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사명에 ‘AI’만 넣어도 풀매수, 美잡주 전성시대
실패한 운동화社 올버즈, ‘AI’ 사명에 7배 ↑
‘매출 80만원’ 마이세움도 변신 예고에 급등
종전 전인데도 S&P·나스닥 신고가 행진하자
대형주 부담, 변동성 장세에 ‘밈 주식’ 뭉칫돈
“개미들 매수하고 환호만”...옥석 잘 가려야

최근 중동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에서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자 뉴욕 증시에서도 한국의 테마주격인 ‘밈 주식(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 광풍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기업들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사명에 ‘AI’만 넣어도 주가가 몇 배나 뛰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개인투자자들이 이른바 ‘묻지마 투자’에 나선 결과인데, 기업의 기술력이나 기초체력(펀더멘털)과는 무관한 상승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버즈의 주가는 이후에도 가파르게 오르내렸다. 올버즈는 다음 날인 16일 35.79% 급락했다가 17일에는 장중 23.56%까지 급등한 뒤 끝내 1.01% 하락으로 마감했다. 한국의 일반 테마주와 비슷하게 주가의 방향이 종잡을 수 없이 오락가락했다.
월가에서는 올버즈의 급등락을 일종의 광란으로 바라봤다. 이 회사는 급등 전인 14일까지만 해도 주가가 고작 2.49달러에 불과한 ‘동전주’였기 때문이다. 올버즈는 뉴질랜드의 전 프로축구 선수인 팀 브라운 최고혁신책임자(CIO)과 재생에너지 전문가 조이 즈윌링거 전 최고경영자(CEO)가 2015년 친환경을 표방하며 설립한 신발 브랜드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이라는 평가 아래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이 즐겨 신으며 입소문이 퍼진 덕도 봤다.
빠른 성장을 발판으로 2021년 나스닥시장에 입성했으나, 이후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경쟁 브랜드의 도전과 무리한 사업 확장, 운영비 증가로 2024년과 지난해 각각 9330만 달러, 773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 2월에는 미국 내 모든 매장의 문을 닫았다. 지난달에는 자사 지식재산권(IP)과 신발 사업 자산을 아메리칸익스체인지그룹에 3900만 달러 매각했다. AI 기업 변신 계획은 IP를 판 돈과 익명의 기관투자가가 전환사채(CB)로 발행한 5000만 달러를 바탕으로 결정됐다. AI 하드웨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이 회사의 마지막 승부수에 엄청난 투기 자금이 몰린 셈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기업 마이세움도 15일 회사명을 ‘마이세움.AI’로 변경하겠다고 나서자 16일 주가가 129.17%나 치솟았다. AI 기술을 사업에 적용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기업가치가 폭증한 것이다. 마이세움은 17일에도 15.45% 급등했다.
애초 마이세움은 2014년 메시지 보안 서비스 등을 내세운 ‘닷챗’이라는 회사로 설립됐다. 개인정보보호 기술에 대한 기대를 업고 2021년 나스닥에 입성했으나, 성과는 미미한 상태다. 마이세움의 지난해 매출은 고작 550달러다. 550억 달러나 550만 달러의 오타가 아니다. 연매출이 한국 돈으로 약 80만 원이다. 사실상 돈을 벌지 못하는 회사라는 뜻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순손실은 261만 달러에 달했다.

S&P500과 나스닥지수가 최근 초강세의 흐름을 보이는 것은 중동 지역 종전 기대가 다른 시장보다 증시에 더 강하게 반영된 결과다. 뉴욕 증시는 이날도 이란이 전날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열흘간 휴전 합의를 계기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이 약 2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개방했다는 소식에 상승세를 탔다. 이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X(옛 트위터)에 “레바논의 휴전 발표에 따라 남은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모든 상업 선박의 통행이 전면적으로 자유화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는 봉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더 이상 전 세계에 대한 무기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우리와 이란 간의 거래가 100% 완전히 끝날 때까지 미국의 전면 해상 봉쇄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미국과 이란의 2차 협상이 이번 주말 열릴 수 있다며 하루 이틀 안에 합의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은 미국과 만나기를 원하고 합의하기를 원한다”며 “회담이 아마 이번 주말에 열릴 것이고 하루나 이틀 안에 합의(get a deal)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도 “주요 쟁점은 대부분 마무리됐고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이란 핵프로그램의 중단 기간은 무기한”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미국이 이란과 함께 지하시설의 ‘핵 찌꺼기(농축 우라늄)’를 파내 회수할 것”이라며 이란이 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200억 달러 자금 동결을 해제하는 방안을 양국이 논의하고 있다고 전날 보도한 악시오스 기사를 전면 부정했다.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의 2차 협상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 시점을 일요일인 19일로 지목했다.
