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말고 '예매 권한' 팝니다… 프로야구 멤버십 거래 사각지대

공혜린 기자 2026. 4. 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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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아니어도 ‘선예매’ 위해 가입…중고 플랫폼서 아이디 대여 등 규제 사각지대 확산
매크로 단속 한계 보완한 개정안 시행 앞두고 개인 간 ‘권리 거래’는 여전히 활개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로 제작한 일러스트. 경기일보 AI 이미지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며 티켓 대신 ‘예매 권한’을 사고파는 거래가 나타나는 가운데, 팬이 아니어도 멤버십에 가입해 좌석 확보에 나서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1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중고거래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구단 멤버십을 활용해 원하는 경기 티켓을 선점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특정 팀을 꾸준히 응원하는 팬 중심의 제도였던 멤버십이, 최근에는 ‘티켓 확보 수단’으로 활용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프로야구 흥행 열기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2024시즌에는 사상 처음으로 1천만 관중을 돌파했고, 2025시즌에는 1천231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개막 시리즈에서도 5개 구장 모두 매진을 기록하며 이틀 동안 누적 관중은 21만1천756명에 달했다.

이처럼 관람 수요가 급증한 반면 좌석 수는 제한적인 구조가 이어지면서, 일반 예매만으로는 좌석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티켓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멤버십은 일정 금액을 내면 일반 예매보다 앞선 일정에 티켓 구매가 가능한 구조로, 가격은 약 5만~20만원대 수준이다. 일부 구단의 경우 멤버십 등급에 따라 선예매 일정이 차등 적용돼, 장기 가입자나 상위 등급 회원일수록 경기일 기준으로 하루씩 더 빠른 예매가 가능하다.

선예매 단계에서 전체 좌석이 모두 공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야석과 외야석 등 주요 인기 좌석이 일부씩 먼저 배정되며 특히 중앙이나 전면에 가까운 좌석이 우선적으로 소진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일반 예매 단계에서는 선택 가능한 좌석이 크게 줄어들며 사실상 제한된 선택지 속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장인 한준수씨(가명·29)는 “예매를 시도해도 몇 초 만에 매진되는 경우가 많아 멤버십 가입을 고려하게 됐다”며 “응원팀이 아니어도 멤버십을 통해 일단 먼저 살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멤버십을 단순 팬 서비스가 아닌 ‘예매 접근권 확보 수단’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 시즌권 판매 현황. 중고 거래 플랫폼 갈무리


이 같은 흐름은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한 중고 거래 플랫폼에 ‘선예매’를 검색하면 자신의 멤버십을 거래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자신의 멤버십 아이디를 건당 수수료를 받고 거래하는 방식으로, 티켓이 아닌 ‘예매 권한’이 거래되는 형태라 기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멤버십 거래글을 올린 한 판매자는 “타 구단의 팬이지만 원정 경기를 보기 위해 전 구단 멤버십을 구매했다”며 “원정 경기만을 위해 구매한 타 구단 멤버십 결제 비용이 아까워 이를 충당하기 위해 1회당 멤버십 비용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멤버십을 통한 선예매 권한이 하나의 거래 대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 암표 규제 체계와의 괴리도 나타나고 있다. 티켓이 아닌 아이디 형태의 ‘권한’을 주고받는 거래 특성상, 일반 중고거래처럼 상품을 받은 뒤 구매 확정을 하는 ‘안전거래’ 시스템을 적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실제 거래에서는 계좌이체 방식이 주로 활용되며, 사기 등 피해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제도 밖에서 새로운 거래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티켓 자체가 아니라 ‘구매 권한’이 거래되는 형태까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스포츠의 공정성과 가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멤버십을 활용해 개인이 관람하기 위한 경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가 확산될 경우 결국 소비자들은 웃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경기를 관람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적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새로운 방식의 거래가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제도적 보완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구단 차원에서도 멤버십 계정의 거래나 양도를 제한할 수 있는 관리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암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 2월 27일 공포돼 오는 8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부정구매·부정판매 행위를 금지하고 판매금액의 최대 50배 이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해 단속 과정에서 사용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고, 이로 인해 실제 단속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했지만, 합법적인 구매 이후 이뤄지는 개인 간 재판매나 예매 권한 거래 등은 여전히 명확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분석이다.

공혜린 기자 heygong0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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