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객은 존재도 몰라요” 맥날과 함께 미국 ‘탑4’인 이 버거의 비밀[오찬종의 매일뉴욕]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6. 4. 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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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종 기자의 매일뉴욕-소닉 드라이브 인(Sonic Drive-In) 편
소닉 드라이브인만의 독특한 문화인 ‘카홉’. 현란한 기술로 롤러스케이트를 신고 음식을 신속 서빙한다.
요즘 프랜차이즈 시장의 화두는 단연 ‘명확한 컨셉’입니다. 한 가지 메뉴에만 집중하는 ‘레이징 케인즈’나, 극강의 달콤함으로 승부하는 ‘크럼블 쿠키’처럼 개성이 뚜렷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유행이 ‘두쫀쿠’처럼 반짝하고 사라질 ‘바이럴’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미국 주별 패스트푸드 선호도 지도. 자료=톱데이터
헌데 만약 이런 독특한 컨셉 하나로 무려 72년을 버텨온 브랜드가 있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전 세계 프랜차이즈의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말이죠. 오늘 소개해 드릴 곳은 미국 ‘드라이브 인(Drive-In)’ 문화를 상징하는 살아있는 전설, ‘소닉 드라이브 인(Sonic Drive-In)’입니다.
쉑쉑과 인앤아웃을 합친 것보다 큰 소닉
7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4위 프랜차이즈 체인 ‘소닉 드라이브’
소닉 드라이브 인은 1953년 오클라호마주에서 시작된 70년 역사의 햄버거 패스트푸드 체인입니다. 현재 미국 전역에 약 3,500여 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는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에 이어 미국 내 패스트푸드 업계 4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쉑쉑버거, 인앤아웃, 파이브 가이즈 같은 브랜드의 매장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소닉의 매장이 더 많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 관광객들에게 소닉은 낯선 이름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소닉의 이름 속에 담긴 독특한 운영 방식 때문입니다.

드라이브 인 이용에 특화된 매장 전경
소닉의 정체성은 ‘드라이브 인’에 있습니다. 흔히 아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가 차를 타고 주문대를 통과해 음식을 받아 나가는 방식이라면, ‘드라이브 인’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문부터 식사까지 모든 과정을 차 안에서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특성상 소닉은 대중교통이나 우버를 이용하는 관광객보다는 개인 차량 이동이 필수인 미국 남부와 중서부 거주민들에게 훨씬 친숙합니다. 넓은 도로와 자동차 중심 문화가 발달한 텍사스 같은 지역이 소닉의 주 무대라 할 수 있습니다.

레트로한 디자인과 ‘카홉’이 특징
소닉 드라이브인 매장의 주문용 인터컴.
소닉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레트로한 디자인입니다. 노랑, 빨강, 파랑의 강렬한 색감은 1950년대 미국 다이닝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주차 구역마다 마련된 인터컴 시스템의 빨간 버튼을 누르고 상담원과 직접 대화하며 주문하는 방식 역시 소닉만의 전통입니다.
1950년대 미국의 보편적인 문화였던 ‘카홉(Carhop)’
특히 소닉의 상징과도 같은 요소는 ‘카홉(Carhop)’이라 불리는 서빙 직원들입니다. 과거에는 모든 직원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차 앞까지 음식을 배달해 주었는데요. 이는 1950년대 미국의 보편적인 문화였지만, 현재는 소닉만이 이 전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카홉(Carhop)’이라는 단어는 ‘차(Car)’에 ‘올라타다(Hop)’라는 동사가 합쳐진 말입니다. 1920년대 초기 드라이브 인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이 주차장에 들어오면 남성 직원들이 차가 멈추기도 전에 달려가 차 옆 발판(Running board)에 훌쩍 올라타 주문을 받곤 했습니다.

마치 호텔의 벨홉(Bellhop)이 짐을 받기 위해 재빨리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카홉’이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속도가 곧 경쟁력이었기에, 누가 더 빨리 차에 매달려 주문을 받느냐가 중요한 실력이었습니다.

현재는 맥도날드 형제가 카홉을 없애고 고객이 직접 카운터에 와서 주문하는 ‘스피디 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전통적인 카홉 문화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소닉은 기계적인 드라이브 스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 냄새’를 보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죠.

본사 주관으로 매년 펼쳐지는 카홉 기술 경연 대회 모습
비록 안전상의 이유나 기상 상황에 따라 롤러스케이트 서빙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지점에서 이벤트나 경연 대회를 열며 이 문화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찐 매니아 사이에선 치즈버거보다 ‘치즈스틱’ 맛집
소닉의 메뉴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치즈버거입니다. 소닉의 버거는 채소가 거의 들어가지 않은 투박한 스타일입니다. 이는 음식을 최대한 빠르고 신선하게 배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동급이라고 할 수 있는 맥도날드 치즈버거보다 가격대는 조금 높지만, 주차 공간 확보와 신속한 서비스 비용이 포함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의외로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버거보다 ‘사이드 메뉴’와 ‘음료’에 대한 평가가 높습니다. 대표 음료는 체리 라임 에이드입니다. 소닉의 여름 한정 시그니처 음료죠. 실제 라임 원액을 사용해 상큼함이 남다르며, 최근에는 패리스 힐튼 에디션이 출시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소닉 매니아들은 햄버거보다 사이드 메뉴 맛집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이드 메뉴는 치즈 스틱 & 콘도그입니다. 소닉은 치즈 스틱 맛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이드 메뉴의 퀄리티가 훌륭합니다. 특히 콘도그를 50센트에 판매하는 파격적인 할인 이벤트도 수시로 진행하니 방문시 확인해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트럭 운전사가 만든 ‘고속도로 버거 제국’
소닉의 창업주 트로이 스미스
소닉의 창업주 트로이 스미스는 원래 트럭 운전수였습니다. 그는 1953년 ‘탑 햇(Top Hat)’이라는 작은 식당을 열고 양방향 인터컴 시스템을 도입하며 혁신을 꾀했습니다. 1959년에 현재의 이름인 ‘소닉’으로 변경했는데, 이는 “음속만큼 빠른 서비스(Service with the Speed of Sound)”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입니다.

이후 소닉은 1991년 나스닥 상장을 거쳐 2018년 인스파이어 브랜즈에 인수되며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팬데믹 기간에는 비대면 식사가 가능한 ‘드라이브 인’ 방식이 빛을 발하며 2년 연속 25% 이상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소닉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로 접어들며 외식 문화가 정상화되었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열풍이 불면서 전통적인 패스트푸드 메뉴가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쉑쉑버거나 파이브 가이즈 같은 후발 주자들이 도심을 넘어 소닉의 텃밭인 외곽 지역까지 세를 확장하고 있는 점도 위협적입니다.

후발 주자들과 맞서기 위해 현대화에 나서고 있는 소닉
이에 대응하여 소닉은 최근 샐러드 메뉴를 업그레이드하고, 샌드위치 브랜드인 ‘지미존스’와 연합 매장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혼합하며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여행 중 도로 위에서 소닉의 노란 간판을 발견하신다면, 잠시 차를 세우고 빨간 버튼을 눌러보세요. 1950년대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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