의 리액션 반응을 살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상영 중 소리는 잘 나오는지 스크린은 괜찮은지 이런 환경적인 부분도 보게 되고. 상영이 끝나고 나서 관객분들이 하시는 대화들을 통해 이렇게 느끼셨구나를 관심 있게 계속 듣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때까지요.

Q. 그렇다면, 혜진님이 생각하는 '영화다운 영화'란 무엇인지요?

이혜진: (다시 노트북을 보며 또박또박) 저는 예술적 가치나 구성보다는, 내 삶을 울리고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가 진짜 영화다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회상하며) 를 세 번 봤는데, 두 번째까지는 왜 사람들이 우는지 몰랐어요. 그런데 세 번째 볼 때 대사 하나하나가 다르게 와닿더라고요. (몰입한 표정으로) 루키인 조슈아 옆에서 계속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거기에 휩쓸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소니가 결국 늦게 피는 인생이잖아요? 지금 단기로 주변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는 울림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 영화가 인생 영화가 됐습니다.

S#5. 영화관다운 영화관

Q. 정훈님, OTT는 롯데시네마의 경쟁 상대인가요?

하정훈: 경쟁이라고 하기에는 이제 아예 다른 결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 경쟁 상대는 러닝처럼 외부 여가 활동들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OTT에 그 영화가 있다고 재개봉 흥행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OTT와 극장이 동시에 흥행하는 경우도 있어요. 관객들에게는 대체제가 아니라 아예 다른 상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Q. 그렇다면, 정훈님이 생각하는 '영화관다운 영화관'은 무엇인지?

하정훈: (잠깐 고민하다가) 적당히 팝콘 냄새도 나고, 사람들이 같이 보는 북적북적한 느낌이 있는 곳이요. 너무 정숙하게 꽉 막힌 것보다는, 스크린과 불특정 다수의 관객이 자연스럽게 감정으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관이 '영화관다운 영화관'이 아닐까요. 지금 영화가 고전적인 정의하고는 조금 달라졌다고는 생각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어쨌든 영화가 관객과 소통하고, 관객이 관객끼리도 소통하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S#6. "영화, 아직도 좋아하세요?"

Q. 혜진님, 마지막 질문입니다. 영화관… 좋아하세요?

이혜진: 예, 좋아합니다. (다시 또박또박) 영화가 틀어지는 영화관을 좋아합니다. 1907년에 개관한 한국 최초 극장 단성사부터 2026년까지 이어져 온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간접적인 경험을 하고 싶어 하고, 모여 있고 싶어 합니다. 그런 것들이 앞으로도 늘 우리 곁에 존재했으면 좋겠어서, 이 일도 애정하는 것 같습니다.

Q. 정훈님, 마지막 질문입니다. '아직도' 영화 좋아하세요?

하정훈: 예, 아직도 그런 것 같아요. 아직도(웃음).
 

S#7. 쿠키영상

Q. 혜진님, 아무도 없는 상영관에 혼자 남는다면 어떤 영화를 보실 건가요?

이혜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요. 원래 제 인생 영화 1위예요. 미란다가 원래 제 롤 모델이었어요. 직장 내 괴롭힘 같은 면도 있지만, 업무를 대하는 자세와 탑까지 올라간 그 노력이 너무 멋있다고 느꼈어요. 제가 ENTJ라 그런지, 그 캐릭터가 너무 멋있었거든요. 일에 대한 동경이 있습니다(웃음).

Q. 정훈님, 극장이 사라지는 마지막 날에 어떤 영화를 틀고 싶은지?

하정훈: 제가 트는 건가요? (생각하다가) <탑건 : 매버릭>을 상영할 것 같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정수라고 생각해요. 플롯도, 스토리도, 중간중간 장치들도 할리우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정말 잘 활용했다고 생각하고요. 마케팅과 브랜딩까지 포함해서 '이것이 할리우드 영화다'라고 보여준 정석 같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