국제 유가는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 통항 전면 허용 소식에 크게 내렸다. 이날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9.1% 하락한 배럴당 90.3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1.5% 내려 배럴당 83.8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이란 전쟁 초기인 지난달 10일 이후 5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주력 업종을 바꿨다가 주가의 명암이 엇갈린 상장사는 그간 여럿 있었다. 금융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회사로 시작했다가 2020년 8월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변모한 스트래티지가 그 대표 사례다.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투자 기업으로 각광받으며 2023년과 2024년 각각 300% 이상 주가가 올랐다. 지난해 2월에는 사명도 기존 ‘마이크로스트래티지’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스트래티지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확정 당시인 2024년 11월 가상화폐 활성화 정책 기대를 업고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020년 8월부터 이때까지 누적 수익률은 무려 2000%가 넘었다. 스트래티지의 주가는 이후 가상화폐 시장 부진으로 그보다 70% 이상 주저앉았지만, 6년 누적으로는 여전히 30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코어위브도 AI 등으로 주력 업종을 바꿔 성공한 사례다. 코어위브는 2017년 이더리움 채굴 업체로 시작했다가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으로서 지난해 3월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AI 인프라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를 업고 지난해에만 85% 상승했고, 올해에도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회사는 엔비디아의 핵심 협력사로서 AI 전용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한다.
어플라이드디지털과 허트8 역시 가상화폐 채굴 회사로 시작했다가 몇 년 전부터 데이터센터 관련주로 주목받고 있다. 어플라이드디지털은 2022년 ‘어플라이드블록체인’이라는 이름으로 나스닥에 데뷔했다가 그해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해부터는 200%가 넘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2024년 1월 파산 보호 신청에서 탈출한 코어사이언티픽은 코어위브와 협력 관계를 맺고 기존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하던 인프라를 AI용으로 전환하면서 기술주 열풍에 합류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2년간 6배 가까이 올랐다.
물론 신사업으로 업종을 바꾸고도 어려움에 처한 회사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도 트루스소셜 등 SNS 기업으로 출발해 가상화폐 전문 회사로 탈바꿈한 경우다. 2024년 우회 상장 뒤 지난해부터 가상화폐 플랫폼 기업인 크립토닷컴과 합작 벤처기업을 세우고 디지털 사업 확장을 꾀했으나 시장이 예상 밖으로 성장하지 못하자 주가는 50% 이상 내려갔다. 노래방 기계를 팔던 싱잉머신컴퍼니는 2024년 7월 AI 물류회사인 세미캡을 인수하며 알고리즘홀딩스로 변신해 주가가 급등락했다. 이 회사는 2024년과 지난해 모두 연간 순손실을 기록했다.
도니나리홀딩스도 헬스케어 기업인 ‘알키도파마’로 출발해 2022년 12월 회사 이름을 지금처럼 바꾸고 금융 서비스업으로 진출했다. 그러다 지난해 2월부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들이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AI와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16일 로이터통신은 이밖에 바이오 제약과 진단 장비 제조, 아이스티에서 각각 가상화폐로 사업을 전환한 잔원, 라이엇블록체인, 롱블록체인 등도 변신 직후 주가가 크게 움직인 종목으로 소개했다.
최근 테마주에 뭉칫돈이 몰리는 데에는 이란 전쟁으로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바꿔 말하면 거시 경제적 충격이 있을 경우 급등 종목의 하락폭도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BNP파리바의 스테판 켐퍼 수석 투자전략가는 “주가가 급등한다고 해서 시장에 대한 신뢰가 반드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람들은 그저 매수 단추를 누르며 환호만 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명 정부의 국방개혁…軍 ‘대병과 체계’ 도입한다
- 北, 11일 만에 탄도미사일 수발 발사…올해 들어 7번째
- “직원 3만명 해고했더니 주가 폭등?”…직원들 피눈물 날 때 주주들은 환호했다, 무슨 일?
- “호르무즈 드디어 열린다” 했는데...이란 “해협 접근 시 공격” 재봉쇄
- “어쩐지 소화가 안되더라” 믿었던 ‘제로음료’의 배신
- 성과급 40조도 부족하다는 삼성전자 노조
- “대졸 숨기고 지원하면 걸리나요?”…7억 성과급 전망에 ‘고졸’ 지원 문의까지
- “아빠 계주 1등 하고 올게”…멀쩡하던 30대, 급성 ‘뇌출혈’ 온 이유가
- 76㎞ 갈아타며 다녀도 커피 두잔값…K환승에 “스고이” “원더풀”
- “불장 대박이야” 개미들, ‘빚투’로 23조 쓸어갔다...코스피 담은 종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