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 뺏나” 논란.. 연금 개편 방향 두고 충돌

홍성민 2026. 4. 1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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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기초연금 하후상박 논쟁, 제도 방향 갈림길
선별 강화 vs 보편 유지…핵심 쟁점 부상
“줬다 뺏나” 쟁점 속 재정·형평성 충돌
노후소득보장 체계 전면 재설계 필요성 제기

[지데일리] 기초연금 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단순 제도 조정을 넘어 노후소득보장 체계 전반의 방향을 가르는 쟁점으로 부상했다. ‘하후상박’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기초연금의 성격과 역할을 둘러싼 근본적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기초연금 개편을 둘러싼 ‘하후상박’ 논쟁이 본격화됐다. 토론회에서는 선별 강화와 보편 유지가 충돌하며 “줬다 뺏나” 비판이 제기됐다. 재정 중심 접근을 넘어 노후소득보장 체계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픽사베이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지난 17일 서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초연금 하후상박 전환 논의의 쟁점과 대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주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초연금 개편 방향을 둘러싼 상반된 입장이 충돌하며 제도의 성격 규정과 개편 원칙에 대한 핵심 쟁점이 집중적으로 드러났다.

남찬섭 동아대학교 교수는 최근 논의가 사실상 ‘기초연금 축소’를 전제로 한 표적화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초연금을 단순한 빈곤대책으로 보는 시각은 사회적 합의가 없는 주장이라며,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급여 삭감 보완과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도입된 준보편적 소득보장 제도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인 소득이 공적이전소득을 통해 개선된 현실을 외면한 채 대상 축소를 추진할 경우 노인 소득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급 대상 축소와 표적화 강화는 효율성 제고가 아니라 노후소득보장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재정 중심 접근이 정책 논의를 과도하게 지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옥금 국민연금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제도의 구조적 한계로 ‘노인 70% 대상’ 목표수급률을 지목했다. 그는 인구와 소득 구조가 변화한 상황에서도 해당 기준을 유지할 정책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수급자 증가와 노인 소득 변화에도 기초연금이 광범위하게 지급되면서 제도의 정당성과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수급자 증가와 급여 인상으로 재정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또한 국민연금과의 연계감액, 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기능 중복, 이른바 ‘줬다 뺏는 문제’로 취약 노인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초연금을 저소득층 중심의 최저소득보장 제도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목표수급률 폐지와 대상 조정, 저소득층 급여 인상, 장기적으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통합을 제안했다.

김원섭 고려대학교 교수는 선별 강화와 현행 유지의 이분법을 넘어 보다 구조적인 접근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의 낮은 공적연금 지출과 높은 노인빈곤율을 지적하며 현 체계로는 충분한 노후소득보장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노인빈곤은 개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하며, 기초연금 보편화와 보충급여 도입, 국민연금 유지를 결합한 ‘보편적 중층보장체계’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결합 효과에 주목했다. 그는 두 제도를 분절적으로 보기보다 연계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으며,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를 전제로 기초연금 기능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소득층에 대한 보완적 급여를 강화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두 제도의 재원 구조를 함께 검토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윤민 국립창원대학교 교수는 제도의 목적과 성격에 대한 합의 없이 개편 논의가 진행되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그는 기초연금이 빈곤대책인지 보편적 소득보장 제도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선별 강화가 추진될 경우 제도 정합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연금 보장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기초연금만 조정하는 방식의 한계를 언급하며, 국민연금 강화와 함께 의료비 등 노인 지출 부담 완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기초연금의 성격을 둘러싼 근본적 쟁점이 확인됐다. 기초연금을 저소득층 중심 공공부조로 재편할지, 준보편적 소득보장 제도로 유지할지에 대한 선택, 수급 대상 축소의 타당성, 재정 중심 접근과 권리 중심 접근 간 인식 차이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참석자들은 기초연금 개편이 재정 절감 논리에 갇힐 경우 제도의 본래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향후 개편은 국민연금과의 역할 재정립, 노인빈곤 완화, 보편적 소득보장 강화라는 정책 목표를 중심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또한 정부가 기초연금의 성격과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선행하고, 노후소득보장 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