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 단골이 MZ 디저트로…떡지순례 부른 ‘창억떡’

광주일보 2026. 4. 1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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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이어온 로컬 브랜드 ‘창억떡’
SNS 타고 10~20대 인기…전국 각지서 찾아
얇고 쫀득 ‘호박인절미’는 원조 제품 중 하나
중년층은 통팥찰떡, 젊은층은 코코아설기 인기
“특색있는 ‘광주 먹거리’ 더 널리 알려졌으면”
호박인절미
광주 북구 중흥동, 어느 떡집 앞.

평일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줄을 선다. 관광지 앞도 아니고, 새로 생긴 카페 앞도 아니다. 손에 든 건 커피 대신 수정과, 입안에 든 것은 소금빵이나 두바이쫀득쿠키가 아니라 호박인절미다.

누군가는 “이게 그 떡 맞아요?”라고 묻고, 누군가는 매대 앞에서 흑임자와 쑥, 모둠찰떡 사이를 한참 망설인다.

빵지순례도, 카페 투어도 아니다. 요즘 광주에서 벌어지는 ‘떡지순례’다.

최근 광주 창억떡이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 리뷰를 계기로 화제를 모으면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국 각지 로컬 떡집 후기와 추천 글이 잇따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언급되는 건 창억떡의 호박인절미다. 얇고 쫀득한 떡 사이에 고물을 채우고, 바깥에는 카스테라 가루를 입힌 이 떡은 “한 번 먹으면 계속 생각난다”는 후기를 타고 빠르게 퍼졌다.

광주 북구 중흥동 창억떡 본점 매장 안이 떡을 사려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최근 호박인절미 등 인기 제품을 찾는 이른바 ‘떡지순례’ 발길이 이어지면서 평일 아침부터 긴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매장 안에서 만난 손님들의 동선만 봐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부산에서 온 동갑내기 친구 이채원(20)·이서연(20)은 대전을 들러 성심당에 갔다가 다시 광주로 내려와 창억떡 본점을 찾았다. 선물로 받은 떡을 먹어본 뒤 “너무 맛있어서 본점까지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들은 호박인절미와 코코아설기를 고른 뒤 다시 동명동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온 김지영(43)·김윤경(43)씨도 창억떡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온라인으로 주문해 먹어본 뒤 ‘매장에서 바로 먹는 떡은 다르다’는 이야기에 직접 광주까지 내려왔다고 했다.

이들은 떡을 사는 일정을 여행 코스 한가운데 넣었다.

“원래도 알고는 있었는데 인터넷으로 시켜 먹어보고 더 궁금해졌어요. 여기서 직접 사는 거랑 다르다고 해서 찾아왔죠.”

창억떡 방문은 이번 광주행의 유일한 목적은 아니었지만 광주를 오기로 마음먹은 이유 중 하나였다고 했다.

이들은 전날 광주에 도착해 식사를 하고, 주변 골목을 걸으며 동네 분위기를 즐겼다.

“온 김에 이것저것 보고, 먹을 것도 많다고 해서 여행 겸 왔다”는 말에서는 특정 먹거리를 핑계 삼아 도시를 경험하는 요즘식 ‘맛 여행’의 결이 묻어났다.

영산강 국토종주 중 광주에 들러 창억떡 본점을 찾은 경남 마산 출신 구윤형(21·사진 왼쪽)씨와 친구들.
이처럼 호박인절미 열풍은 한 떡집의 반짝 인기를 넘어, 떡 자체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디저트로 다시 떠오르는 흐름과도 이어진다.

예전에는 떡이 명절 음식이거나, 잔칫집 음식이거나, 어른들 간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요즘은 다르다. 맛집 리스트에 오르고, 냉동실 필수템처럼 저장되고, 유명하다는 집을 일부러 찾아가는 음식이 됐다.

그 중심에 광주의 로컬 브랜드 창억떡이 있다. 1965년 방앗간에서 출발한 창억떡은 3대째 명맥을 잇고 있는 광주 로컬 떡집이다. ‘창억’이라는 이름은 초대 회장의 호에서 따왔다. 동명동에서 시작해 지금은 중흥동 본점과 동명동 매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오랫동안 광주 시민들에게 사랑받아 온 곳이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한층 달라졌다. 이제는 광주 사람들만 찾는 떡집이 아니라, 외지인들까지 일부러 들르는 명소가 됐다.

‘창억떡’ 임혜연 기획실장
창억떡 임혜연 기획실장은 “처음에는 금방 지나가는 유행일 줄 알았다.그런데 1~2주가 아니라 5주째 반응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출도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했다. 가족들이 주 7일 가까이 매장을 돌며 버티고 있을 정도라고도 했다. 최근에는 갑자기 몰린 손님을 감당하기 위해 매장 구조까지 손봤다. 예전처럼 카페 공간을 유지하기보다 계산과 포장을 빠르게 돌리는 쪽으로 동선을 바꿨다.

실제 ‘창억떡’의 3월 네이버 예상 월 검색량은 41만5000건으로 2월보다 280% 증가했고, ‘광주’ 역시 같은 기간 5만9700건으로 8.6% 늘었다. 단순한 검색량 증가에 그치지 않고 실제 매장 방문과 구매, 지역 여행으로까지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메뉴는 단연 호박인절미다. 이 떡은 단순히 ‘달고 쫀득한 떡’이 아니다. 얇은 떡 사이에 고물을 채우고, 바깥에는 직접 구운 카스테라 가루를 입힌다. 호박 맛이 세게 치고 나오기보다 은근하게 남고, 카스테라의 달큰한 결이 한 번 더 감싼다.

임혜연 실장은 “호박인절미는 창억떡의 원조 제품 중 하나”라며 “얇게 만들면서도 쫀득한 식감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아 계절마다 물 비율을 다르게 연구한다. 카스테라 가루도 직접 굽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창억떡은 별도 연구소를 두고 제품 균일화와 품질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호박인절미만 뜨는 것도 아니다. 창억떡은 30가지가 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호박인절미를 사러 왔다가 다른 떡까지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흑임자인절미, 밥알쑥인절미, 이북식인절미, 모둠찰떡, 꿀설기 등도 함께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떡과 기존 단골층이 찾는 떡이 한 매대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이는 것도 이 집의 특징이다.

여기에 냉동 유통 노하우도 한몫했다.

창억떡은 이미 10년 넘게 냉동 떡 제품을 홈쇼핑과 택배로 판매해 왔다. 어머니 세대에게는 익숙한 브랜드였고, 젊은 층 사이에서는 “유행이라 사려고 보니 우리 집 냉동고에 원래 있던 떡이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오래된 떡집이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 원래 있던 브랜드가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소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열풍은 지역 경제와 관광 자원 측면에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성심당이 대전을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가 된 것처럼, 창억떡 역시 광주를 대표하는 식문화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창억떡 측에 따르면 최근에는 프로야구 시즌과 맞물려 타지에서 온 손님도 크게 늘었다. “광주 오면 여기 들러야 한다”는 식의 글이 돌고, 실제로 유니폼을 입고 매장을 찾는 손님도 적지 않다고 한다. 떡집이 관광 코스가 되고 있는 셈이다.

임 실장은 “앞으로도 광주만의 특색과 멋, 감성 등이 깃든 먹거리가 타 지역에도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이 성심당을 중심으로 ‘빵지순례’ 도시로 자리 잡았듯, 광주 역시 창억떡을 계기로 ‘떡지순례’의 거점으로 떠오르길 기대한다.

/글·사진=박연수 기자 traini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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