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바뀐 정당법…‘차떼기’로 폐지됐던 지구당 부활 수순?

자정을 넘긴 18일 0시 25분. 국회 본회의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수정 상정한 정당법 개정안이 재석 213명 중 찬성 198명, 반대 1명, 기권 14명으로 가결됐다. 소속 국회의원이 없는 지역에도 정당의 지역조직인 당원협의회나 지역위원회 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당법 제37조3항의 단서 조항 하나를 바꾼 것인데, 정치권에서는 ‘차떼기’로 기억되는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계기로 2004년 폐지됐던 ‘지구당’ 부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원내-원외 인사 형평성, 지역 당원 조직화 등 장점도 거론되지만, 거대 양당에 구조적으로 유리한 제도여서 국민의힘을 제외한 야 4당은 반발하고 있다.
현행 정당법은 ‘정당은 국회의원 지역구 및 자치구·시·군, 읍·면·동별로 당원협의회를 둘 수 있다. 다만, 누구든지 시·도당 하부조직의 운영을 위하여 당원협의회 등의 사무소를 둘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현역 국회의원만 지역구 의원 사무실을 지역 조직을 관리하는 당원협의회 사무실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지역구를 담당하는 보좌관이 사무국장을 맡는 경우가 많아 당협 운영을 위한 임대료·인건비가 따로 들지 않는다.
반면 다음 총선을 노리는 낙선 원외 위원장들은 이런 통로가 막혀 있다. 일부는 ‘포럼’ 등의 이름으로 지역 사무실을 편법 운영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유지비 등을 고려할 때 원내 정치인과의 경쟁이 쉽지 않은 구조다. 특히 세력과 인지도 모두 약한 군소 정당이나 정치 신인에게는 구조적 진입장벽이 된다.
이번 정당법 개정으로 ‘정당은 당원협의회 등의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사무소 1개소를 둘 수 있다’고 바뀌면서, 해당 지역구 선거에서 패한 정당도 지역 사무실 1곳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지역 사무실만 운영할 수 있을 뿐 후원금 모금 등은 할 수 없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를 근거로 ‘고비용 저효율’ ‘돈 정치’ 비판을 받고 폐지됐던 지구당과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지구당은 1962년 정당법 제정 때부터 국회의원 선거구(지역구) 단위로 설치하도록 규정됐다. 이후 40여년간 당원의 입당과 탈당, 관리, 교육, 지역 민원 해결, 여론 수렴 등을 담당하며 지역 정당 활동의 구심점이자 중앙당과 지역 유권자를 연결하는 통로 구실을 했다.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지구당 운영비 대부분을 지구당위원장이 떠안으면서 공천 등과 얽힌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원인이 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이 터지며, 국회는 2004년 정당법을 바꿔 지구당을 폐지했다.
지구당 폐지 뒤 지역 유권자와 소통 창구가 아예 사라졌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국회는 2005년 다시 정당법을 개정해 ‘당원협의회를 운영할 수는 있지만 사무소 설치는 금지’하는 현행 정당법 규정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전국 대부분 지역구를 나눠 가져온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의 사무소가 해당 지역위원회(민주당)나 당원협의회(국민의힘) 사무소를 겸하는 식으로 운영해왔다.
앞서 2024년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구당 부활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국회입법조사처는 ‘지구당 부활의 쟁점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번 정당법 개정과 동일한 ‘사무소 설치만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 방안은 법률 개정이 간편하고 고비용 구조와 비민주적인 운영을 이유로 폐지된 지구당을 부활시킬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지구당 부활과 관련해서는 “과거에 비해 자발적인 당원의 수가 많이 늘어난 만큼 불법자금 수요는 줄었다는 평가가 있다”고 했다. 2003∼2023년 사이 당비를 내는 당원 수가 15.6배 늘어나면서, 지역 단위에서 급증한 당원을 조직하는 지구당 성격의 사무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했다. 다만 “당협위원장이 아닌 정치신인에게는 또 다른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며 “지도부가 당협위원장을 낙점하는 구조에서 지구당 부활은 중앙당에 대한 지역 예속을 심화한다는 비판도 있다”고 했다. 결국 “당원들의 실질적 참여에 기반한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를 확립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구당 성격의 조직 부활에 대해 정치학계에서도 찬반 논쟁이 있어 왔다. 강성 팬덤 정치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산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으며, 지역 정치 활성화 대신 중앙 정치에 흡수되는 ‘빨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히 지역 조직 설치가 아닌 선거구제 개편, 청년·여성 정치신인 육성·공천 등 정치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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