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X파일] 작년 1590억원 번 오비맥주, 배당은 2400억원...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

이미지 기자 2026. 4. 1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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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오비맥주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지난해 매출은 1조7785억원, 영업이익은 3465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고치였다. 법인세 등 비용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1593억원이었다.

오비맥주는 주력 제품 카스를 앞세워 국내 맥주 시장에서 60% 가량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2위 하이트진로(테라·하이트)와 큰 격차를 유지하며 압도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민 맥주’라 불릴 정도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오비맥주 제품이 진열돼 있다. /뉴스1

◇번 돈보다 많은 배당금, 해외 본사로

주목할 대목은 배당이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당기순이익(1593억원)을 웃도는 2400억원을 배당했다. 한 해 동안 번 돈에, 이전 연도에 쌓아둔 이익잉여금까지 더해 배당한 것이다. 오비맥주의 지분 100%는 ‘버드와이저 브루잉 코리아 홀딩스’ 등이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서류상 주체일 뿐 실질적인 주인은 세계 최대 맥주 기업 AB인베브다.

오비맥주는 2017년과 2022년을 제외하고 최근 10년 중 8년을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배당해왔다. 사실상 국내에서 창출한 이익 전부를 벨기에 본사로 송금하는 구조다. 벨기에의 AB인베브는 버드와이저·코로나·호가든·스텔라 아르투아 등 500여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최대 맥주 제조사다. 2014년 오비맥주를 인수했다.

◇국산 카스에 기술 사용료 46억원

국내 맥주 애호가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대목은 배당 말고도 ‘기술 사용료(로열티)’라는 명목의 지출이다. 오비맥주는 본사 및 관계사에 약 46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스는 1994년 국내 기술로 탄생해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브랜드인데 지배구조가 해외 자본으로 넘어간 이후 매년 수십억원의 로열티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맥주업체 AB인베브 로고.

반면 오비맥주는 국내 재투자와 사회적 책임에는 인색했다. 지난해 오비맥주가 설비 투자에 쓴 금액은 14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0.8%에 불과했다. 기부금은 아예 별도 공시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오비맥주 측은 “설비 투자와 제품 연구·개발(R&D) 등에 연간 500억원 이상의 신규 투자를 하고 있다”며 “단순 기부금보다는 진정성있는 지속가능사회공헌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맥주 시장 쪼그라드는데, 최대 실적

오비맥주의 역대급 실적은 국내 주류 시장 침체와 대비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315만 kL(킬로리터)로 전년(323만 kL)보다 2.4% 감소했다. 경쟁사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부문 매출도 각각 3.9%, 7.5% 줄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카스 맥주를 고르고 있다./뉴스1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1위 업체만 점유율을 방어하거나 확대하는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안전한 소비’를 원인으로 풀이한다.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수록 소비자들이 검증된 1위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심리가 위축될수록 같은 값이면 실패할 확률이 적은 1위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며 “오비맥주가 제품 혁신이나 투자 없이도 시장 지배력 덕분에 수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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