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7개월간 22개국을 3만5천km 달려간 끝에 마주한 것 [여책저책]
여행은 어떤 이에게는 단순히 즐기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내면을 성장시키기 위한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이 더 옳다고 할 수 없지만 의미만은 다릅니다.

여책저책이 만난 책 역시 여행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통 사람과 다릅니다. 책 ‘우주를 건널 수는 없더라도’는 현대인의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발적 ‘도망’, 그리고 순례를 다룹니다. 저자는 길 위에서의 시간을 통해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재발견하는데요. 그 여정을 따라가 봅니다.
유운 | 행복우물 출판사

4년차 사회부 기자 유운도 그 틈바구니에서 뜨거운 경쟁을 펼친 주인공이다. 사람과 사건의 틈바구니를 헤집으며 치열하게 살던 그는 어느 날 낡은 아파트와 적갈색 빌라에서 도망, 탈출, 해방하기로 결심한다.
무작정이라해도 무방할 만큼 동해항에서 여객선에 몸을 실은 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자동차에 텐트와 밥솥 하나만을 실은 채 홀로 7개월간 22개국, 3만5000km를 달려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 포르투갈 호카곶까지 달린다.

저자는 책에서 ‘세상의 끝까지 가보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세운다. 하지만 실제로 길 위에서 만난 것은 거창한 승리나 정복이 아니었다. 이름 없는 숲의 고요와 이름 모를 이가 건넨 사탕 한 알의 온기였다.
책은 총 5부로 나뉜다. 1부 시베리아 횡단기에서 저자는 700km 이상 직진해야 하는 막막한 길 위에서 마피아 출신 히치하이커를 만난다. 이어 펑크 난 타이어를 끌고 모스크바로 향하며 과거의 고통과 미래의 불안을 유예하는 법을 배운다.

3부와 4부에서는 비극적 역사가 서린 아우슈비츠에서 화창한 날씨를 만나 느낀 아이러니와 보스니아 스레브레니차의 참상을 바라보며 문명이 깎여나간 뒤편의 고통을 직시한다. 튀르키예 괴레메의 화려한 동굴 호텔 이면에 존재하는 진짜 동굴 집 사람들의 고단함도 다룬다.
저자는 여행과 관광이 결코 동의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유목민이란 공간을 길들이는 자가 아니라 공간을 넘나드는 스스로를 길들이는 자라고 강조한다. 유목민은 자기 안에 세계를 통째로 담아낸다고 말하는 저자는 틀 안에 갇히는 것을 두려워했던 나약함이 어떻게 자유와 용기로 나타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히 화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여행기가 아니다. 고요한 바다 밑바닥에서 깊은 숨을 나누듯 자신의 내밀한 감정들을 꺼내 놓은 진솔한 기록이다. 207일간의 주행 끝에 저자가 도달한 곳은 포르투갈의 호카곶이었지만, 그가 진정으로 건넌 우주는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저자는 이제 머무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다짐한다. 책은 도망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어딘가에 온전히 머물고 싶어 하는 모든 현대인에게 건네는 가장 다정한 배웅이자 따뜻한 마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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