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낙산항 익수 사고 둘러싼 유족과 소방서의 ‘엇갈린 증언’

이태준 기자 2026. 4. 1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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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살려달라’는 익수자의 절규를 소방당국은 ‘언어폭력’으로 규정” 분노
양양소방서 측 “망인 발언 겨냥한 기록 아냐…출동 소방대원, 군중들에게 고함 듣던 상황” 해명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지난 3월14일 강원 양양군 낙산항 인근 어선 전복 사고로 선장 이아무개씨(71)가 숨졌다. 사고 이튿날인 15일은 이씨의 생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지난달 강원 양양군 낙산항에서 발생한 익수 사고를 둘러싸고 국가 구조기관인 양양소방서의 소극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족은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이 작성한 공문서에 익수자의 구조 요청을 '언어폭력'으로 규정했다고 밝히며, 양양소방서가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저버린 것도 모자라 고인의 존엄까지 훼손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낙산항 익수 사고 유족은 16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소방 구조 활동 기록지에 따르면, 사고 당시 정황을 기록하는 항목에 '언어폭력'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기재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유족은 해당 표현이 차가운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던 선장 이아무개씨(71)가 구조대원들을 향해 내지른 "나 좀 살려줘. 이 XX야"라는 절규를 지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족은 이씨가 물속에서 마지막 힘을 다해 구조를 요청했음에도 소방이 이를 절박한 구조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고 대원에 대한 '폭력'으로 기록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위급 상황에서 국민이 느끼는 공포와 절박함을 이해해야 할 구조기관이 오히려 익수자를 언어폭력자로 간주했다는 점에서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유족의 입장이다.

기록지상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구조 행위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유족은 당시 이씨와 구조대원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구조가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었음에도 소방 측이 소극적인 태도로 구조 활동을 했다고 주장한다.

사고 이후 현장을 직접 확인한 이씨의 딸 A씨는 방파제 위에서 익수 지점까지의 거리가 자신의 손으로 단 '네 뼘' 정도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손만 뻗어도 닿을 수 있는 거리였으나, 소방대원들은 파도가 높다는 이유와 내부 매뉴얼을 근거로 수중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 유족 측의 주장이다. 

반면 소방 측은 당시 파도 높이가 2.5m에 달해 대원 안전 확보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도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도 인근에서 구조 장비를 찾는 등 매뉴얼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 측은 사고 이후 양양소방서 측의 비협조적 태도가 불신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족은 진상 규명을 위해 교신 내역 등 자료의 공개를 요구했으나, 소방 측은 대원들의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거나 정보공개청구 절차를 잘못 안내하는 등 행정적 혼선을 빚었다. 

이에 대해 양양소방서 관계자는 17일 취재진에게 "소방 구조활동일지와 구급활동일지는 출동한 대원이 작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소방 구조 활동 기록지에 '언어폭력' 항목이 기재된 경위에 대해서는 "망인께서 언급했던 '나 좀 살려줘. 이 XX야'를 겨냥한 부분이 절대 아니다. 당시 현장에 도착했을 때, 군중들이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고함을 지르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유족이 양양소방서의 대응을 비협조적으로 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보공개청구가 3월22일 이뤄졌고, 유족에게 자료를 3월30일에 통지했다. 기한을 어긴 것이 아니고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에 답변을 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 취재가 시작된 이후에야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상급 부서에서 조사 중이다 보니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돼서 공식적인 답변을 드리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국회 전자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구조활동 부재에 대한 조사 요청에 관한 청원' 게시글. 해당 청원은 선장 이아무개씨의 유족이 올렸다. 17일 오후 5시 기준 3188명이 청원에 동의한 상태다. ⓒ시사저널 이태준

평생의 일터였던 바다…'생일 하루' 앞두고 비극의 장소가 됐다

평생을 바다에 몸을 맡기며 성실히 그물을 올렸던 뱃사람 이씨. 그는 생전 딸 A씨에게 "내 손으로 잡은 고기를 엄마 횟집에 넣어주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다정한 가장이었다. 제 할아버지가 잡아올 도치와 아귀를 손꼽아 기다리던 초등학생 손주들에게도 그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평생의 일터였던 바다는 이씨의 생일을 단 하루 앞두고 비극의 장소로 변했다. 남편을 황망히 떠나보낸 아내의 일상은 무너졌다. 좁고 깊은 지방의 인적 네트워크 특성상, 양양소방서에 근무하는 지인들이 적지 않았기에 유족은 애초 법적 대응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슬픔 속에서도 이웃의 얼굴을 먼저 떠올린 선택이었다.

유족은 사지로 몰아넣은 것은 양양소방서의 무책임한 태도였다고 지적한다. 사건 경위를 묻는 질문에 관계자들은 유족에게 "그 장소에 있지 않아 잘 모른다"는 답변만 반복했다고 한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이들이 방송사 등 언론 취재가 본격화된 후에야 뒤늦게 사과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도 했다. 유족 A씨는 "양양소방서 관계자들도 다 가족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사과하면 받아주려 했던 내 생각이 바보 같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결국 유족은 법무법인 대륜을 선임해 국가 구조기관인 양양소방서의 과실과 부적절한 사후 대응에 대한 법적 공방을 시작했다. 현재 진행 중인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진상 규명을 위한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해당 청원은 오는 30일까지 5만명의 동의를 얻어야 상임위원회로 회부되지만, 아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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